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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이하 메르스) 사태의 불씨가 원격의료로 번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대내표는 지난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신종 감염병 관련 법안을 6월 임시국회에서 최우선으로 처리하겠다"면서 "사태 해결을 위해 원격진료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 원내대표는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원격진료 시스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이를 여야가 구성한 국회 대책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무성 당 대표도 "메르스로 인해 국가가 매우 어수선한 상황이다. 이럴 때 원격진료시스템이 시행됐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남겼다.
여당의 사령탑이 원격진료시스템이 구체화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발언이 공개되자 그렇잖아도 민감한 의료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전의총 "전염력 강한 감염성 질환은 원격진료로 파악하는거 불가능"
전국의사총연합은 9일 "원격의료가 전염력이 강한 감염병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학적으로 고찰도 하지 않은 채 발언한 것 아니냐"며 비난했다.
전의총은 "메르스 사태 해결과 재발 방지를 위해 방역 시스템을 개선해야 할 여당이 의료인들과 국민들이 고통 받고 있는 이 시기를 이용해 원격의료를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의총은 "이번 메르스 사태를 교훈 삼아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울 생각이 있다면 원격의료 도입 같은 황당한 주장을 할 것이 아니라 의사와 보건의료인이 중심이 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전의총은 "지금의 메르스 사태가 비전문가들이 보건의료를 좌지우지 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물인데 또 다시 의료에 있어 문외한인 자들이 원격의료라는 시스템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메르스와 같이 전염력이 강한 감염성 질환을 감별해내기 위해서는 병력 청취와 자세한 문진, 그리고 이학적 검사가 필수적이고, 혈액이나 객담 검사 등의 검사 등이 이뤄져야 진단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학적 검사에는 시진·청진·촉진·타진 등의 구체적인 과정이 포함되며 특히 시진과 청진은 호흡기 질환 감별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원격의료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전의총은 "그러나 감염성 질환을 원격의료를 통해 진료하라고 한다면 의사는 부족한 정보로 인해 결국 혈액 검사나 객담 검사 등을 남발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이미 시범사업을 통해 만성 질환의 관리에도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되는 원격의료를 감염성 질환에 적용한다면 이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민단체 역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이하 보건연)은 "감염환자들이 병원을 돌아다닐 수밖에 없었던 것을 원격의료 도입으로 해결할 수 있느냐"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유 원내대표와 김무성 대표가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원격의료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며 "한심하기 짝이 없다. 원격의료는 감염병 발생 시 거의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 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원격의료 모니터로 감염병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없는데다 원격으로 음압병상과 격리병상을 확보할 수도 없다"며 "메르스 확산 사태가 의미하는 것은 그동안 한국 의료가 공공적 모습을 갖추지 못하고 의료민영화・상업화 일로로 질주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