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흉부외과 개원의들이 활로 모색을 위해 선택한 하지정맥류 수술에 대해 보험당국이 제동을 걸면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돌자 개원가에 ‘비상등’이 켜졌다.
금융감독원의 일방적인 보험약관 개정이 비상식적인 선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론이 개원가 전 진료과로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대한개원의협의회(회장 노만희)는 최근 상임이사회에서 실손보험 표준약관 변경에 관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긴급 결성한 후 지난 11일 금감원을 항의 방문했다.
노만희 회장은 이날 "이번 금감원 조치가 개원가 전체에 영향을 미치느냐, 아니면 일부 영역에 해당되냐 문제는 중요치 않다"며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대개협은 금감원이 앞으로 하지정맥류를 시작으로 백내장 수술, 도수치료 등의 질환에 대해서도 단계적으로 실손보험에서 제외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노 회장은 "본인이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을 한다고 해서 무관한 일이 아니라 대개협 회원과 관련된 문제라면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이번 일은 비단 흉부외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며 "개원의 단체를 아우르는 만큼 소속된 개원의들이 부당한 대우를 당하지 않도록 끝까지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항의 방문에 함께 자리한 각 과 진료과 회장들도 이번 하지정맥류 레이저 시술의 실손보험 약관 제외 방침을 둘러싸고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사실 진료과를 막론하고 실손보험사들의 움직임을 예사롭지 않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의료민영화의 '수순밟기'로 보고 있다.
흉부외과의사회 김승진 회장은 "이번에는 대상이 하지정맥류이지만 전문가단체로서 바로잡지 못하고 유야무야 넘어가면 이것이 시발점이 돼 안과, 피부과 등에도 후폭풍이 불어닥칠 수 있다"고 우려감을 표했다.
더욱이 그는 "금감원이 불공정담합까지 묵인했다고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비치며 "실제 환자들도 이번에 변경된 약관을 모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오히려 레이저 수술은 절개술보다 재발율이나 합병증이 현저히 낮고 치료효과가 높은데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정맥류 수술 시술 방법이어서 환자들이 선택해 왔다고 김 회장은 설명한다.
김승진 회장은 "보험사의 이 같은 처사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의사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문가단체로서 잘못된 약관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안과의사회 이재범 회장도 "법정 비급여는 원래 실손보험에서 보장해주기로 계약할 때부터 약속된 사항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금감원을 정면비판했다.
이 회장은 "안과에서도 백내장 수술과 관련한 항목 중, 비급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며 "당장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흉부외과뿐만 아니라 신경외과나 정형외과에서 이뤄지는 도수치료 등도 보험당국이 제동을 건다면 반드시 범의료계 대응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보험사와 환자가 직접 당사자인데 의사들이 반발하는 이유로 ‘밥 그릇’ 지키기로 치부하지만 결론적으로는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는 우려도 잇따랐다.
가정의학과의사회 유태욱 회장은 "이번 금감원 및 보험사의 행태를 보면 국민들이 의료서비스를 충분하게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것 아닌지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러한 보험업계 약관 규정 변경은 모든 국민들이 충분히 알 수 있도록 해야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여기에 전문가단체가 규정 변경에 대해 의견을 피력할 수 있어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처럼 중대한 사안을 단지 홈페이지에 40일 가량 게시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항의 방문이 계기가 돼 국민들이 올바르게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