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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외상 환자의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케 한 병원이 1심에서 이겼으나 항소심에서는 졌다.
2심이 원심과 달리 의료진이 검사와 경과관찰을 게을리 하고 적극적인 응급처치를 취하지 않아 환자가 장관 파열 및 혈복강으로 사망하게 됐다고 판단한 결과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판사 이대경)는 최근 망인의 부모가 G의료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은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지만 고법은 G법인의 책임을 일부 인정, 956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음주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낸 망인은 119에 의해 G법인 산하 Y병원에 후송됐다. Y병원은 공휴일과 야간에 당직 전문의가 근무하는 지역응급의료기관이지만 이날 당직의사는 일반의 한 사람이었다.
저녁 7시 25분 경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망인은 만취했지만 정신은 명료한 상태로 안면부에 다발성 찰과상과 눈썹 부위 열상, 앞가슴과 허리 통증을 호소했다. 저혈압과 빈맥도 나타났다.
의료진은 40여분 뒤인 8시 13분경 머리 부분에 대한 CT촬영을 실시했다. 50여분 뒤 망인이 복부통증을 호소하자 의료진은 혈압과 맥박을 재고 다시 10여분 뒤인 9시 11분부터 복부CT촬영과 혈액검사를 연이어 실시했다.
당직의는 복부CT판독 후 장파열 및 혈복강 가능성 있다고 판단, 망인을 응급 수술이 가능한 한양대구리병원으로 10시15분 경 전원조치 했다. 구급차에는 응급구조사 1명만 탑승했다. 이송 도중 의식 정지와 심정지가 나타났다.
구리병원 도착 당시 망인의 맥박은 측정되지 않는 상태였다. 다음날 새벽 12시32분 경 이 병원 소속 의료진이 망인의 아버지에게 수술 필요성 설명했지만 소생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수술을 거부했다. 두 시간여 뒤 혈복증 등으로 상태가 위중하다고 알리자 망인의 아버지는 수술을 요청했다.
10분 후 의료진은 '소장 파열에 의한 복막염 및 혈복강 지속 상태'로 수술 도중 사망 가능성 높음을 알리고 DNR(환자 심폐기능이 멈췄을 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지 않는 것에 대한 동의서)에 대해 설명했으나 이해하지 못했다.
1시간여 뒤 도착한 망인의 어머니 역시 수술을 거부했고, 보호자끼리 상의한 뒤 DNR을 작성했다. 망인은 중환자실 있다가 사망 임박하자 다시 Y병원으로 이송된 후 숨을 거뒀다. 직접적 사인은 장관파열 및 혈복강이었다.
망인의 부모는 G법인에 4억3100만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은 “망인이 음주 측정에 불응해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기 때문에 검사, 의료행위가 원활히 실시되기 어려웠다”며 “저혈압과 빈맥 등 출혈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는 증상이 있긴 했지만 내원 당시 복부 통증을 호소하지 않았기 때문에 CT촬영이 늦어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전원 시 응급구조사가 동승했고 제세동기를 이용해 망인에게 응급소생술을 시행했다”며 “응급구조사 동승시키지 않는 등 응급환자 안전한 이송에 필요한 의료기구와 인력 제공하지 않았음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없어 원고 주장을 기각한다”고 밝혔다.
2심은 환자의 손을 들어줬다. 검사 및 경과관찰이 늦어진 책임이 의료진에게 있다는 판단이다.
서울고등법원은 “교통사고 외상 환자에게 저혈압과 빈맥이 나타날 경우 흉강, 복강 또는 골반강 내 출혈에 의한 저혈량성 쇼크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외상초음파, 단순방사선 검사, CT검사 등 필요하다”며 “그런데 의료진은 1시간 이상이 지나서야 출혈 가능성에 대한 흉부CT 촬영과 혈액검사를 실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원 당시 혈압이 정상적이라 볼 수 없었고 설령 병원 주장대로 경찰과의 실랑이로 활력징후 측정이 지연됐더라도 의식 상태는 명료했다”며 “1시간이 지나서야 기본적인 활력징후를 측정한 것은 그 자체로도 경과 관찰을 게을리 한 과실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원 과정에서도 응급구조사가 한 명 밖에 탑승하지 않아 망인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필요한 처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바라봤다.
고법은 “응급구조사는 직접 운전을 했고 이송 도중 망인에게 심정지가 나타났을 때 차를 세우고 심폐소생술을 했을 뿐 기관 삽관이나 다른 처치를 지속하지 않았다”며 “망인의 상태가 악화되고 있었다면 의료진을 동승시켜 적극적 처치를 했어야 했다”고 짚었다.
다만 “복부외상은 다른 부위에 비해 지연진단 가능성이 있고, 전원된 병원에서 수술을 권유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거부로 시간이 지체돼 망인 상태 급격히 나빠져 수술을 포기하게 됐다”며 “또한 Y병원이 지역응급의료기관이라 인적, 물적 의료설비가 부족한 점 등을 감안해 피고 책임을 20%로 제한한다”고 판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