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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통증의학과 정진용 교수[左]와 위장관외과 채현동 교수[右] |
대구에 사는 두 명의 의사는 일요일 새벽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싣는다. 지친 일정을 소화하느라 힘들었던 한주를 깔끔하게 마무리 짓는 날이다. 이들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걸그룹 공연을 보는 것. 이날 만큼은 의사 가운을 벗고 삼촌팬으로 변신해 환호성을 지른다. 그렇게 지친 어깨를 서로 토닥거리고 기운을 얻어 다시 대구로 내려온다. 새로운 한주가 시작되면 이들은 연구실과 수술실에서 눈만 마주쳐도 다 알아채는 환상의 복식조가 된다.
바로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정진용 교수와 위장관외과 채현동 교수[사진]의 이야기다. 병원 밖에서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두 교수는 긴밀한 협업체계를 갖추고 진일보된 위암수술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조기위암 환자 ↑…작고 빠른 수술의 시대
건강검진 활성화로 조기 위암의 발견빈도가 높아졌다. 과거에는 위암환자 중 조기위암은 20~30%정도였지만 최근에는 70%로 올라갔다. 현재는 7:3 비율로 조기위암과 진행위암이 구분되고 있다.
채현동 교수는 “국내에서 보고되는 위암은 시대가 변해도 전체적인 발생률은 변화가 없다는게 특징이다. 단 조기 위암 환자가 더 많아졌기 때문에 가벼운 수술법이나 빠른 마취법의 발달로 인해 생존율이 높아졌했고 합병증도 많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위암 수술 후 5년 이상 생존율을 살펴보면, 조기 위암의 경우 97~98%까지 생존하며 1기는 90%, 2기는 70%, 3기는 50%, 4기는 항암제 발달로 5년 이상 생존율이 30% 정도 된다.
합병증도 0.7%로 집계되고 있다. 이로 인해 위암환자의 전체 생존율은 80%까지 증가했다.
조기 위암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수술도 ‘최소침습’을 목적으로 한 복강경 수술로 발전했다. 복강경 보조 절제술에서 전 복강경 절제술로 변화를 꾀했다.
채 교수는 “복강경 수술을 많이 집도하게 되고 성과들을 쌓아가고 있다. 이 수술은 일반적인 개복수술에 비해 절개 크기가 작아 환자에게 수술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고 수술 후 환자의 회복, 퇴원, 미용적 측면에서 많은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복강경 수술의 증례가 쌓이고 발전된 방향으로 연구된 것은 외과의사들의 성과만은 아니다. 마취과 교수들이 옆에서 발판을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환자의 호흡, 체온, 혈압, 수술 시 자세 등을 예민하게 살피는 기본에서부터 출발했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방식 마취약제 활용 ‘효과적’
‘작고 빠른’ 수술의 패러다임에 맞춰 마취과 역시 새로운 기전의 약물을 활용해 성장하고 있다.
정진용 교수는 “마취과 의사는 외과 의사가 마음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환자 만족도, 수술 성공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마취를 깊게 유지하면서도 금방 깨울 수 있는 마취약제 개발이 수술실에 안정감을 가져다준다”고 말했다.
전신마취 시에는 수면제, 진통제, 근육이완제, 이완된 근육을 회복시키는(마취를 깨우는) 근이완길항제가 필요하다. 최근 개발된 근이완길항제는 깊은 마취와 빠른 회복이 가능해 마취과나 외과에서 모두 높은 만족도를 얻고 있다. 정 교수는 “기존의 약물들은 수술이 끝날 때 쯤 환자를 깨우기 시작해야 하는데 이 제품은 수술 봉합과정에서 주사된다. 근이완제에 직접 작용해 상태를 회복시키는 방식인데, 3분밖에 안 걸리는 등 빠른 작용시간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빠른 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에 깊은 마취를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생겼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깊은 마취는 근이완 상태를 유지시켜 이산화탄소를 조금만 넣어도 풍선처럼 쉽게 부풀어서 시야가 확보되고 심혈관계 부작용이 적다”며 “수술에 대한 몰입과 부작용 등 안전성 확보에 도움이 돼 새로운 기전의 근이완길항제를 주로 쓰게 된다”고 밝혔다.
연구실에서 공유한 땀방울의 가치
두 교수는 수많은 환자를 구하면서도 연구 또한 멈추지 않는 열정이 가득한 교수들이다.
정진용 교수는 말기 암환자에서 ‘암성 통증 조절에 효과적인 방법’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대한통증학회 학술대회서 최우수 학술상을 수상했다. 채현동 교수는 최근 대한위암학회 학술상을 수상했고 국제 아이디어 공모전에서도 ‘새로운 봉합과 포장에 관한 아이디어’등이 채택되기도 했다.
정 교수는 “의대 교수의 주요 업무는 크게 세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가 환자 진료이고, 두 번째는 전공 분야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것, 마지막이 진료 봉사”라고 말했다.
이어 “연구실적을 강조하는 것은 사실 부끄럽기도 하다. 그냥 늘 해야 하는 것. 밥 먹듯 연구하는 것이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마취과는 여러 과와 협업하기 때문에 다른 과보다는 학문적으로 나갈 수 있는 분야가 많이 있다”고 언급했다.
채 교수도 이와 관련 비슷한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동일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다. 추가적으로, 수술 앞두고 환자 상태 공유하는 것을 ‘ERAS(Enhance recovery after surgery)’라고 하는데, 정 교수와 함께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환자의 만족도를 위한 연구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서로를 최고로 만드는 콤비
힘이 되는 든든한 동료, 그 이상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두 교수는 서로를 최고로 인정한다. 그 긍정적 평가가 시너지를 창출해내는 기폭제가 되기도 한다.
정 교수에게 채 교수를 어떤 동료로 생각 하냐는 질문을 던지자 “마취과 의사가 외과 의사를 제일 잘 판단하는데, 나는 채 교수가 지금 위암분야 최고의 권위자가 될 것이라고 본다. 내 지인도 맡길 수 있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채 교수가 바이올린 연주자라면, 나는 지휘자인 셈이다. 감동을 주는 음악을 울려 퍼지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같이 움직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채 교수는 “정 교수는 어떤 부분이던지 고민을 상담할 수 있는 든든한 친형과도 같다. 수술을 잘 할 수 있도록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주는 어머니의 마음을 가진, 그리고 항상 새로운 것에 대해서 정보를 공유해주는 존경하는 분”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수술실이라는 자갈밭을 안전한 공간으로 변신시켜 주는 마법사와도 같은 존재”라며 정 교수를 추켜세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