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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경희대학교병원이 날벼락을 맞았다. 76번 응급실 환자로부터 시작된 메르스 사태가 개원 9년 만에 병원문을 닫도록 만들었다.
5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동안 외래와 응급실을 거쳐 입원까지 전면 폐쇄가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확진자 수에 비하면 가혹하리만큼 강한 조치가 잇달았다. 물론 지역사회와 구성원들의 감염확산을 방지하고자 하는 경영진과 대학당국의 의견이 일치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250여명이 넘는 의료진과 지원부서 직원이 격리조치에 들어가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 발생했다. 현재는 인공신장실을 이용한 혈액투석 환자들의 안전을 위해 100여개의 병실을 1인실로 운영하고 있다.
눈물겨운 의료진 뒤에 숨겨진 병원 직원들
메르스와의 힘겨운 전쟁을 치르는 것은 비단 의료진 뿐 아니라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뒤에서 지원하는 간호, 의료기사, 행정부서 등 지원부서 직원들이 있다.
이들은 물품을 보급하고 환자와 의료진이 사용하는 각종 시설을 관리하기 위해 수시로 보호복을 착용하고 격리병동을 드나들고 있다.
또한 조를 나눠 환자 안내, 출입구 통제, 발열 체크, 인공신장실 혈액투석 장비 소독 지원 등 여러 업무에 투입되면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정부보고, 내부보고, 언론 대응을 담당하는 부서는 서류작업과 밀려드는 전화로 매일 매일이 야근의 연속이고 휴일은 반납한지 오래다.
의료진과 똑같이 감염의 위험을 무릅써야 가능한 일들이다.
전 직원이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한 병원의 모습은 전쟁터가 따로 없다.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병원에 출입하는 모든 방문객을 관리하면서 직원들이 밤낮으로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
1층 출입구에서 방문객을 맞는 직원들은 문진표 작성부터 발열 체크까지 책임지고 있다. 30도가 넘는 찜통 무더위 속에서 같은 말을 하루에 수십 번, 수백 번 반복해야 한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물류공급
환자 진료에 필요한 물품 보급을 담당하고 있는 물류팀은 각종 정부 지원 물품 및 보호구 등을 보급하느라 24시간이 부족하다.
물류팀 전 직원들은 물품 보급에 필요한 서류작업 뿐 만 아니라 병동으로의 운반, 수량 체크 등을 직접 진행하면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평소 병원 내에서 가장 좋은 환경을 자랑하는 건강증진센터는 물류창고로 변했다.
방역을 위한 마스크에서 소독약품, 의료진이 먹고 마셔야하는 음료수까지 250평의 공간을 꽉 채웠다. 격리공간으로 분류된 병동에까지 적제적소에 물품을 공급하는 일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
30여명의 건강증진센터의 행정직, 간호사까지 총 동원돼 일손을 돕고 있다.
인공신장실 혈액투석 장비 소독
매일 밤 8시30분이 되면 10여명의 각 부서에서 차출된 직원들이 모여든다. 인공신장실에서 투석이 끝나는 시간이다.
이들은 다음날 투석환자들의 안전을 위해 인공신장실 투석기부터 사무기기까지 모든 물품을 소독하기 위해 모여든 의료기사, 행정직 등 직원들이다. 의료진과 똑같은 방역복에 고글까지 착용하고 소독을 한다.
고글을 착용한지 30분이 지나면 입김 때문에 뿌해져 앞을 볼 수 없다. 한 직원은 “마치 사우나에서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 것을 상상하면 된다. 소나기 오는 날 와이퍼 없이 운전하는 것 같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소독작업은 30분 안전교육과 방역복 착용법 교육이 실시되고 9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진행된다. 물론 작업을 끝내고 나온 직원들의 모습은 파김치를 연상케 한다.
간단한 샤워 후 귀가하게 되고 다음날 정상 출근해 각자의 업무를 보게 된다. 그러나 작업의 강도보다 더 두려운 것은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격리병동 환자 및 의료진의 삼시세끼 책임져
의료진들과 중앙상황실 등에 식사를 제공하고 있는 영양팀도 모자란 일손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루 600여개의 도시락을 만들어 전달한다.
투석치료 중인 격리환자용 치료식 도시락 뿐 만 아니라, 환자치료에 식사시간을 빼기 힘든 의료진을 위한 식사까지 책임진다.
모두 감염 위험을 줄이고자 일회용 식기를 사용한다. 더욱이 더운 여름 날씨에 식중독이 일어나지 않도록 메뉴구성에 만전을 기하는 철저함이 함께 한다.
중앙상황실 - 임산부 직원의 눈물겨운 사투
메르스 중앙상황실에서 감염관리를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최 모 선생(29세)은 현재 만삭인 상태다. 자신과 뱃속의 아이까지 두 사람이 메르스 감염 공포에 맞닥뜨려 있지만, ‘모두가 힘든 때에 나 혼자만 빠질 수 없다’며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독려하고 있다.
최 선생은 상황실에서 메르스 노출자 격리환자 관리, 메르스 확진 검사 진행, 메르스 관련 각종 지침 개정과 공지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질병관리본부 및 보건복지부, 보건소, 서울시와 함께 역학조사에 협조하며 각종 자료들을 제공하고 있다.
14살 딸과 6살 아들을 둔 또 다른 행정 지원 부서 한 직원은 “매일 녹초가 되어 밤 늦은 시간에 집에 들어가고, 아침에도 새벽에 출근하면서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눈 지 오래됐고, 휴대폰 메시지로만 틈틈이 안부를 묻고 있다”고 말했다.
갓난아이를 둔 여직원의 경우엔 아이를 지방에 있는 친정에 맡기고 3주 가까이 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감염의 위험 때문이다.
가장 가슴이 아픈 것은 아이들이 받을 상처이다. 엄마, 아빠가 메르스 환자가 나온 병원에서 일한다고 말을 하면 친구들이 아이를 피할까봐 그것이 가장 조마조마하다고 한다.
신문 방송에 보도된 사례이지만 감염의 우려 때문에 독서실에서 아주 살림을 차린 직원들도 있다.
국가 비상사태에 준하는 일들을 겪으며, 우리가 겪은 이 고통의 시간들이 큰 경험으로 남기를 기원한다. 1950년대 경희학원 설립자께서 하신 말씀을 바탕으로 곽영태 병원장께서 직원들 격려서신에 전한 글귀를 소개하면서 글을 마치겠다.
“의지는 역경을 뚫고, 협동은 기적을 낳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