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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보장에 정원 급증 등 치솟는 ‘인기’
보건의료 학과 경쟁 과열, 지원율 100:1 등 고공행진 지속
[ 2016년 04월 25일 12시 11분 ]

‘보건불패’. 치열한 입시경쟁에 등장한 신조어다. 짐작대로 보건의료 계열 학과들의 강세를 대변한다.

대학 인지도를 불문하고 이들 학과는 매년 입시철이 되면 지원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100:1이 넘는 경쟁률은 예삿일이다. 고령화에 따른 관련 직종 수요 증가는 이들 학과의 인기를 이끌고 있다. 다시말해 졸업 후 취업 걱정이 없다는 얘기다. ‘청년백수 300만 시대’의 단상이다.

때문에 각 학교들은 경쟁적으로 보건의료 계열 학과 개설에 나서고 있으며 최근에는 4년제 대학들도 그 대열에 가세, 밥그릇 싸움 논란으로 비화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보건의료 계열 학과들의 인기는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보건의료 계열 학과들의 인기는 입학정원 변화에 그대로 투영됐다. 특히 최근 5년 간 폭발적인 증가세를 나타냈다.

2010~2015학년도 전국 대학 의료, 보건계열 입학정원 분석결과 간호학과가 6091명에서 9111명으로 49.6%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간호계열 입학정원 증가는 국가 차원에서 임상현장의 간호인력난 해소를 위해 전략적으로 정원을 늘린 것과 맥(脈)을 같이 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정부는 지난 2009년 간호사 인력난 해소 차원에서 3년 간 간호학과 입학정원을 1580명씩 늘리고 간호대 정원 외 편입학 허용비율을 10%에서 30%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보건계열 학과 역시 증가세가 뚜렷하다. 2010년 5897명이던 보건계열 학과 입학정원은 2015년 8311명으로, 40.9% 급증했다.

학과별로 살펴보면 치기공학과가 무려 77.8%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치기공학과 입학정원은 180명에서 5년 만에 320명으로 늘었다.

810명이던 작업치료학과 입학정원도 1410명으로 늘어나 74.1%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치위생학과 60.1%(757명→1212명), 물리치료학과 52.7%(1320→2015명) 등도 50% 이상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이 외에 임상병리학과 45.7%(887명→1292명), 응급구조학과 42.9%(408명→583명) 등도 확연한 상승세를 보였다.

대학 입시 관계자는 “보건의료 계열 학과 입학정원 증가는 고령화에 따라 간호, 보건인력 수요가 크게 증가한데 따른 결과”라며 “대학들의 관련 학과 개설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U턴 입학’ 열풍 주도

보건의료 계열 학과의 인기는 일명 ‘U턴 입학’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U턴 입학’은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전문대학에 재입학하는 현상을 말한다.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가 파생시킨 새로운 입시 풍조다.

최근 3년 간 4년제 대학 졸업자 1만3995명이 전문대학에 지원했으며 이 중 3705명이 등록했다. 매년 1000명의 ‘U턴 입학자’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졸업 후 취업에 대한 불확실성을 지우기 위한 4년제 대학 졸업생들의 ‘U턴 입학’은 주로 취업이 유리한 보건의료 계열 학과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보건의료 계열 중에서도 간호학과 인기가 단연 높다. 실제 지난 2014년 U턴 입학 전문대학 상위 50개 중 35개가 간호학과였다. 재입학자의 60%가 간호계열 학과를 선택했다.

지난 2015년 수시모집에서도 보건의료 계열로의 ‘U턴 입학’ 열풍은 여전했다.

전형학과별 등록인원 현황을 살펴보면 ‘간호학과’가 1위를 차지했다. 물리치료학과 는 3위, 방사선학과·치기공학과 공동 6위, 치위생학과 7위, 응급구조학과 9위 등 보건의료 계열 학과들이 상위권을 수성했다.

이러한 현상은 U턴 입학생들이 현실적인 관점에서 미래 직업을 염두에 두고 전문대학에 진학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 전문대학 물리치료학과 교수는 “청년세대에게는 취업이 화두인 세상”이라며 “4년제 대학 졸업 후 취업이 여의치 않으면서 전문대학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건의료 계열 학과는 취업이 용이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U턴 입학생들의 선호도가 높다”며 “단순히 취업을 위한 선택인 것 같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전문대 밥그릇 넘보는 4년제

보건의료 계열 학과의 인기가 지속되면서 4년제 대학들의 관련 학과 개설도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전문대학들은 “명백한 영역침범”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실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은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간한 ‘전문대학 10년의 변화와 박근혜 정부 정책 진단’ 자료집에 따르면 4년제 대학들의 인기학과 개설 움직임이 확연하다.

전문대 학과를 설치한 4년제 대학은 108개교로, 개설 학과 수는 무려 303개에 달한다. 2004년(43개교?80개 학과) 보다 학교 수는 2.5배, 학과 수는 3.8배 늘었다.

분야별로는 전문대의 아성이었던 물리치료학과, 작업치료학과, 치위생학과, 임상병리학과 등 보건의료 계열 학과가 급격히 증가했다.

2004년 물리치료학과를 설치한 4년제 대학은 11곳이었지만 2015년에는 46곳으로 수직상승했다. 작업치료학과를 설치한 대학도 같은 기간 7곳에서 32곳으로 늘었다.

치위생학과 설치 대학은 3곳에서 28곳으로, 임상병리학과를 개설한 대학도 4곳에서 25곳으로 늘어났다.

이 밖에 방사선학과, 안경광학과, 치기공학과 개설도 확산되면서 4년제 대학에서 보건의료 계열 학과 수는 2004년 대비 4.6배 증가했다.

2004년에는 4년제 대학의 전문대 관련 학과 설치비율이 22.8%였지만 2015년에는 전체 대학의 절반 이상(57.8%)이 전문대 학과를 도입한 상황이다.

정부가 취업률·충원율 중심의 평가를 통해 구조조정을 추진하자 대학들이 수험생들에게 인기가 있고 취업률이 높은 전문대 관련 학과를 앞다퉈 개설하고 있는 모습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대와 4년제의 보건의료 계열 학과 개설 비중이 역전되는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실제 물리치료학과를 개설한 4년제 대학은 46곳으로, 전문대(39곳)를 추월했다. 작업치료학과는 4년제 대학과 전문대가 32곳으로 같다.

임상병리학과와 방사선학과는 전문대가 4년제 보다 각각 1곳과 2곳이 많을 뿐이다.

유은혜 의원은 “현행 법 테두리에서 4년제 대학의 전문대 관련 학과 신설을 막기 어렵다”며 “대학교육에도 전문대만이 유지할 수 있는 학과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 계열 학과 개설 경쟁이 과열되면서 정부가 제동에 나섰다. 무분별한 개설을 막고, 교육을 질을 담보하겠다는 의지다.

교육부는 지난해 보건의료 계열 학과의 신·증설 억제를 골자로 하는 전문대학 학생정원 조정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행정제재나 재정지원 제한을 받은 대학, 경영부실 대학, 감사원 감사결과 중대비리 지적대학, 4년제 개편 예정 신청 대학 등은 보건의료 관련 학과 개설을 원천적으로 금지시켰다.

또한 보건의료 계열 학과의 정원을 늘리기 위해서는 타 학과 정원을 그 만큼 줄이도록 했다. 일선 대학들의 묻지마 증원을 차단한다는 취지다.

무분별한 개설에 따른 교육의 질 저하 문제 대책도 내놨다. 교육부는 보건의료 계열 학과의 전임교원 확보 비율을 50% 이상으로 지정했다.

1차 위반시 입학정원이 동결되고, 2차 위반시 정원의 5% 범위에서 신입생 모집정지 패널티를 받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의료 계열 학과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공급도 수반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 교육부의 산업 대분류 취업자 전망에 따르면 보건업 취업자는 2010년 115만3000명에서 2015년 165만9000명, 2020년 210만6000명으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연평균 취업자 증감률 역시 2011~2015년 7.3%, 2016~2020년 6.0% 등으로, 다른 산업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무엇보다 보건의료 계열 학과의 직업-전공 간 불일치 비율은 8.0%로, 다른 계열(30~40%) 보다 현저히 낮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전공을 살려 취업하는 비율이 높다는 얘기다.

교육부 관계자는 “보건의료 분야 인력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당분간 관련 학과들의 인기는 지속될 것”이라며 “현재 상황에서는 양질의 인력양성 환경 조성에 주력하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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