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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이후 지금까지 의원 중심인 대한민국 의료체계를 전문의사 시대에 맞게 병원 중심으로 전환해야한다. 미국식 개방형 병원모델을 의료 공공성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도입해야 한다."
이는 지난 14일 열린 '보편적 건강보장을 위한 국제회의'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이 기조연설 과정에서 발언한 내용이다. 또한 미국과 우리나라 양국의 임상현장을 모두 경험한 정의화 의장의 평소 지론으로 알려졌다.
정 의장은 국내 여건에서 의료시설 및 병상을 공유해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의료진의 전문성을 유지・제고하는 한편 환자와 의사 간 신뢰를 유지하면서 의료전달체계를 보다 굳건히 할 수 있다고 믿는 모습이다.
실제 의장실 관계자는 "개방병원에 관한 내용을 포함해 해당 연설문을 직접 작성했다"며 "평소 미국식 개방형 병원모델, 일명 '어텐딩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고 전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정 의장이 국내 의료체계에 이를 접목할 경우 의료의 공공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왔다.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도 도입이 가능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자료 수집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개방병원 15년간 90개소 등록…미국식 운영은 사실상 '0'
이에 의료계 관계자들은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이미 법적으로 허용돼있으며 일부에서는 시설을 공유하고 있지만 수익성과 제도적 완성도, 활성화를 위한 정부지원 등이 부족해 실패했다는 평가다.
실제 의료법 제39조는 의료인이 다른 의료기관의 장이 동의할 경우 그 의료기관의 시설 및 장비, 인력 등을 이용해 진료할 수 있으며 의료기관의 장 또한 필요하다면 외부 의료진의 진료를 허용하는 등 '시설의 공동이용'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개방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은 시범사업을 시작한 2001년 34곳에서 15년이 지난 2015년 90곳으로 56곳이 늘어나는데 그쳤다.
더구나 그나마도 대다수는 공공의료원 등 국공립병원이며 2009년 복지부의 활성화대책 발표 후 척추병원을 중심으로 그 수가 조금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들 90개 기관이 여전히 당초 정부가 구상한 '미국식'과는 거리가 먼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개방병원을 도입했다는 병원수도 2001년 시범사업에 참여한 기관부터 갱신 없이 지금까지 누적된 수치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 개방병원으로 등록된 한 병원 관계자는 "2001년 시범사업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별다른 신청 없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라며 "현재 개원의들의 진료 및 수술, 회진 등이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외국 의료진들 혹은 대학병원들의 병원 내 협진 및 연수, 수술 참여 등을 합법화하는 정도로 활용되고 있다"며 "미국식 개방병원 형태로 운영되는 곳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병원들 "방향은 맞지만 현실적 과제 산적"…추가 논의 필요성 대두
이에 대해 한 병원 관계자는 "미국식 개방형 병원은 현실적으로 국내 의료환경에서 적용할 수 없는 제도"라며 "진료에 대한 수가 책정부터 의료사고 등에 대한 책임소재, 환경 및 인식 문제 등 도입을 위해 풀어야할 것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원협회 윤용성 회장도 "개방형 병원이란 개원의들이 병원 시설을 이용해 치료하는 제도"라며 "수익과 크게 관계가 없는 병원에서는 도입이 가능하겠지만 민간 주도의 병원 소유구조인 현실에서는 제대로 시행되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송한승 부회장도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는 말은 좋지만 도입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의원들도 병원급 장비를 갖추고 경쟁하는 상황인데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개발, 확산, 발전의 고리를 끊어 뒤로 돌리는 정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환자 정서상 시설을 갖추지 못했거나 낙후된 곳을 찾지 않을뿐더러 최신의 다양한 장비를 구비해 한 번에 서비스가 가능한 대학병원으로 발길을 옮길 것"이라며 "현실성이 결여된 이상향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대한병원협회 라기혁 이사는 의원의 입원실을 없애는 것을 전제로 "외래와 입원진료, 중증질환 치료 및 연구로 구분되는 의료전달체계 확립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력수급 및 유지비용, 환자안전 측면에서 공감하는 기관들도 있다"며 "미국식 개방형병원 모델을 활성화하기위한 구체적인 논의와 수가체계, 세부기준 등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해 일부 긍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