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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코와 입으로 피를 쏟으며 죽음에 이르는 ‘에볼라’. 치사율이 높은 반면 감염률은 낮아 최초 환자만 격리하면 희생자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전염병이었다.
하지만 에볼라는 2만 명이 넘는 감염자를 발생시켰고, 800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 신종 바이러스의 파괴적 창궐에는 서아프리카의 독특한 장례문화가 결정적이었다.
신체 접촉을 중시하는 이들 국가에서는 장례식 때 고인의 시체를 만지며 애도를 표하는 문화가 있었고, 바이러스 덩어리인 감염자의 사체를 통해 에볼라는 무섭게 확산됐다.
급기야 세계보건기구(WHO)가 나서 에볼라 사망자 장례 표준절차를 마련, 사체와의 접촉을 최소화 하도록 당부했다.
불과 몇 개월 전 그런 풍습을 참으로 미개하다고 비웃었던 대한민국에 ‘메르스(MERS)’라는 신종 바이러스가 기습, 온 나라를 초토화 시키고 있다.
신종 감염병 등장에 보건당국은 허둥댔고, 병원들은 바이러스의 온상으로 전락했으며, 격리 대상자가 거리를 활보하는 등 총체적 난맥상을 연출했다.
무엇보다 슬픈 현실은 메르스 바이러스가 숙주로 삼은 대한민국 의료환경이었다.
대규모 감염자가 발생한 삼성서울병원은 하루 외래 환자만 8000명 이상이 드나드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손 꼽히는 초대형 병원이다.
그런데 이 대형병원 응급실에는 하루 200명 정도의 환자가 늘상 누워 있다. 이들은 이틀이든 삼일이든 병실이 날 때까지 응급실에 머문다.
환자만 있는 것도 아니다. 보호자와 문병객 여기에 의사, 간호사까지 정말로 돗떼기 시장이 따로 없을 정도로 혼잡하고 시끌벅적하다.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이 만큼의 호조건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중동에서 넘어온 메르스 바이러스에게 한국 최고 병원의 응급실은 자신이 기생할 숙주 찾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존재감을 망각한 정부와 세계 최고 수준의 병원은 결국 바이러스의 희생양이 되버렸고 국민은 피해자가 됐으며 그 결과는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자부하는 대한민국의 자존감과 자부심을 일거에 뭉개버렸다.
물론 보건당국이 의료기관 감염을 예상못했던 것은 아닐 게다. 하지만 메르스가 우리나라의 독특한 의료환경과 결합됐을 경우 발생할 폭발력 예측에는 실패했다.
대한민국 의료의 고질병인 의료전달체계 붕괴에 따른 대형병원 환자 집중화가 빚어낸 비극이자 참극이다. 누차 지적돼 왔지만 어느 누구도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고, 아니 안했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결국 귀결은 원점에서 기본을 다시 세우자는 식상한 방식이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측면에서 다닥다닥 붙은 간이침대에 환자들이 즐비하게 누워 있는 한국 의료문화와 사체를 만지며 애도하는 아프리카의 장례문화는 별반 다를게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