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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개원이 임박한 가운데 ‘유령 수술’이 다시금 주요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유령수술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사기죄가 적용된 그랜드성형외과 원장 유모(44)씨에 대한 재판이 본격화하면서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와 환자단체인 유령수술감시운동본부는 보다 강력한 처벌 필요성을 역설하고 나섰다. 상해죄, 중상해죄 등으로 엄벌해야 재발 방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유령수술 근절 대책을 마련해야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세부 각론은 갈렸다.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11단독 김강산 판사는 성형외과전문의는 상담만 하고 실제 수술은 치과의사에게 시킨 혐의(사기) 등으로 기소된 그랜드성형외과 원장 유씨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유씨 측은 병원 이익 극대화를 위해 상담의사와 수술의사의 역할을 나눠 유령수술을 조직적으로 시행해 환자를 기망했다는 검찰의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수술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 협조했을 뿐 상담의사가 직접 수술했다는 것이다. 일부 상담의사와 수술의사가 달랐던 것은 “개인적인 일탈일 뿐”이라고 발을 뺐다.
유령수술과 관련한 첫 재판이 본격화하자 성형외과의사회와 환자단체는 한 목소리로 강력한 처벌을 주문했다.
환자의 허락 없이 의사가 신체를 침습해 장해를 입힌 만큼 사기죄가 아닌 형법상 상해, 중상해죄로 처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리다.
성형외과의사회 김선웅 특임법제이사는 “의사의 침습행위는 환자의 허락과 동의를 받아야만 정당화될 수 있지 의사면허증에 내재된 권리는 아니”라면서 “신체권과 생명권을 박탈한 사건을 사기죄로만 기소하면 우리나라는 유령수술을 정당화하는 유일한 국가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유령수술은 상해, 중상해죄로 처벌하고 환자의 재산을 편취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기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환자단체연합 안기종 대표도 “의료행위라도 환자 동의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상해죄의 위법성 조각 사유로서의 정당행위로 성립될 수 없다”면서 “유령수술은 사기죄 이외 상해죄로도 기소돼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뿌리를 뽑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이미 33년 전부터 유령수술을 단순히 의료과실이 아니라 상해, 살인으로 논하고 있고, 유령수술을 한 의사의 면허를 박탈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환자단체는 강력한 사후 처벌과 함께 예방 대책도 병행돼야 유령수술 근절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하는 관련 법률 개정안이 20대 국회 때 발의돼 법제화돼야 한다는 얘기다.
안기종 대표는 “유령수술은 내부고발이 있거나 증거 자료를 확보하지 못하면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CCTV 설치가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다만 의사와 환자의 권리가 침해된다는 의견이 있는 만큼 사회적 논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형외과의사회는 CCTV 설치는 예방책이 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면 식별이 어렵고 얼마든지 증거 인멸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김선웅 특임법제이사는 “그랜드성형외과도 CCTV가 있었지만 유령수술이 버젓이 행해졌고, 수술은 의사 시야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영상으로 실제 어떤 행위가 이뤄졌는지 파악하기도 어려운 한계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강력한 처벌이 오히려 효과적인 예방책이 될 수 있다”면서 “상해, 중상해, 살인죄로 강력히 처벌해 하나의 효시를 마련한다면 금전적 이득 때문에 인체를 해하는 범죄에 가담할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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