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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요즘 우리 사회는 ‘갑의 횡포’라는 말을 자주 접한다. 특히 박근혜 정부들어 ‘갑의 횡포’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정권 출범 초기 기치로 내건 ‘부정부패 척결’이란 구호가 무색할 정도다.
‘라면 상무’와 ‘땅콩 회항’, ‘우유 폭력’ 등 권력이나 돈을 지나치게 가진 이들이 드러내는 무지몽매함에 을의 애환은 커져만 가고 있다.
상대방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엇이든 자기 본위로 재단하고 무자비하게 상대의 인격 살인을 행하는 갑질에 을은 눈물만 흘릴 뿐이다.
갑의 횡포는 비단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원과 직원, 아파트 주민과 경비아저씨 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부처 간에도 존재한다.
얼마 전 보건복지부에 예기치 않은 인사가 났다. 국가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보건의료산업 정책을 수행하는 보건산업정책국장이 전격 교체됐다.
보건의료산업화의 방점을 찍을 국제의료사업지원법 국회 통과를 위해 동분서주하던 배병준 국장 자리에 산업자원부 이동욱 국장이 선임됐다.
복지부는 술렁였다. 얼마 전 기획재정부 출신 차관에 이어 국장까지 외부 인사가 수혈되자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더욱이 배 국장이 나름 소신을 갖고 보건산업 전반적으로 정부의 정책 기조에 부합, 신성장 동력 창출에 매우 열심이었던 상황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정무직인 차관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주무국장의 외부 수혈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복지부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이번 인사를 두고 허탈감이 심하다"며 "힘 없는 부처의 서러움"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복지부 공무원들의 반감이 큰 이유는 이러한 인사에 ‘힘의 논리’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힘 있는 부처가 힘 없는 부처를 인사 통로로 활용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껏 부임한 외부 차관 대부분이 경제부처 출신이었다. 예산권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 고위 공직자들이 복지부를 거쳐 갔다.
예산 규모는 17부 3처 17청 중 상위 3위를 차지할 정도로 막대하지만 예산의 역학관계로 인해 정부부처 간 파워게임에서는 늘 힘을 쓰지 못했던 복지부였다.
물론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행정능력 제고 차원에서 각 부처 간 파견을 나가기도 한다. 복지부 역시 외교부, 기재부, 교육부 등에 파견을 보낸다.
하지만 이번 보건산업정책국장 인사는 통상적 교류가 아니다. 더욱이 경제부처 출신의 낙하산 인사는 복지부 공무원들에게 ‘갑의 횡포’라는 반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권력을 지닌 갑의 횡포가 막강하면 을의 힘은 약화돼 갈등이 증폭되기 어렵다. 반대로 갑의 행위가 정당하지 못하면 을의 반란 강도가 높아져 갈등은 증폭된다. ‘갑의 횡포’에 맞선 ‘을의 반란’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보건복지부는 늘 기획재정부 등 타 부처에 치여왔다. 그 만큼 애환도 컸다. 그렇다고 ‘을의 반란’을 꿰하기에는 ‘정부’라는 정체성의 한계가 너무 명확하다. 복지부의 애환은 그래서 더 클 수 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