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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5월 29일 독립적인 의료기기법이 제정돼 발효되기까지 업계의 많은 노력이 있었다. 당시 의약품에 준하는 관리를 받던 입장에서 독립적 의료기기 관리체계를 수립한 가장 큰 이유는 ‘국민 보건 관련 안전관리 강화’였다.
이후 의료기기에 대한 산업적 중요성은 대두되기 시작한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4대 협회장이었던 이성희 회장단의 각고의 노력으로 국가가 지정하는 ‘의료기기의 날’이 탄생하게 된다. 올해로 8회를 맞았다.
국내 의료기기법은 발전을 거듭해 국제 수준에 거의 부합하는 기준을 가지게 됐다. 안전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충족하기에 모자람이 없게 된 것이다. 허가 기준이 강화되고 유통과 판매에 대한 기준이 생겼으며, 사후관리나 현지실사 등 전주기적 관리를 통해 안전성을 높이는 규제는 끊임없이 진보하고 있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 의료기기 산업은 연평균 11%대 성장을 지속 시키다가 금년 들어 7%대로 성장률이 감소했다. 특히 체외진단제품의 의료기기 편입을 제외하면 실제 성장세가 꺾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써 지목돼 온 분야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에 대한 원인을 놓고 여러 해석이 분분하다. ▲규제일변도의 정책으로 인한 산업위축 ▲11%대 고성장으로 지속하다 겪는 구조조정 ▲현 국가 진흥정책에 대한 한계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미래에 대한 준비다.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몇 가지 당면 문제를 짚고, 해결책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크게는 지불제도와 규제의 방향성으로 나뉠 수 있다. 산업이 발전하기 해서는 일정 규모의 시장이 있어야 하며 구매자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즉, 정부 정책은 ‘착한 규제’를 통해 산업 체질을 건강하게 유도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건강보험 보장성이 중요한 시점에서 업계는 결코 치료재료수가만을 높여 달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표적 신기술 진입장벽으로 꼽히는 신의료기술에 대한 제도 개선을 통해 규제를 효율화하고, 판매를 통한 재투자가 가능한 ‘선순환 환경’을 조성해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아직 정부에서 내놓은 결과물은 미비하다.
국내 제조사가 제품을 만들고 이를 출시하기까지 거쳐야 되는 과정 중 가장 소모적 기간이 바로 ‘신의료 기술 판정’이다. 시간이 곧 돈인 기업 입장에서 이미 국가기관(식품의약품안전처)으로부터 안정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은 제품을 판매도 못하게 수년을 잡아놓은 것은 가혹하다.
허가제품에 대해 판매를 허용하는 ‘한시적 판매’와 재평가를 통한 안전장치를 구축하면 많은 신생기업과 신기술을 보유한 벤처회사에 큰 희망이 되어 줄 수 있다. 더불어 일부 선별급여를 통한 지원을 병행한다면 실제 시장 출시 제품에 대한 직접 지원이 이루어져 연구개발 이후 사라지는 많은 제품의 침몰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외국계 기업 투자 유치 등을 통해 국내 산업 규모 키워야
외국 선진 투자를 독려하기 위한 의료기기 수가 가산제도 도입 역시 필요하다. 현재 국내 거주 다국적 기업 중 직접 투자를 통한 공장이나 R&D센터를 설립한 곳은 손에 꼽을 지경이다. 국내 시장 규모에 비해 투자 비율이 낮은 이유는 이에 대한 혜택이 없고 장기적 투자가치가 협소하기 때문이다.
이미 제약에서는 혁신형 기업을 선정해 수가에 가산점을 주고 있다. 의료기기도 외국계 기업 관련 가산제도를 도입할 경우 수익에 대한 일방적 유출보다는 투자를 통한 공장설립이나 산업 인프라를 기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 대한 확대도 중요하다. 제조업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의료기기부작용보상기금을 운영해 소비자 신뢰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제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특정 기금을 조성해 허가 받은 의료기기에 있어 부작용 발생 시 정부 공인기관이 관여해 이를 보상해 준다면 의료기기에 대한 신뢰성 확보와 함께 대국민 안전성 확보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다국적 임상에 대한 제도 또한 향후 개선돼야 할 규제이다. 국가 간 혹은 인종 간 임상이 세계적으로 활성화되고, 점차 개인별 맞춤형 의료기기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혁신적 신기술의 조기 도입과 국내 임상활성화에 따른 산업기반 확보를 위하여 해외에서 시행되는 다국가 임상 등의 유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 임상에 대한 기준이 제품허가만큼이나 어려운 현실에서 대부분의 외국계 기업들이 포기하고, 다른 나라로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한 기준을 과감히 현실화한다면 충분히 외국 자본의 유입과 이를 통한 부가가치를 기대할 수 있다.
이제 8살 생일을 맞이한 의료기기 산업을 더욱 건강하게 육성하기 위한 노력은 보건의료계와 정부, 산업 그리고 학계, 시험기관 등이 합심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업 및 제품의 탄생은 보건의료계 모두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