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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조사에서 요구한 서류를 애초부터 작성해 두지 않았다 하더라도 업무정지 처분 대상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요양기관들의 의도적인 자료 미제출 행태에 일침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고등법원 제5행정부(부장판사 성백현)는 의약분업 예외 지역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A약사가 복지부장관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 및 의료급여 기관 업무정지 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1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약사가 운영하는 약국은 연간 20만개 이상의 스테로이드를 제약사로부터 공급받아 의약분업 예외지역 기관 중 실적 상위에 속해 복지부 현지 조사를 받았다.
복지부는 위법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판단 근거가 되는 자료를 모두 요구했으나 A약사는 조제기록부 일부만 제출했다. 이에 A약사는 복지부로부터 서류 제출 명령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업무정지 처분 1년을 받았다.
A약사는 “애초부터 해당 서류를 작성하고 보관하지 않은 이상 서류 제출 명령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 제13부(부장판사 반정우)는 “제출 명령 위반 행위는 대상 서류가 존재할 때만 성립 한다”며 약사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1심과 판단을 달리했다. 서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A약사의 일관성 없는 주장이 발목을 잡았다.
재판부는 “현지조사 당시에는 급여비 청구가 선택인 줄 알고 서류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가 소장에는 의약분업 예외지역이라 급여비용 청구가 불가능한 줄 알았다고 말을 바꿔 그 자체로 신빙성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2심은 A약사가 고의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바라봤다.
재판부는 “처방전 없이 오남용 우려 의약품을 판매했거나 본인부담금을 과다하게 징수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관련 조사를 방해하거나 회피하기 위해 일부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을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특히 설령 서류를 작성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미제출 행위 자체만으로도 업무정지 처분 대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원고 주장대로 서류를 작성, 보존하지 않은 이상 제출 의무가 없다면 요양기관이 서류 제출 의무를 회피하고 요양급여 부적정하게 운영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관계 서류 작성, 보존하지 않은 것을 방지할 방법이 없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서류 제출 명령은 허위, 부당청구 여부 등에 대한 판단의 근거 자료로 활용해 건보 및 의료급여 재정 보호하고 요양급여 적정성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명령 위반 시 1년 업무정지 처분을 하는 것은 행정 당국의 사후 통제를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