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첩]“지휘자는 바뀌었어도 음악은 똑같다.” 1920년대 이탈리아 사회학자 로베르 머셀은 당시 유럽 정당들의 이합집산을 두고 이 같이 일침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사회 곳곳에서 ‘사퇴론’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에서는 야당 의원들이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질타하며 사퇴를 종용했다.
삼성서울병원장, 질병관리본부장 등 관계 보직자들의 해임 및 파면설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실제로 의료계 및 병원계에서는 “이번 일로 여러 사람들이 옷을 벗지 않겠느냐”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물론 사안에 대한 통찰력 없이 제대로 지휘‧감독, 관리하지 못한 리더는 엄중한 평가를 받아야 하며 부여받은 권한에 따른 책임을 지는게 마땅하다.
그러나 이번 메르스 사안마저 그동안 국내 정치와 사회 등에서 국면을 전환하고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수순, 즉 ‘사퇴’로 귀결되는 것이 한편으로는 우려스럽다.
‘지휘자’ 교체만으로는 결코 ‘음악’이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 민주화 이후 선거철마다 수 많은 인물들이 등장했다.
지도자는 바뀌었을지언정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여‧야 이분법적 갈등을 되풀이하며 파열음을 내는게 다반사였다. 대부분 리더의 말로(末路) 역시 평탄치 않았다.
‘메르스 사태’의 대안은 책임자 색출, 인물 교체가 아니다. 사태의 근본적 원인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분명한 사과와 진지한 반성이 이뤄져야 한다. 이후 허술한 감염병 방역 체계와 왜곡된 구조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 이는 우리 모두가 끈기를 갖고 실행해야 할 공동 과제다.
의료가 뚫리는 것은 국가 전체의 위기 즉,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콘트롤타워 부재 문제 해결, 질병관리본부 기능 및 공공의료 강화, 수가‧응급의료전달체계 개선, 병원 및 응급실 안전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 여러 과제들이 던져졌다.
남아있는 중요한 숙제들을 해결하려면 막대한 자본과 시간이 들 것이다. 전문가와 공무원, 민‧관이 공동 협력해서 투명하게, 또 제대로 해결해 가는 거버넌스가 작동돼야 한다.
시민의식과 병원 문화의 변화도 뒷받침 돼야 한다. ‘나하나 쯤이야’ 또는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인식이 아니라 공동책임이라는 의식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음악’을 바꿔야 할 책임이 주어졌다. 국가의 문제 해소에 책임의식을 갖고, 근본적인 개선과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는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