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경색 진단 및 치료 지연으로 장애를 입게 됐다며 환자가 병원을 상대로 13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졌다.
의사가 최악의 결과를 예방하기 위해 신중하게 진단과 치료를 했다면 이 같은 상황이 초래됐어도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부장판사 정은영)는 환자 A씨가 K상급종합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뒷목 근육통 때문에 직장에서 근이완제를 복용했다. 20분 후 호흡 곤란과 눈 부종, 목에 불편함을 느끼다 의식을 잃었다.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을 당시 A씨는 반 혼수 상태였으나 신경학적 이상은 없었다. 뇌 CT 및 MRI 검사에서도 특별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의료진은 흉부 CT 검사 결과 흡인성 폐렴이 의심되자 약물 부작용이 원인이라고 보고 항생제를 투여했다.
A씨는 의식을 회복해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다음 날 칠판에 글씨를 쓰거나 의료진의 질문에 ‘네’, ‘아니오’로 대답하는 등 의사표현도 가능했다.
그런데 회진이 끝난 20분 뒤 A씨는 오른쪽 팔 힘이 왼쪽에 비해 약간 떨어지는 증상을 호소했다. 신경학적 검사 결과 오른쪽 감각 이상과 중심성 안구진탕이 발견됐다.
의료진은 MRI 및 CT 검사 후 척추동맥박리에 의한 뇌경색을 의심하고, 혈관검사를 통해 출혈이 없음을 확인한 다음 항응고제인 헤파린을 투여했다. 첫 증상 발현 이후 19시간이 지난 뒤였다.
퇴원 이후 A씨는 다른 병원 6곳을 전전하며 재활치료를 받았지만 현재 오른쪽 얼굴이 마비됐고, 연하장애와 구음장애를 겪고 있다. 오른쪽 청력도 소실됐고 보행도 어렵다.
A씨는 “의료진이 즉시 필요한 검사를 실시해 감별진단을 했어야 했는데 뒤늦게 뇌 MRI 검사를 실시했다”면서 “항응고요법도 19시간이 지나서야 시행됐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병원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뇌 MRI 촬영이 늦어진 사실은 인정되지만 검사 결과 급성 병변과 다른 신경학적 증상이 없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환자의 상태변화를 지켜본 것이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검사가 즉시 이뤄졌다고 해서 더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했거나 악(惡)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의 경우 소뇌 경색에 뇌교 및 연수 경색이 동반돼 있어 즉각적으로 항응고요법을 시행할 경우 뇌출혈이 발생할 위험이 높았기 때문에 의료진이 헤파린을 늦게 투여했다고 해서 치료를 지연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