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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의 눈과 귀를 응급실로 향하게 만들었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공식적으로 종식이 임박했다. “응급의학은 재난을 먹고 자란다”는 혹자의 말처럼 메르스는 응급의료 체질 개선의 시급성을 일깨우고 떠났다.
그런데 정작 질 향상의 골든타임을 잡은 응급의학과의 표정이 밝지가 않다. 핵심인 인력에 대한 지원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최근 대한응급의학회 차기 이사장으로 선출된 가천대 길병원 양혁준 교수(現 기획이사)의 위기감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데일리메디와 만난 양혁준 교수[사진]는 “생(生)과 사(死)의 기로에서 단 한명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려면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며 “적정인력 확보와 양질의 교육·수련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오는 2017년까지 164명으로 동결된 응급의학과 전공의 정원은 정부의 수급 불균형 해소 정책에 따라 2018년부터 장기적으로 20%까지 줄어든다.
전공의 수는 줄여야 하지만 적잖은 수련병원들은 전공의 증원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내년 신규 정원 및 증원을 신청한 병원이 46곳에 이를 정도다. 학회는 향후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정원 책정 기준 마련에 들어갔다.
현재 기준으로는 결격 사유가 없어야 하고, 수련병원 당 최대 4인까지 선발 가능하다.
증원은 한 해 1명만 가능한데 전공의 TO가 적을수록, 지도전문의 수와 내원환자가 많을수록, 수련실태조사 점수가 높을수록 우선 대상이다.
양혁준 교수는 “전공의와 전문의와의 관계, 수적인 분포가 수련 질에 영향을 미친다”며 “지금은 지도전문의가 적은 중소병원에도 TO가 많은데 평가를 통해 수련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기관에 정원을 집중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여전히 열악한 근무환경이다. 올해 추계학술대회에서 보고된 전문의 총 조사 중간결과를 보면 지난 2010년에 비해 수치상 개선은 확인됐다.
주당 근무시간은 55.7시간에서 33.8시간으로 10.9시간 감소했고, 야간당직일수는 7.9일에서 6.7일로 1.2일 줄었다. 급여도 시간당 3만3000원에서 4만9000원으로 많아졌다.
하지만 365일 24시간 가동되는 응급실 특성 상 업무 강도가 높고, 폭언·폭행 등 상존하는 생명의 위협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은 불변이다.
양 교수는 “전문의 1명 당 응급환자 적정 수가 2~2.5명으로 돼 있는데 환자 안전을 생각하면 1~2명이 최대다. 동시에 여러 명을 볼 수 없고 시간도 많이 필요하다”며 “이 점을 고려하면 권역외상센터 기준으로 전문의 1인당 환자 수가 5000명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이어 “길병원의 경우 10명으로 많은 편인데도 외상센터, 닥터헬기, 소아응급실 등 업무 감당하기에 벅차다”며 “최소 25명은 돼야 진료, 교육, 연구, 수련을 균형 있게 할 수 있다. 기준이 하루 빨리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언제 어디서나 동일한 응급의료 질 유지하려면 응급의료기금 확대해야”
그는 응급의료기금 축소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외상센터, 응급실 개선, 전공의 보조금 지급 등 그동안 응급의료 발전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논리다.
양 교수는 “도서, 산간 지역 등 아직도 응급의료가 취약한 곳이 많다. 투자를 늘리면 늘렸지 중단하게 되면 응급의료 기반을 처음부터 다시 쌓아야한다”며 “일개 과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전체 의료 질 향상을 위한 공공의료 확충 맥락에서 바라봐야한다”고 설명했다.
환자 생명을 운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어느 지역에서든 동일한 수준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응급의료 안전망을 확충을 위한 국가적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는 얘기다.
양 교수는 “사실 보조금도 얼마 안 되는 액수지만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의사들의 열정을 국가가 인정하고 지원한다는 의미가 큰 것”이라며 “아무리 업(業)에 대한 보람과 긍지로 버틴다 한들 적절한 보상이 없다면 지치지않겠는가. 투자를 늘려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병원이 인력, 닥터헬기, 권역외상센터 등 최상의 응급의료시스템을 갖추고 나서 환자 사망률을 낮추고 있다. 병원과 정부의 응급의료에 대한 투자가 만들어 내 결실”이라며 “이 같은 선례가 확산되고 유지, 발전되려면 응급의료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확대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