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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사성 근막염을 제 때 진단 및 치료하지 못해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과실로 법정에 선 의사가 네 번째 재판 끝에 무죄를 선고 받았다. 파기환송심이 환자 손을 들어 준 2심 판결을 뒤집은 결과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부장판사 이대경)는 망인 A씨 유가족이 의사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A씨 유가족은 원고 일부 승소 결정한 2심 판결에 따라 지급받은 8241만원을 B씨에게 되돌려주라”고 주문했다.
10년 전부터 당뇨를 앓던 A씨는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한 후 시작된 왼쪽 허벅지 안쪽 부위의 통증이 계속되자 B씨가 운영하는 신경외과의원에 내원했다. 내원 당시 A씨의 혈당 수치는 428mg/dl로 기준치인 80~110mg/dl을 훨씬 초과한 상태였다.
B원장은 A씨 다리 안쪽 근육이 파열된 것으로 진단했다. 진통제와 소염제를 주사하고 전기 치료 및 저주파 물리 치료를 시행한 후 환부를 테이핑해 귀가조치 했다.
이후에도 통증이 계속되고 멍과 출혈이 발생하자 A씨는 다시 의원을 찾았다. 좌측 허벅지 안쪽 피부 일부가 청색으로 변하고 수포가 터져 피부 표피층이 손상된 상태였다. 혈담 측정 결과 수치가 586mg/dl로 내원 당시보다 높았다.
B원장은 평소 복용하는 약을 확인한 뒤 혈당강하제인 글리민정 2명을 처방했다. 그러나 좌측 허벅지 부위 부종이 심해지고 부분적 괴사가 진행되자 A씨 보호자에게 상급병원 전원을 권유했다.
몇 시간 후 환자 혈당 측정치가 369mg/dl로 다소 낮아졌다. 이에 B원장은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해 다음 날 인천 소재 상급병원으로 옮기기로 하고 야간당직 간호사에게 글리민 1정을 추가로 투약할 것을 지시하고 퇴근했다.
그날 새벽 1시 A씨는 갑자기 통증을 호소했다. 당직 간호사는 B원장의 전화 지시에 따라 진통제를 주사했다. 망인의 신체활력징후를 측정하거나 환부 상태 변화는 확인하지 않았다.
네 시간 뒤인 새벽 5시 A씨는 병실 바닥에 엎드린 채 쓰러져 있다가 병문안을 온 직장 동료에 의해 발견됐다. 119 구급대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사망한 지 오래 지난 상태였다. 부검 결과 사인은 괴사성 근막염과 그에 따른 패혈증으로 추정됐다.
A씨의 유족은 B원장이 괴사성 근막염을 제대로 진단 및 치료하지 않았고 이후의 응급 처치 과정도 부실했다고 주장하며 손해 배상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B씨가 당뇨 치료를 미흡하게 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사망과의 인과 관계를 인정하기 어렵고, 당시 A씨를 상급병원으로 즉시 옮겨야 할 만큼 응급상황이 아니었다고 판단된다”며 의사 편에 섰다.
항소심은 1심을 깨고 유족 일부 승소 취지의 판결을 해 손해 배상금으로 7000여만원을 책정했다.
2심 재판부는 “개인병원 특성 상 정밀 정확한 진단을 위한 추가 검사나 적절한 치료법을 강구하기 어려웠다면 즉시 상급병원으로 전원시켰어야 했다”며 “그러나 B씨는 A씨의 혈당 수치가 다소 낮아졌다는 이유로 상처 부위 드레싱과 혈액검사 등 기본적인 처치와 검사만 시행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환자가 입원한 지 하루 지나지 않아 패혈증으로 진행돼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하더라도 A씨가 상급병원으로 옮겨져 괴사성 근막염에 대한 광범위한 치료와 처치를 받았다면 사망이라는 악결과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3심에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대법원이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다시 심리할 것을 주문한 결과 파기환송심재판부는 의사의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A씨의 백혈구 수치는 사망 전날까지 정상이었고 특히 사망 직전까지 걸어다닌 점 등을 고려할 때 주된 사인이 근막염으로 인한 패혈증일 가능성보다는 심장성 돌연사나 관상동맥질환으로 인한 돌연사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패혈증으로 사망했음을 전제로 괴사성 근막염을 진단하지 못한 의사 과실로 A씨가 사망했다는 유족 측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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