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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병원 문제가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다. 불법으로 편취한 건강보험료가 1조원에 육박했다는 논란이 가중되면서 사회적 이슈로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교묘하게 합법의 탈을 쓰고 태어난 사무장병원은 건강보험재정을 꿀꺽 삼켜버렸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사무장병원의 실체를 들여다보기로 한다.
▶인천지역 피부과 개원의 A씨는 의료사고에 휘말려 약 20억원 규모의 빚을 지고 있었다. 폐업까지 생각한 A씨는 의료장비 납품업체 사장 B씨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B씨가 모든 빚을 지고 병원을 인수하겠으니, A씨는 월 1000만원을 급여를 받는 페이닥터로 근무하라는 조건이었다. A씨는 흔쾌히 승낙했지만 3개월 뒤 검찰에 소환됐다. 사무장병원으로 덜미를 잡힌 것이다.
▶비영리 종교단체 이사 C씨는 선교목적으로 의료기관을 만들겠다고 단체의 정관을 일부 변경했다. 그 이후, 서울, 연천, 부천, 목포, 고창 등 5개 지역에 병원개설을 승인받았다. 각 지역 사무장들은 병원장 행세를 했고, C씨는 이들을 통해 수십억원의 이익을 챙겼다. 법인 형태로 합법적으로 병원을 설립한 후 사무장병원을 운영한 사례다.
▶D씨는 주변 친구들을 조합원으로 등록하고 의료생협을 만들었다. 조합원과 비조합원 환자를 각각 50%씩 진료하도록 규정한 법령에 따라 요양병원을 설립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비조합원이다. D씨는 연간 입원비 상황 초과금도 환자에게 알리지 않고 부당이득을 챙겼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집계자료에 따르면, 적발한 사무장병원은 지난 2009년 6곳에서 2015년 220곳으로 36배 늘었다. 동일한 기간 환수 결정된 금액은 3억4700만원에서 5338억원으로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이처럼 환수결정 금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지만 실제 확보한 징수금액은 10%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편법적 법인 취득, 법인 명의대여 등 수법이 고도화되고, 환수 규모가 폭증하는 등 사무장병원 징수 체납 금액이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 주민들이 의사면허 없이도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한 의료생협 제도를 악용한 사무장병원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개인이나 법인형태의 사무장병원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의료생협 사무장병원은 매해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실제 2011년 0%에 불과했지만, 2015년 전체의 33.3%를 차지하는 등 의료생협은 가장 큰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사무장병원 즉각적인 처벌 가능토록 기준 강화 필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사무장병원 등 의료기관의 재정누수 실태와 관리방안에서 사전 예방적 접근과 사후 관리적 접근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사무장병원의 업무 흐름을 살펴보면 개설 이전 공모 단계, 개설 및 지정단계, 운영 및 감지 단계, 확인 및 처벌단계로 구분된다.
우선 사전 공모 단계에서는 향후 공모를 통한 기대 이익을 감소시키고 위험을 극대화시켜 공모 가능성을 차단하는 조치가 필요한 상태이다. 즉각적인 처벌이 가능하도록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설 및 지정단계에서는 의료법 33조 2항에서 규정하는 모든 개설자격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민법이나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도 허용한다는 조항이 있어 무분별한 사무장병원 설립 조장되고 있는 현실이다.
또한 건보공단 조사결과, 적발된 사무장병원 중 요양기관 개설이후 3년이상 소요된 기관이 52.3%로 집계됐다. 사무장이 재산을 은닉할 수 있는 기간이 많아 처분의 효과가 미비하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강희정 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험연구실장은 “수사의뢰에서 수가결정까지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전담조직과 검경의 공조 체계를 활성화하고 건별 담당 추적 관리기전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환수결정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은 사무장이 새로운 이름으로 또 다른 병원을 세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 기간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내다봤다.
별동대 조직 건보공단 “반드시 뿌리 뽑겠다”
사무장병원과 관련 건보공단의 역할은 강조되고 있지만, 전담 관리조직이 구성되지 않아 업무의 연속성, 전문성을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에 건보공단은 급여상임이사 직속으로 1급을 단장으로 하는 ‘의료기관 관리 지원단(2팀 6파트 24명)’을 신설했다.
의료기관 개설과 운영을 적정하게 관리하고, 의료기관의 불법 행위를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관리체계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사무장병원 적발 및 징수 강화를 위해 정기, 기획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경찰청 등 유관기관 및 의약단체와 ‘불법 의료기관 대응협의체’를 만들어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올 상반기 내 보건복지부, 경찰청과 업무협약 체결도 앞두고 있다.
급격하게 떨어지는 징수율 제고를 위해 사무장병원 개설자의 민사상 재산보존처분, 사해행위취소 소송 등 은닉 재산 발굴, 강제집행도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사무장병원 단속 관련 전문 조사인력 배치를 통해 단속기간을 단축(Fast Track)해 증거인멸 및 훼손방지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건보공단 내 의료자원 정보포털을 활용한 사무장병원 적발자의 이력관리 및 정보 분석(BMS, 급여관리시스템)을 통해 추적 관리도 가능해 진다.
이와 관련, 의료기관관리지원단 백남복 부장은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사무장병원은 건보재정을 축내는 위해(危害) 요인이다. 이를 뿌리 뽑기 위해서 우리 조직이 생겨났고, 거는 기대가 많은 만큼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지속적으로 보도되는 의료생협 사무장병원과 관련해 일정부분 관리기전이 확보될 조짐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간 시군구의 허가를 받아 공정위가 관할했던 의료생협을 복지부가 전담·관리토록 일원화 방향으로 협의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미 해당 내용으로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이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 개정안을 입법발의했다.
현재 계류 중이지만 복지부, 건보공단, 공정위 모두 관련 내용에는 전적으로 찬성하고 있어 20대 국회에서는 바로 처리가 가능한 법안이라는 분석이다.
백 부장은 “만약 국회에서 처리가 늦어지더라도 공정위가 선제적으로 복지부에 관할권을 이전하는 행정명령도 조율 중”이라며 “의료생협 문제에도 강력한 규제가 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건보재정을 갉아먹는 사무장병원에 대해 범부처가 공통적으로 ‘근절’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미연에 사무장병원 설립을 꿈꾸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떨어진 징수율을 제자리로 돌릴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도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새로이 팀을 꾸려 적극 대응에 나서겠다는 건보공단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