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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장→기조실장 '자발적 좌천' 이유는?
국립중앙의료원 새둥지 튼 권용진 "한국 공공의료 확립 사명"
[ 2015년 05월 21일 20시 00분 ]

병원장에서 기조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물론 사회적 지위와 연봉에도 차이가 있다. ‘자발적 좌천’이다. 권용진 국립중앙의료원(이하 NMC) 기조실장[사진]. 그는 얼마 전까지 서울시북부병원 수장이었다. NMC에 온 이유는 간단하다. 202개 공공의료기관을 관장하는 NMC에서 공공의료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는 포부 하나로 주사위를 던졌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일한다는 그가 NMC에서 어떤 그림을 그려나갈까. 데일리메디가 권용진 기조실장을 만나봤다.


비상식적 결단을 했다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언제나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일해 왔다. 직위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을 중시했다면 애초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건강사회정책실 교수직을 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교수를 그만 두고 서울북부병원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도 공공트랙에서 일하며 경험을 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대한의사협회 사회참여이사·대변인으로 일하며 다양한 경험을 했고, 길진 않았지만 개업도 했었다. 무엇보다 의료법학을 공부해 제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자발적 좌천’을 감행하며 NMC에 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NMC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가


NMC는 원지동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공적 의료체계에서 NMC의 원지동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NMC는 자타공인 공공의료기관의 '맏형'이다. 원지동 이전은 공적 의료체계의 대대적 기능 재편의 계기가 될 것이다. NMC가 공공의료기관 네트워크의 허브로서 어떤 정체성을 갖느냐에 따라 국공립의료기관의 위상과 역할이 달라질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공적 의료체계의 미래와 같다. 설계 작업이 마무리 되는 2년 안에 NMC에 새로운 정체성을 심어야 한다. 이전은 역사적으로 다시 오지 않을 기회다.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전체적 체계를 잡는데 일조하고 싶어 이곳에 왔다.


'공적 의료체계'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나


많은 사람들이 공공의료기관과 민간의료기관의 차이를 모른다. 하지만 그 역할과 기능이 크게 다르다. 일단 공공의료기관은 설립된 지역과 주어진 역할에 따라 각각 다른 기능을 수행한다. NMC를 예를 들면 국가적 재난이나 위기 때 동원되고, 그에 대한 사명감이 있다. 또한 감염병 관련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을 갖춘 만큼 감염내과 스텝 수가 4명인데, 이는 서울대병원과 같은 수준이다. 지난해 에볼라 문제가 터지자마자 병동 하나를 내내 비워놨었다. 최근 네팔 지진에 따른 의료 인력 10명을 현지에 파견했다. 본관 4층은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쓰고 있다. 전염병 및 만성질환의 예방과 관리, 남북의 보건의료 협력과 국제 보건의료 관련 국내외 협력 등의 분야에서 공공의료기관만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전 준비 과정에서 기조실장 역할은


NMC는 병원, 연구소, 공공의료본부로 구분된 3개의 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기조실은 각각의 조직이 국가 공적 의료체계 내에서 NMC의 위상에 걸맞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사업을 기획하고 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다. 법인화 이후 수익을 내야 한다는 강박에 그간 병원 살림에만 국한돼 나머지 조직이 활성화 되지 못했다. 오히려 NMC는 특히 이전을 앞둔 지금의 상황에서 연구소와 본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들이 활성화 돼야 우리나라 중증외상 시스템, 국가적 감염병 대응 매뉴얼 등이 정립될 수 있다.


구체적 방안은


우선 기조실장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키는 방향으로 조직의 틀을 혁신적으로 바꿀 것이다. 가장 먼저 의료원 행정에서 병원 행정을 분리할 예정이다. 병원은 진료부원장 소관으로, 의료원 전체 행정은 행정처장에게 맡길 것이다. 조직의 인력관리, 기획, 예산, 홍보, 전략 등은 기조실이 담당한다. NMC에 걸맞은 위상 회복이 중요한데, 지금의 조직 구조 하에서는 미래를 볼 수 없다.


이전한 NMC의 미래는


아시아 최고 병원을 지을 것이다. 더 욕심을 내자면 세계에서 가장 좋은 공공의료기관을 만들고 싶다. 현재 NMC는 한국의 빠른 성장으로 인한 과거와 현재의 문제를 모두 안고 있다. 이를 극복해야 한다. 우리가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 보여주고 싶다. 그런 후 우리의 문제와 그에 따른 반성, 해결법을 세계와, 특히 한국을 모델로 삼고 있는 후진국과 나눌 것이다. 이는 스칸디나비아 3국의 원조로 시작한 NMC의 역할이기도 하다.


꿈이 있다면


개인적인 꿈은 사랑채가 있는 집을 짓고 사는 것이다. 많은 지인들이 힘들 때 쉬러 와 김치찌개에 소주한 잔 할 수 있는 집을 갖고 싶다. 공적 의료체계 내에서의 꿈은 301네트워크 사업을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것이다. 301 네트워크 사업은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 환자 접수를 시작으로 의료진이 해당 가정에 방문해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병원진료로 연계하는 통합서비스다. 복지와 보건의료 자원의 연계를 통한 통합적 케어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사, 영양사 등의 구성원 중에서도 의사가 주도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것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곳은 의료기관, 그것도 공공의료기관밖에 없다. 서울북부병원에서 처음 시도했는데, 성공적이었다. 의사는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 편에 서는 직업이다. 아픈사람, 약자를 돌보는게 의사의 직업적 사명이다. 이를 실천하며 살고 싶다.

민정혜기자 mjh_nuit@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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