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지난해 서울고법(재판장 황병하)은 한의협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한의협 패소 판결을 내렸고, 대법원 역시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각 판결을 비교해본 결과, 집단휴진에 대한 '협회의 강제성 여부'가 다른 결과를 불렀다는 해석이 나온다.
2014년 3월, 원격의료도입 등 정책에 반대해 개원의와 전공의들이 집단휴진에 나섰다.
재판부는 "의협이 찬반투표로 휴업을 결정하고 일부 회원들이 휴업한 것은 의료서비스 제공자인 의사들이 의료소비자와의 의료서비스 거래를 거절하거나 제한한 행위에 해당할 것"이라면서도 "공정거래법 위반이 되려면 협회의 결의와 휴진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여야하지만 이 사건은 그렇게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의료서비스의 가격상승, 다양성 감소, 서비스 품질 저하, 경쟁사업자의 감소 등의 영향을 미쳤거나 우려가 있고 협회도 그런 의도와 목적이 있어야 경쟁 제한성이 인정되는데 이는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휴업으로 일부 의료소비자가 불편했다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경쟁 제한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의협이 회원들에게 하루만 휴업을 실시토록 안내했고,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진료기관은 휴업 대상에서 제외했으며 회원들이 자율 참여토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불참 회원에 대해 아무런 제재나 불이익도 예고되지 않았고 휴업 참여 독려를 위해 협조 공문을 발송한 것 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 보건복지부 조사결과 당시 휴업 참여율은 개원의가 20.9%, 전공의 30%에 불과했고 파업도 단 하루였다.
이에 따라 "공정위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 처분을 모두 취소해야 한다"고 재판부는 판결했다.
반면, 앞선 한의사들의 집단휴진은 강제성이 있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2013년 당시 한의협은 '서울지부는 한의원당 3명 이상, 기타지부는 1명 이상' 참여하토록 독려했으며, 불참 한의사에게는 투쟁격려금 명목으로 3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또 이를 홈페이지와 문자메시지, 공문 등을 통해 알렸다. 그 결과 전체회원의 70% 수준인 1만3915명이 궐기대회에 참석했다.
재판부는 "한의협이 궐기대회 당일 휴진할 것과 불참회원에게 투쟁격려금 명목으로 30만원을 부과키로 결의하고 이를 문서 등을 통해 통보한 것은 내심으로나마 휴진에 반대하는 한의사들에게 휴업을 강요해 한의사들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또 "한의협이 실제 투쟁격려금을 징수하지 않았다 해도 불참회원에게 투쟁격려금을 부과할 것을 고지했다"면서 "징수여부는 공정거래법상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의 성립 여부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환자 위한 집단휴진"
공정위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이긴 의협은 판결에 환영 입장을 표했다.
17일 서울고등법원.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들이 판결에 대한 환영 입장을 표하고 있다.
의협 지연화 법무지원팀 변호사는 "정당한 의사들의 요구가 통했다"면서도 "파업 참가율이 높았거나 파업기간이 길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집단휴진이 의료서비스시장 경쟁 제한에 상당한 효과 있었거나, 협회가 회원들에게 참여를 강제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법부가 의협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당시 의사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었고, 부가적인 이익을 위해 담합해 집단행동을 한 것도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의협 강청희 상근부회장은 "공정위는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한 일을 하는 기관인데 단지 환자의 권리와 안전을 위해 휴진한 것을 두고 처분을 내린 점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피력했다.
이어 "사실상 의사들의 이익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 환자의 안전을 염려했던 점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 같다. 앞으로도 집단행동이라는 이유로 처벌할 게 아니라 국민 건강권을 위한 정당한 요구라면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의협은 지난 2013년 천연물신약 정책을 규탄하는 궐기대회를 열기 위해 집단 휴업을 했고 2014년 의협은 원격의료 도입 등 의료민영화에 반대하면서 집단 휴업했었다.
그러자 공정위는 '집단휴진를 결의해 국민의 건강 및 보건권을 침해하고 개별 회원들이 스스로 판단해야 할 진료여부 결정에 부당하게 영향을 미친 행위를 시정한다'며 한의협에 1억원, 의협에 5억원 과징금 납부명령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