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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선고를 받은 A(여・36)씨는 순간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인 첫째와 이제 갓 태어난 둘째가 떠올라서인지 한동안 말문을 열지 못했다.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못한 채 한동안 허공만을 바라보던 그녀가 겨우 꺼낸 한 마디는 "얼마나 살 수 있나요?" 였다.
그리고 이 같은 질문을 던지는 이들이 비단 A씨만은 아니다. 의사로부터 암에 걸렸다는 말을 들은 대다수 환자들의 첫 마디는 잔여생존 가능일수에 대한 물음이다.
하지만 그동안 의료진들은 이 같은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하지 못했다. 할 수 있는 말이라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암종별 평균생존율 정도였다.
그 때문인지 환자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막연한 기대 혹은 절망에 빠져 잘못된 선택을 하거나 남은 시간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의료진들 또한 경험적으로 환자치료 전략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평균이 아닌 개인별 맞춤 생존율을 계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적어도 간세포암종에 있어서 만큼은 빠르면 다음 주부터 환자 연령과 간 기능, 종양 갯수 및 크기, 혈관침습과 전이여부, 알파태아단백수치 등을 바탕으로 1~5년까지 생존율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간암센터 박중원 박사[사진]가 최근 간암 환자들의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간세포암종 환자의 한국형 생존 예측모델(K-MESIAH. 케이메시아)'을 개발했다.
이는 2012년 박 박사를 중심으로 한 암센터와 미국 메이요클리닉(Mayo Clinic)이 공동 개발한 간세포암종 예후 예측 모델 '메시아(MESIAH)'를 국내 실정에 맞게 변형한 것이다.
실제 케이메시아를 공동 개발한 암센터 남병호 박사와 서울대 정숙향 교수 연구팀이 암센터 및 분당서울대병원 간암환자들을 대상으로 검증한 결과 1년 생존율 83%, 3년 생존율 80%, 5년 생존율 80%의 정확도로 예후를 예측해냈다.
이와 관련, 박 박사는 "간세포암종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진료 가이드라인에 따른 치료를 한다는 전제 하에 더욱 우수한 예측을 기대할 수 있다"며 "의사들이 치료전략을 세우고 환자들이 미래를 준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비 올 확률 90%인데 소풍 가시겠습니까?"
박중원 박사가 설명한 케이메시아 모델은 말 그대로 한국형이다. B형간염 등 국내 간 질환자에게 많이 발생하고 나타나는 요소들에 가중치를 둬 기존 메시아 모델보다 예측력과 설명력을 높였다.
그리고 인생을 설계하는 보다 정확해진 도구다. 박 박사의 말을 빌면 '우리나라 기후에 맞춘 일기예보'다. 일기예보에 따라 외투를 입고 우산을 챙기는 것처럼 암을 극복하거나 삶을 정리하는데 보다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일기예보에서 내일 비가 온다고 할 때 소풍을 준비하는 이들은 줄어든다. 선택은 개인의 몫이지만 가능성의 정도에 따라 많은 이들이 최악의 상황이나 예고된 위협을 피하기 위한 판단을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를 결정함에 의료진이 답을 회피하거나 막연하게 얼버무려서는 안 될 것"이라며 "환자들과 그 가족이 남은 삶과 사후를 계획함에 방향을 제시해야할 의료진들에게 케이메시아가 맞춤형 정보가 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박사는 "가이드라인에 근거한 치료와 진단을 바탕으로 설계된 프로그램인 만큼 암환자 생존에 대한 기준점이자 새로운 치료법과 발전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위암을 비롯해 여타 암 종에서도 개발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한편, 케이메시아 프로그램에 관한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플로스 원(Plos One) 2015년 10월호에 게재됐으며, 이를 활용한 예후예측은 국립암센터와 대한간암학회 홈페이지에서 다음 주 중 가능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