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달여간 전 국민을 두려움에 떨게 한 메르스(MERS・중증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진정세에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신종 감염병 방지 및 관리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이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감염병 관리 및 예방을 위한 상시평가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병원 감염관리 현황을 상시적으로 평가해 패널티와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보건당국의 '규제적' 접근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상대적으로 감염관리 수준이 낮은 중소병원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평가가 진행되면 오히려 병원 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A교수는 병원 감염관리에서 정부 역할을 '절대적'이라고 표현했다. 메르스 사태가 무지에서 온 피해가 아니라 예견된 일이었으며, 열쇠는 정부가 쥐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감염관리 문제를 민간병원에만 맡긴다는 것은 사실상 정부가 포기하겠다는 것과 같다"며 "돈 한 푼 쓰지 않고 규제일변도로 나올 경우 병원은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감염관리 체계 전반의 질 향상을 위한 장기적인 투자, 환자와 감염관리 수준을 모두 만족할 새로운 모델 구축 등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B교수는 정부 입장에서 규제적 접근을 피할 수는 없지만 인프라 구축을 위한 지원이 선행돼야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B교수는 "일정 수준 이상의 감염관리 요건을 갖추고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정부는 평가와 인증이라는 규제적 방법을 취할 수 밖에 없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못해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다만 "우리나라 수가체계 상 직접보상 개념이 없어 병원과 정부 간 온도차가 생기는 듯하다. 일선에서 충분히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수가를 책정해야 한다"고 수가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선(先) 투자' 필요성 제기
최근 국회 등에서 연일 열리고 있는 토론회 등에서도 이들의 주장과 맥을 같이하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메르스 사태 이후 한국의료 무엇이 달라져야 하나' 토론회에서는 발제자와 토론자, 국회의원들이 향후 정부의 감염병 관리대책에서 과감한 개혁과 지원이 필요하다는데 뜻을 같이했다.
보건의료노조 나영명 정책실장은 감염병 대응 기구 및 지역거점 구축, 시설 및 장비, 인력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한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고, 국립중앙의료원 권용진 기획실장은 "병원이 안전관리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 못했다"며 기본적인 토대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이들 전문가 시선에서 정부의 행보가 근시안적 접근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 모양새다. 일례로 보건당국은 감염 관련 수가를 신설・개편하는 한편 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을 수도권 및 상급종합병원으로 확대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격리병상과 격리구역 등 시설을 확충하고 감염관리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비용에 대한 지원과 관련된 계획은 없었다. 더구나 수도권과 상급종합병원으로 포괄간호서비스 수가시범사업이 확대될 경우 지방을 중심으로 간호인력 확보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다.
대한병원협회 이왕준 정책이사는 "감염관리에서 시설과 인력이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면서 "특별 재원을 마련, 인프라를 강화해 공적 의료를 수행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시설투자비용을 제외하고도 감염관리비용이 연간 1조원 이상 소요될 정도"라며 "13조원에 이르는 건강보험 누적흑자를 전체 의료공급체계의 질적 향상을 위해 투자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포괄간호서비스 조기확대를 천명한 정부에 태도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지방의료원 B원장은 "포괄간호서비스가 좋은지 몰라서 안하고 있는게 아니다. 관심은 있지만 간호사를 구할 수가 없는데다 뽑았지만 선정될 때까지 비용부담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탄했다.
이러한 일선 현장의 어려움과 불만에 대해 복지부는 토론회 등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7월 중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과연 이 같은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