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약물을 투여한 의료진의 과실 때문에 뇌출혈이 악화됐다고 주장하며 병원에 7억4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환자가 1, 2심에서 모두 패했다
병원이 역으로 제기한 진료비 소송에서도 이기면서 환자는 손해배상을 받는 대신 진료비 500만원을 지급하게 됐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부장판사 이대경)는 최근 환자 A모씨가 B대학교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본소)과, B대학병원이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진료비(반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A씨는 지난 2012년 1월 어지러움, 두통 , 실신 증상으로 B병원을 찾았고 뇌 CT검사 결과 좌측소뇌 실질 내 및 지주막하출혈이 발견됐다.
15분여 뒤 A씨가 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구토까지 하자 의료진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인 케로민 30mg을 근육 주사했다.
케로민 주사를 맞고 난 뒤 환자는 의식이 급격히 저하돼 반 혼수상태에 이르렀다.
의료진은 즉시 산소를 공급하면서 심전도와 산소포화도를 모니터링 했고, 이후 기관 내 삽관을 시행하고 인공호흡기를 적용했다. 환자의 활력 징후가 어느 정도 안정된 후 뇌CT 검사를 다시 실시한 결과 뇌출혈 악화 소견이 관찰됐다.
의료진은 곧바로 후두골절개술 및 혈종제거술, 경막성형술을 시행했다. 환자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긴장성 기흉이 발생해 의료진은 기관절개술을 시행했다.
수술 종료 4시간 후 환자의 체온은 37.7도로 측정됐고, 이후 약 한 달 동안 지속적으로 고열 증상이 나타났다. 균 배양검사 시행한 결과 환자의 객담에서 아시네토박토 바우마니균과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이 발견됐다.
한편, 퇴원 이후 뇌혈관조영술 및 뇌 엠알아이(MRI) 및 엠알에이(MRA) 검사한 결과 환자의 뇌출혈은 선천성 질환인 뇌동정맥기형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환자와 그 가족은 의료 과실을 주장하며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환자 측은 “국내외 의약품 정보에 따르면 뇌출혈, 기관지천식 환자에게 케로민은 금지 약물”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은 초회 권고용량의 3배인 30mg의 케로민을 투여했고, 이로 인해 뇌출혈이 악화돼 현재 뇌손상에 이르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객담배양검사에서 검출된 균은 병원 내 감염의 주요한 원인균으로 수술 중, 수술 후 감염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했음에도 감염 관리 소홀한 과실이 있다”고 덧붙였다.
병원 측은 “국내외 자료에서 케로민 근육주사 권고 용량은 30~60mg이다. 케로민 투여로 뇌출혈이 악화된 것이 아니라 환자의 뇌출혈이 진행된 결과”라며 “모든 침습적 처치 시 무균적 방법을 취하는 등 환자가 균에 감염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며 맞섰다.
그러면서 병원은 소송을 진행하는 도중에 환자를 상대로 수술 및 입원 치료비 지급 소송을 냈다.
1심은 두 소송에서 모두 병원 손을 들어주며 환자에게 진료비를 납부할 것을 주문했다. 환자는 2심에 기댔지만 이 재판부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는 이전에도 이미 여러 번 케로민을 투약 받은 바 있고, 30mg 투여로 출혈이 증가했다는 보고는 현재까지 없다. 미국 FDA도 60mg을 1회 또는 30mg을 6시간마다 투여하도록 하고 있다”며 “케로민 투여로 인해 뇌출혈이 악화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일반적으로 감염 발생으로 인한 발열증상 등은 수술 후 3일 이후에 나타난다”면서 “A씨처럼 중추신경계 수술을 받은 경우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의료진이 감염 관리를 철저히 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100% 예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