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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삶의 질 향상과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제도적 활성화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 철학을 바탕으로 회복이 불가능한 만성질환자의 보건의료제도는 이제 '환자의 질환치료와 관리' 중심의 관점에서 '질환을 가지고 있는 인간의 일상생활 영유와 삶의 질 향상'으로 목표를 전환해야 할 때가 도래했다.
이에 호스피스 완화의료 개념을 우리나라에서 회복이 불가능한 만성질환에 대한 보건의료체계에 어떻게 적용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호스피스는 회복이 불가능한 말기환자와 가족의 신체적·심리사회적·영적인 문제에 대해 전문 보건의료인과 자원봉사자에 의해 제공되는 전문적인 의료와 돌봄을 말하는데, 질환의 증상관리와 전인적 돌봄을 통해 평안, 존엄을 유지하며 마지막까지의 삶의 질을 높이고 평화로운 죽음을 갖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개념은 1990년대 후반경에 완화의료(palliative care)로 발전했는데, 세계보건기구(WHO)는 완화의료를 호스피스적 철학을 가지고 돌봄을 제공하되 그 시기가 단지 말기가 아닌 대상 질환의 진단 초기부터 질환 조절치료와 통합돼 제공돼야 하는 접근으로 보편화시켰다.
WHO에서 제시하는 완화의료의 대상 질환은 암, HIV감염/후천선 면역결핍증, 만성호흡부전, 당뇨, 간경변증 알츠하이머 치매와 기타 치매, 급사를 제외한 심혈관질환, 신부전증, 다발성경화증, 파킨슨병, 류마티스 관절염, 약제 저항성 결핵 등이 있으며, 크게는 암질환과 비암성질환으로 구별하는데 이에 따라 접근방식을 달리해야 한다.
여기서 완화의료 대상질환은 자살과 사고 등 사고사와 폐렴 급성질환을 제외한 우리나라 사망원인이 되는 질환의 약 80%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비암성 완화의료 대상질환은 치료 중단이라는 개념이 암처럼 명확하지 않다.
의학이 발전하면서 질환의 유병기간이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20년까지 길어졌으며, 질환조절을 위한 치료가 항암제나 방사선치료와 다르게 비침습적이고 부작용도 적으며 증상 조절적인 효과도 있어 다양한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에서 비암성 완화의료 대상질환에서는 말기라는 진단을 여명 6개월로 규명하고 호스피스제도를 시작했으나, 6개월의 여명에 대한 진단기준이 불분명하고 기간연장요구를 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제도적 딜레마에 빠지고 있다.
결국 이 같은 이유로 비암성질환에 대해서는 말기에 집중된 호스피스개념보다는 질환진단 초기부터 치료와 통합되는 완화의료적 접근을 제도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2014년 세계보건총회에서 선언되기에 이른다.
이에 비암성 질환은 긴 유병기간과 임상적 특성으로 인하여 질환의 진단 초기부터 장기요양제도내에서 보편적 완화의료적 접근(palliative care approach)을 함께 제공할 수 있는 모델로 구축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한 예로, 영국에서는 치매에 대한 완화의료에 대한 NICE guideline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제시한다. 완화의료의 주요내용은 치매환자의 증상조절과 tube feeding이나 DNR, 입원거부 등에 대한 사전의료계획(advance care planning)을 조기에 수립하는 것이며 이를 질환의 진행단계에서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또한 노인들의 복약목록을 관리해 약물 부작용이나 의인성 질병을 최소화하며 치매 이외의 배뇨기능장애나 시력저하, 청력저하 등 노인성 질환을 치료하고 가족들의 장기적인 환자돌봄으로 인한 경제상황 악화와 건강부담에 대해 사회복지적 지원을 하고, 노인학대를 예방하며 임종돌봄에 대한 교육을 시행하는 식이다.
이런 돌봄의 대부분은 지역사회에서 환자 거주장소 중심으로 환자가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가운데 보건과 의료가 통합적으로 제공된다. 이를 Holistic care라 일컫는데, 치료와 사회적 돌봄이 복합적인 패키지(compex package of treatment and social care)로 제공된다. 호스피스 기관에 입원을 하거나 특화된 완화의료팀에 의한 돌봄은 1% 미만으로 제공되게 된다.
반면 이제껏 '암'은 정복의 대상이었으며, 질환조절과 완치를 위하여 보건의료의 역량을 집중해왔다. 고통은 감내해야 하는 것이었으며, 죽음은 치료의 실패로 받아들여져 의료인이나 환자와 가족이 이에 대해 말을 꺼내는 것은 금기시 되곤 했다.
암 질환의 치료는 질환조절을 위한 항암치료와 방사선, 수술과 통증 등 증상관리를 위한 치료로 명백히 구별이 된다. 암의 치료 중에 일부는 다발성 전이와 항암제의 불응성, 전신상태 악화로 더 이상 질환조절의 치료를 못하는 시기가 오는데 이를 '말기'라고 한다.
암은 비암성질환과 달리 말기 이전까지는 활동도와 의식정도가 잘 유지되는 편이나, 말기 상황에서는 급격히 악화돼 평균적으로 1달 안에 사망에 이르는데, 완치를 목표로 하고 있던 환자와 가족에게는 이러한 말기상황은 받아들이기 힘든 엄청난 충격이 된다.
말기암환자는 극심한 통증을 비롯해 오심, 구토, 복수, 흉수, 출혈, 악성상처 등 의학적 중증도도 증가되며 심리적 불안과 우울도 높아 이를 위해서는 별도의 특화된 호스피스완화의료팀에 의해 집중적으로 돌봄을 받아야 한다.
결국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삶의 마무리에 대한 연명의료의 결정 및 임종 문화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죽음은 자연스러운 삶의 한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심폐소생술 등 연명의료가 발전하면서 이의 시행과 적용에 있어 윤리적 갈등상황이 발생한다.
여기에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증상관리와 환자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매우 적극적인 의료행위이며 연명의료를 포기함으로 주어지는 대체의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호스피스완화의료와 연명의료 결정에 대해서 적용대상과 결정의료종류, 결정시점, 적용시점에 대한 차이를 인식해야 한다.
현재 정부가 연명의료 관련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적용대상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이며, 적용시점은 '임종과정'이고, 결정사항은 심폐소생술 등 '연명의료'에 대한 시행여부다. 그리고 그 결정은 임종과정 이전에 이뤄져야 하는데, 가능하면 건강할 때부터 시행하도록 권장한다.
연명의료에 대한 결정이 중요한 이유는 개인이 임종의 질에 대해 준비하고 생각할 때, 삶의 목표를 재조명하고 삶에 대한 가치를 깨닫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보건의료의 대상이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앞으로는 그 사람의 죽음까지 포함하는 확장된 개념으로 변화해야 할 시기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개인과 가족부담 중심의 말기 돌봄에 대해 외면해왔으며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죽음'이 무엇인지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없었다. 서방국가에서 주장하는 '가정임종'이 '과연 우리나라에도 정책목표가 되는가'라는 합의도 없었으며, 국가의 방향을 논의하는 장도 없다.
바람직한 죽음에 대한 공감이 마련되고, 이를 준비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이 생존하고 있는 모든 국민에게 제공돼야 한다.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정착은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기반이며 연명의료 결정에 대한 제도화는 임종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필수적이다. 죽음은 더 이상 보건의학적 실패의 지표가 아닌 질적으로 관리를 받아야 할 대상이다.
질환 치료중심의 관리체계를 확대하여 완화의료적 접근(palliative care approach)과 통합된(integrated) 전인돌봄(holistic care)이 완화의료 대상 질환자에게 제공될 때, 진정한 삶의 질 향상과 죽음의 질 보장이 가능할 것이다.
고령화 시대에 완화의료 대상질환에 대한 체계적인 질환관리모델의 성립과 각 복지와 의료자원의 역할분담,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인력양성과 기관육성 등의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
이제는 '치료와 생존율'의 성과 중심적 목표를 넘어 가치 중심의 완화의료적 접근을 통한 '삶의 질' 향상과 '바람직한 죽음상'에 대한 논의가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