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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의 충격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선택진료제 2차 개편안이 오늘(1일) 전격 시행되면서 병원계 목을 조르고 있다.
병원들 시각에서 봤을 때 중동발 메르스가 ‘전혀 예측 못한 악재’였다면 선택진료제는 ‘예측은 했지만 손을 쓸 수 없는 '악법(惡法)’으로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불만이 큰 상태다.
선택진료 2차 개편안은 예고된 대로 이날 시행된다.
병원계는 이를 준비하면서도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선택진료 의사 비율을 낮추는데 여념이 없었다. 의료진 간 보이지 않는 내부 갈등 기류도 엿보였다.
의사 진료시간표 등 안내 절차 수정 돌입했지만…
병원계는 우선 선택진료제 변동으로 인한 일선 의료현장 혼선을 줄이기 위해 환자 안내 절차의 전면 개편에 나서고 있다. 선택진료 의료진과 비의료진 간 구분을 내원객에게 명확히 알리기 위함이다.
그러나 경희의료원, 서울아산병원, 아주대병원(가나다 순) 등 관련 절차를 거의 완료한 의료기관이 있는 반면, 아직 진료일정조차 마무리 조율을 끝내지 못한 곳이 상당수였다.
축소 기준을 명확히 세우기가 워낙 어렵기 때문에 병원들이 내부 사정조차 공개하기를 꺼려했다. 급한대로 정부가 규정한 ‘67%’라는 비율 맞추기에 급급한 분위기다.
서울 소재 A대학병원 관계자는 “어쩔 수 없이 선택진료 의사 비율을 축소해야 겠지만, 아직 결정된 것이 없는 상태”라며 “축소 기준에 대해서도 지금은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지방 소재 B대학병원 역시 “최대한 보건복지부 기준에 맞춰 진행하고 있다”는 교과서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외부 공개를 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현행 비율과 개편 후 비율을 살짝 귀띔했다.
상황은 전문병원도 마찬가지다. C전문병원 관계자는 “병원 규모에 상관없이 진료 건수를 기준으로 할지, 아니면 연차를 기준으로 할지 고민이 많다”며 “환자 입장에서 어제까지 선택진료를 보던 의사가 갑자기 제외됐다면 크게 당혹감을 느낄 것 같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메르스 사태 이후 경영 정상화에 안간힘을 쓰고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타 의료기관에 비해 2차 개편안으로 인한 환자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더욱 만전을 기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예약 환자들에게 선택진료 변경 교수 관련 정보를 이미 전파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과는 누가 선택진료 담당하나” 갈팡지팡
2차 개편안은 축소 비율만 규정됐을 뿐 선택진료 의사 선정은 거의 전적으로 의료기관 자율에 맡겨진 상황이다. 병원계는 ‘수익성’과 ‘내부 갈등’ 2가지 측면에 초점을 맞춰 축소 기준에 맞추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어떤 묘안을 짜내도 수익성 저하는 명약관화(明若觀火)라는 암울한 전망을 공통적으로 내놓았다. 정부가 공언한 수가 보전이 과연 어느 정도 수준까지 이뤄질 수 있을지 의구심을 피력하는 곳도 적지 않다.
지방 소재 국립 D대학병원 관계자는 “수가 보전을 더 많이 받기 위해 수익률 저하에 대한 개선안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방침”이라며 “선택진료 축소 정책에 있어 지금 병원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아무 것도 없다. 결국 교수 수당을 조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어 “내부 분위기가 좋을 리 없다. 선택진료 의사 숫자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진료과별 및 또는 같은 과 내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궁극적으로 2차 개편안으로 병원과 의사 모두 수입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환자 확충에 더욱 혈안이 될 수 밖에 없다.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담보하기가 시행 전에 비해 더욱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서울 소재 E대학병원은 아예 선택진료 의사 선정을 진료과 자율에 맡겼다. 병원 관계자는 “병원 차원에서 정하지 않고 각 진료과에서 논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진료과별 특성에 따라 나름 적절하게 선택진료 교수를 추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결국 예상대로 수익성 측면에서 기여도가 높은 교수 위주로 축소 기준이 마련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의료진 간 급여 차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효율적인 인센티브 적용 방안까지 고민해야 하는 병원계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내부 갈등 방지 주요 보직자 ‘선택진료 자진 사퇴’ 행렬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요 보직자들은 자진해서 선택진료에서 빠지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수익성과 더불어 의료진 경력(시니어급, 주니어급 등)으로 구분하기도 애매한 의료기관들이 내놓은 자구책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이다. 서울대병원은 김희중 진료부원장을 중심으로 ‘선택진료위원회’를 운영하면서 구체적인 계획 수립에 나서고 있다. 진료과별, 경력별 등 내부에서 제기될 수 있는 갈등 소지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서울대병원 방문석 대외협력실장은 “경력 기준으로 할지, 급여 기준으로 할지 애매모호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아예 평가 툴 자체를 바꾸는 방안을 시도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보직자들 중 일부(병원장, 의료혁신실장, 진료부원장 등)는 자진해서 선택진료 의사에서 빠졌다”며 “선택진료는 단계적 축소 절차를 밟아 먼 훗날에는 폐지될 제도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좀 더 장기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도 마찬가지다. 송재훈 원장, 동헌종 진료부원장을 비롯해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시니어급 교수와 보직자들이 자진 사퇴했다.
서울아산병원도 박성욱 병원장, 이상도 진료부원장, 박승일 기획조정실장은 자진해서 선택진료를 포기했고 수술이 많은 김병식 진료부원장 등 일부 교수진은 아직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건국대병원, 경북대병원 등은 수익과 진료 실적 측면을 고려해 시니어급 교수들이 선택진료에 포진된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기관 내부 상황에 따라 선택진료 의료진과 비의료진이 천차만별로 나눠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건국대병원 최현곤 기획실장은 “현재로써는 젊은 교수들이 다소 양보하고 희생하는 부분이 있다. 그나마 건국대병원이 현 시점에서는 이상적으로 조율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최현곤 기획실장은 “주니어 교수에 비해 시니어 교수들이 오랫동안 봐왔던 환자들이 있기 때문에 진료실적에서 앞서는 것은 사실”이라며 “내년 상황은 또 다르다. 33%까지 비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진료실적 위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복지부 “2017년 100% 폐지” vs 병원계 “의료현장 목소리 반영해야”
복지부는 2차 개편 안으로 선택진료 의사가 기존 대비 22% 감소한 8100명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단계별 축소 계획에 따라 2017년 완전 폐지까지 예고된 상태다.
의료기관의 반발을 고려해 복지부는 병원 손실분에 대해서는 보상하겠다는 입장을 밝왔다. 그러나 병원계 분위기는 싸늘하다. 매번 복지부가 내세운 ‘의료 질적 수준 향상’ 중 하나로 내놓은 대책이 고작 이 정도 수준이냐는 냉소적 반응이 지배적이다.
서울 소재 F대학병원 원로 교수는 “병원 수익성 문제가 본질이 아니다. 제도적 틀에 사로잡혀 환자 선택권까지 제한하는 조치가 무슨 의료계 공감대를 얻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최소한 전문가(의료진)와 어느 정도 타협한 후 제도를 추진해야 하는데 이번 선택진료 개편안에서 알 수 있듯이 복지부는 제도 추진에 있어 거의 막무가내 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