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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조무사가 주사기를 재사용하는 것을 그대로 방치해 환자 61명에게 집단 감염증을 발병케 한 병원장에게 수억원의 배상 책임이 주어졌다. 의사로서 의료 행위를 제대로 지휘, 감독하지 않은 죄가 인정된 결과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5민사부(부장판사 김종원)는 A씨 등 18명이 서울 영등포구 소재 I의원 원장 이모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피고는 1230만원~1억4580만원씩 총 8억7717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최근 밝혔다.
산부인과 전문의 이씨는 지난 2009년 9월경부터 간호조무사 조모씨와 함께 서울 영등포구 소재 I의원을 운영했다.
조무사 조씨는 2012년 10월경까지 어깨, 무릎 등 통증으로 내원한 환자들을 문진하고 엑스레이 필름을 판독하는 등의 진찰 행위를 하며 '추나요법'을 실시했다. 통증 부위에 트리암주, 하이알주, 힐로니드주, 피록시캄주, 콘락스주 등 주사제를 투여하는 무면허 의료행위도 했다.
그런데 2012년 4월경부터 9월경까지 조씨로부터 주사제를 투여 받은 총 243명 환자들 가운데 61명에서 비정형 마이코박테리아 감염, 화농성 관절염, 농양, 염증성 관절염, 결핵균 감염 등 집단 감염증이 발병했다.
합동수사단이 꾸려져 수사가 개시되자 간호조무사 조씨는 자살을 했다.
형사 재판에 넘겨진 원장 이씨는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만 유죄로 인정받았고 조무사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방조해 집단 감염을 일으킨 혐의(업무상과실치상)는 무죄로 판단됐다. 이씨의 직접적 과실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자 18명은 “이씨는 의사이자 조무사 조씨를 고용한 사용자로서 공동 불법행위를 저지른 책임을 져야 한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씨는 “조씨가 저지른 불법 행위를 옆에서 실제로 지휘, 감독한 적이 없고 I의원의 실질적 운영자에게 고용돼 단지 명의만 대여했기 때문에 배상 책임이 없다”며 맞섰다.
그러나 재판부는 I씨에게도 집단 발병을 일으킨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의사로서 조무사 조씨를 제대로 지휘, 감독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씨가 명의만을 대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객관적, 규범적으로 볼 때 의사로서 I의원에서 행해지는 의료 행위와 관련해 간호조무사를 지휘, 감독해야 할 지위에 있으므로 사용자 위치에 있다고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형사사건에서 업무상과실치상의 점에 대해 무죄판결을 선고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법원이 I의원에서의 집단 감염증 발병과 관련한 피고 본인의 업무상 과실에 대한 주장,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므로 의
사에 대한 무죄 판결만으로 조무사의 의료 과실까지 부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미 개봉 상태의 주사기와 주사제 샘플 검사에서는 어떠한 균도 검출되지 않았으므로 조씨가 주사제를 투여하는 과정에서 병원균이 침투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심지어는 동일한 주사기를 여러 부위에 재사용한 흔적도 보여 외부 환경에 존재하던 병원균이 주사침과 함께 환자의 피부 내로 주입됐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밝혔다.
다만 같은 주사를 맞은 243명 중 61명에게서만 집단 감염이 발생한 것으로 볼 때 환자들의 체질적인 문제가 감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 등을 고려, 배상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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