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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 상태서 의료진 폭행하고도 뇌출혈 핑계 환자
1심 이어 2심 "사리 분별 못할 만큼 출혈 심하지 않아 벌금 100만원"
[ 2016년 01월 17일 20시 00분 ]

사법부가 뇌출혈로 인한 판단력 저하로 의료진을 무차별 폭행한 죄를 면하고자 했던 환자에게 유죄를 내렸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수일)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된 회사원 전모씨(33세·남)의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벌금 100만원형을 선고했다.

 

술을 마시다 뇌진탕 사고를 당해 경막하출혈이 발생한 전씨는 새벽 3시에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응급의료센터에 실려 왔다.

 

이 병원 의사 성모씨는 전씨가 엑스레이 촬영 중 몸을 움직여 방사선사와 실랑이를 벌이자 환자의 몸을 고정시키기 위해 양 다리를 잡았다.

 

전씨는 술에 취해 아무런 이유 없이 의사의 안경이 벗겨질 정도로 머리채를 잡고 세게 흔들었다.

 

전씨는 응급의료 종사자의 의료 행위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 벌금 100만원형의 유죄를 선고받은 그는 판결에 불복해 곧바로 항소했다.

 

전씨는 “뇌출혈 등으로 사물을 분별할 능력이 없고 판단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폭력을 저질렀기 때문에 죄가 없다”며 “벌금 100만원 형은 죄에 비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판례(1999. 8. 24. 선고 99도1194 판결)에 심신미약자는 법관 판단에 따라 범죄 책임을 한정해 형을 감경할 수 있다.

 

▲정신박약 ▲신경쇠약 ▲히스테리 ▲노쇠 ▲알코올중독 ▲경증의 정신병질 및 경한 운동장애 등이 보통 심신 미약 사유로 인정된다.

 

2심 재판부는 전씨가 범행 당시 사물을 분별하고 의사 결정을 할 능력이 있다고 바라봤다.

 

재판부는 “당시 전씨는 뇌출혈이 경미해 수술이 필요할 정도는 아니었고 오히려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의사를 폭행한 것”이라며 “형벌을 경감할 정도로 심신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시했다.

 

한편, 최근 대한응급의학회지에 게재된 ‘응급실 폭력과 폭행대응의 이해 및 변화조사’에 따르면 서울·경기·인천지역 수련 병원 30곳에서 근무하는 응급의학과 전공의 10명 중 9명꼴로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236명 중 폭력을 당한 적이 없는 전공의는 18명에 불과했다. 언어폭력이 201명(85.2%)으로 가장 많았으며 신체적 위협 140명(59.3%), 신체적 폭행 59명(25.0%) 순이었다. 

김성미기자 ksm6740@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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