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존감은 무너졌지만 좌절감은 용납되지 않는다. ‘방역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떨치기 위해 정부가 다부진 각오로 협의체를 구성했다. 일명 ‘의료관련감염대책협의체’로, 메르스 사태를 통해 드러난 의료감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구다. 협의체에는 의료단체 및 전문학회, 환자단체, 언론 등 각계 전문가가 참여해 의료감염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시설부터 시스템, 문화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주제를 논(論)하는 기구인 만큼 결코 만만치 않은 조율작업이 예상된다. 그 험로를 잘 알기에 정부도 최적의 중재자 선택에 천착을 거듭했다. 고심 끝에 낙점한 인물이 바로 대한의학회 이윤성 회장이다. 보건복지부 주무과장이 직접 연구실을 찾아 삼고초려했을 만큼 절박했다. 하지만 이윤성 회장은 너무도 흔쾌히 위원장직을 수락했다. 그는 "협의체의 중압감보다는 망가진 국격(國格)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앞섰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다음은 의료관련감염대책협의체 이윤성 위원장과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의 일문일답.
Q.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일을 적극적으로도 도모하거나 추진하는 것 보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조정하는 일에는 소질이 있다고 생각한다.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협의를 하는 과정인 만큼 합리적 대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하겠다.
Q. 위원장으로서의 역할와 각오 대단한 결과를 기대하기 보다 기존에 있는 반찬으로 상을 차린다는 생각으로 접근할 계획이다. 지금 해야 하는 일은 단기와 중장기로 나눠 실현가능하고 시급한 과제를 구분하는 것이다. 각 분야 작업반 논의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인 대책을 만들어 갈 예정이다.
Q. 우리나라 감염예방 수준은 어느 정도 개인적으로 메르스 사태 초기 매우 회의적이고 비관적으로 생각했다. 그러던 중 마가렛 첸 사무총장 만날 일이 있었는데, 한국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와 전망을 제시하는 것을 보고 좀 놀랐다. 비관적으로 생각할게 아니라 얼마나 합리적인 대책을 만드느냐가 국격(國格)이다.
Q. 의료감염 강화, 비용 수반이 필수 아닌가 물론 그렇다. 하지만 비용과 효용이 늘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도 효과가 적을 수 있고,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있다. 대표적인게 바로 문병 문화다. 메르스를 통해 문병 문화의 폐해를 절감하지 않았나.
Q. 문화가 쉽게 바뀌겠나 쉽지 않은 문제다. 과거에도 일선 병원에서 문병 문화 개선을 여러차례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그러나 최소한 꽃 반입이 금지되는 등 소기의 성과는 있었다. 작은 변화부터 시작이다. 일시적 개혁보다는 점진적 변화를 기대해야 한다.
Q. 협의체 향후 진행계획은 일단 10월15일 2차 회의, 30~31일에는 워크숍을 개최키로 했다. 생각보다 일정이 빡빡하다. 조급하지만 맞춰야 하지 않겠나. 특히 예산작업은 이번 국회가 끝나기 전에 마무리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 내후년으로 미뤄지게 된다.
Q. 9개 작업반은 상시 가동되나 그렇다. 각 분야 작업반이 대안을 만들어 오면 협의체는 정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보건복지부에서 제시한 안을 토대로 논의가 이뤄질 것이다. 의료계나 다른 직역에서도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
Q. 의료전달체계 복안이 있는지 사실 의료전달체계 해소의 뾰족한 방법이 없다. 가장 손쉬운 방법이 비용통제지만 우리나라 정서상 쉽지 않다. 돈이 없어 싼 음식을 먹는 것은 차별이라고 생각을 안하지만 몸이 아파 병원을 갔는데 비용으로 차별을 받는다는 것을 납득할 국민은 많지 않다.
Q. 이러한 결과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우리나라 국민은 이미 저렴한 의료비로 혜택을 받는 경험이 있다. 이렇게 고착되기 전에 큰 변화가 필요했지만 1970년대 이후 40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대형병원 간다는 환자를 임의적으로 통제하면 적잖은 혼란이 야기될 것이다.
Q.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협의체의 접근 방식은 모두가 수긍하는 대안이 있었다면 진작에 시행됐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번 기회를 공론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 당장은 실현이 어렵더라도 점진적 변화는 기대할 수 있다. 걸음을 자꾸 쌓아야 큰 나무가 생긴다.
Q. 의료단체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어려움 점을 모두 얘기하고 주장해야 한다. 다만 그 주장을 협의체 구성원들에게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한다. 설득 없는 주장은 무의미하다. 구성원들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대안이라면 표결을 통해서라도 결정될 것이다. 그래서 어려운 과정이다.
Q. 복지부와 의료계의 관계 정립은 복지부 역시 저수가를 인정한다. 의료계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복지부가 국민을 설득할 수 잇는 명분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단순히 어렵다는 하소연은 곤란하다. 복지부에 명분을 줘서 기획재정부와 싸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