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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AlphaGo)’와 천재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의 대결이 연일 화제다. 인간만이 가질 수 있다고 믿었던 ‘직관’과 ‘창의성’을 모방한 인공지능(AI)의 모습에 전 세계가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
AI와의 대결에서 연패하던 이세돌 9단이 지난 13일 4국에서 첫 승을 거두자 이를 지켜보던 관중들은 안도했다. 하지만 인간 고유 영역을 넘보는 AI에 대한 두려움은 진행형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달 시민 10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진격하는 로봇 : 인간의 일자리를 얼마나 위협할까’라는 주제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라는 응답이 86.6%에 달했다.
미래에 다수의 일자리가 AI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은 ‘AI 포비아’를 확산시키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직업의 미래’라는 보고서를 통해 로봇과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4년 뒤 7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00만개가 새로 생겨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자리 걱정에서 의사도 자유롭지 만은 않은 모습이다. 미국 유명 벤처 투자가 비노드 코슬라 (Vinod Khosla)는 이미 수 년 전 “AI기술의 발달로 미래 의사의 80%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현재 AI가 가장 활발히 적용되는 분야 중 하나도 의료다.
구글 리서치 그룹 제프 딘 수석연구원은 1국 직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한 대학과 질병 진단 및 치료에 딥러닝을 적용하는 프로젝트를 공동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 구글은 영국 공중보건국(PHE)와도 맞춤형 치료법을 제시하는 서비스를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현장에서 환자들을 진단하고 있는 ‘AI 의사’도 있다. IBM 왓슨은 미국 MD앤더슨 암센터,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 암센터 등에서 의사들에게 암 진단 및 치료 조언을 해 주고 있다.
미국종양학회에 따르면 왓슨의 진단 정확도는 대장암 98%, 직장암 96%, 방광암 91%, 췌장암 94%, 신장암 91%, 난소암 95%, 자궁경부암 100%다.
이쯤 되자 의사들로서는 한계를 모르고 진화하는 AI가 달갑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동료 교수들 사이에서 은퇴하기 전까지 로봇과 경쟁할 날이 오지 않기만을 바란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모 의대 2학년생은 “미래 의사는 AI를 보조하는 역할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를 전했다.
수 주일에 걸쳐야 분석 가능한 방대한 정보를 단 5분 만에 처리하는 AI의 능력은 의사들에게 분명 위협적이다. 하지만 ‘AI가 의사를 대체한다, 아니다’를 논하며 낙담할 필요는 없다.
AI가 내놓은 치료법을 환자에게 시행할지 말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권한을 어디까지 부여할 지를 정하는 것은 결국 인간인 의사의 몫이기 때문이다.
의사결정권자로서 AI와 상호 보완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방식을 찾으면 될 일이다.
감정이 없는 AI는 절대 불가능한 영역도 있다. 환자와의 소통과 교감이다. AI와의 역할 분담으로 미래 의사들은 ‘3분 진료’에서 환자와 눈을 맞추는 시간이 늘어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던 ‘인술’을 실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AI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읽을 수는 있어도 행하지는 못한다. 알파고로 촉발된 ‘AI열풍’이 의사의 새로운 역할 정립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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