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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대응 및 수습 과정에서 보여준 무능함에 전문가들이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근본 원인을 민족과 국가를 잊고 직장인화된 공무원들 의식에서 찾는 이들도 있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박은철 교수(예방의학과)는 한국행정학회가 30일 '공공성의 도전과 기회: 보건의료와 사회복지의 Quo vadis(어디로 가나)?'란 주제로 개최한 기획세미나에서 정부 실책과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발시 국립보건원 산하 질병관리부를 격상, 상하관계를 뒤집으며 방역 선진국의 면모를 보였다. 하지만 12년이 지난 지금 복지에 밀린 보건 분야에 대한 정부와 보건복지부의 태도가 방역 후진국의 오명을 유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국가질병관리 역량강화를 위한 중앙정부 조직개편'을 주제로 보건부 분리를 주장하면서 공중보건 위기 대응에서 보여준 보건 및 의료체계 부실을 원인으로 지목, 지휘부의 부적절한 대응이 사건을 사태로 키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보건복지부 예산과 인력, 조직 운영철학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강한 개편의지를 표출했다.
'나라일'을 한다는 사명감이나 국가에 대한 긍지가 쇠락해가는 사회적 변화와 정부 의지에 부합하려는 공무원들의 의식이 보건의료에 대한 상대적 기피 혹은 홀대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4실 5국 12정책관으로 구성됐다. 총 소속 인력은 2013년 기준 3025명으로 본부에만 745명이 배치돼있다. 이는 2002년 425명 대비 1.8배가량 늘었다.
이 가운데 보건부문 인력은 173명에서 231명으로 58명 증가했다. 그동안 복지 부문은 91명에서 332명으로 241명 증원됐다. 전체 인력에 차지하는 비중으로 살펴보면 2002년 40.7%와 21.4%로 1.9배가량 많았던 보건분야는 해가 갈수록 비중이 줄었다.
2008년 보건복지가족부로 부처 개편 이후로는 보건분야 인력비중이 복지분야보다 낮아졌고, 2013년에는 31%와 44.6%로 격차가 1.4배 이상 벌어졌다.
분야별 예산 또한 편차가 커졌다. 2007년 보건복지부 총 예산은 18조9630억원으로 복지분야 10조2800억원(54.2%)과 보건의료 9710억원(5.1%), 의료보장 7조7120억원(40.7%)으로 구성돼있다.
하지만 2015년 현재 보건복지부 예산 53조4730억원 중 복지분야는 38조9150억원로 72.8%를 기록했다. 반면 보건의료 분야는 2조2790억원으로 4.3%, 의료보장 분야는 12조2780억원으로 23%대로 축소됐다.
이와 관련, 박 교수는 "보건의료에 대한 인력과 예산 모두 늘었다. 그러나 복지분야 예산은 보건분야에 비해 더욱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며 "보건복지부의 중심이 보건에서 복지로 이전되고 있다는 증거이자 보건의 중요성이 약화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적어도 명확히 책임소재를 가리고 복지부라 부르지말고 보건복지부 또는 건지부로 불러야할 것"이라며 "보건과 복지를 분리하고, 보건을 보건쟁책과 의료정책으로 세분화해 독립성과 전문성, 책임감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명수 의원 "의료체계나 공문원들 태도 역시 고질적 병폐"
보건복지부의 보건, 복지 이원화 외에도 이날 세미나에서는 정부의 두루뭉수리하고 불명확한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많이 나왔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양봉민 교수는 보건의료는 공공재가 아니라는 점을 들며 재화로서의 특징을 ▲불확실성 ▲정보 비대칭성 ▲공급 독점성에 따른 시장실패 모형으로 해석했다.
더불어 시장실패로 인해 발생하는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을 '공공 개입'으로 보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공급자와 환자 역할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정부의 강력한 정치력과 지도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의료체계나 공무원들 태도 때문에 방역 후진국이 된 것을 인정한다"면서 "인위적으로 끌어올리지 않으면 안되는 부분이기에 정부 정책 등 전반적이고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하나의 틀 속에서 함께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림성심대 의무행정학과 하호수 교수도 "근본적으로 건강보험체계 자체가 문제"라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보험료를 결정하는 구조 등을 예로 들며 공공성과 감염병 대응을 논하기에 앞서 기본적인 개념과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