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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관광코디네이터 자격증 땄지만 현장은 '외면'
국가 공인 불구 병원들은 필요성 ‘공감’·실효성 ‘반감’
[ 2016년 07월 07일 12시 05분 ]

[기획 上]“자격증을 취득한 선배들을 보면 관련 계통에 취직한 사람들을 찾는 것조차 어려워요. 많은 분들이 다시 가이드 생활로 돌아가거나 성형외과에서 통역하는 일을 하고 있을 뿐이에요.”

 

“아직 국제의료관광코디네이터로서 취업문(門)은 바늘구멍보다 작다고 할까요. 책으로는 배웠지만 현장에서 경험이 전무하니 금방 취직이 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사실 이상하죠.”

 

“면접을 본 선배들 말에 따르면 암암리에 나이에 제한을 둔다고 해요. 35세 이하를 선호한다고 하는데 지금도 공부를 하는 대다수 학생들은 35세 이상이에요. 어쩌면 처음부터 불공정한 게임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외국인 환자 유치,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잇따르면서 국가 자격증인 국제의료관광코디네이터 문(門)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기대조차 품지 않게 되는 ‘희망 격차’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의료관광코디네이터를 배출시키기 위해 교육에 나서고 있는 전문학원들조차 아직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기 힘들다. 국가 차원의 아무런 통계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5월26일 최종 2차 실기시험에 43명이 응시했고 35명 정도가 합격자로 배출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총5회의 시험이 치러진 결과 총 245명이 자격증을 취득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제의료관광코디네이터 정착 성패는 '전문성' 인정여부

 

“메디컬 검진센터, 대학병원, 성형외과, 피부과, 치과, 안과, 중국 병원 해외취업 등 다양한 전문분야로 취업 시장은 활짝 열려있습니다. 학력, 연령, 결혼 유무에 상관없이 새로운 병원 경영 패러다임의 중심에 설 수 있습니다.”

 

국제의료관광코디네이터의 비전을 ‘그럴 듯하게’ 소개한 문구다. 국가전략 사업인 의료관광에 있어 전문코디네이터의 수요 역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국제의료관광코디네이터는 의료관광을 목적으로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인력이다.

 

주로 외국인 환자와 국내 의료진 사이 통역 등을 지원하며 전문적인 훈련을 거쳐 어려운 의학용어를 정확히 짚어 말하는 역할을 한다.

 

그것을 환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풀어 정확한 의사전달이 가능해 타국에서 진료를 받는 외국인 환자들의 불안감을 해소시켜 준다.

 

한국으로 오는 의료관광객들의 발걸음 역시 잦아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의료관광코디네이터 역할은 매우 중요하고 절실하다.

 

서울의 관련 학원 대표 A씨는 “그만큼 치료 방법, 시술에 대한 위험도나 부작용 등에 대해서도 정확히 짚어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하기 때문에 상당 부분 배경지식을 습득해야 자격증을 획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의료, 관광, 마케팅, 의학용어 등 관련 지식을 가지고 의료관광상담, 진료서비스 지원관리, 리스크 관리, 관광서비스 지원관리, 의료관광 마케팅, 행정절차 관리 등 실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현재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시행하는 국가공인 국제의료관광코디네이터 자격증 시험을 통해 취득할 수 있고 교육은 보건의료관광서비스 및 지원관리, 보건의료 마케팅 및 지원관리, 의학용어 및 질환의 이해라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특히 국제의료관광전문가로서 이론 및 실습 등 실무중심의 교육 이해로 현장 적응력을 높여 채용 경쟁력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A 대표는 “전문교육이 필수는 아니나 국제의료관광코디네이터가 되기 위한 특별한 요건은 없어 사설 교육기관으로 이뤄지는 전문교육을 받고 병원으로 취업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굳이 자격증 없어도 되는데 사서 고생?” 의료기관 취업 ‘바늘 구멍’

 

문제는 취업 문(門)이 여간 좁은 게 아니라는 점이다. 구직자들의 상당 수가 발품만 팔 뿐 성과를 얻지 못하는 실정으로 이들의 취업 시장은 냉기를 넘어 안타까움이 배어난다.

 

지난 2014년 말부터 국제의료관광코디네이터 시험을 준비해 온 B씨는 “정부가 해외환자 유치 등 의료관광에 계속적으로 의지를 피력함에 따라 국제의료관광코디네이터 자격증을 국가 관리 하에 놔둔 것 아이냐. 하지만 더 이상 디딤돌이 될 수 있을까라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더라. 좋은 일자리 자체를 찾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마냥 달콤한 노동이 어디있겠냐만은 그 노력의 종착지가 어디인지 그들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 갈 길을 잃을 수 있다는 경고다.

 

B씨는 “국가자격증임에도 불구하고 국제의료코디네이터를 대학병원이든, 종합병원이든 강제적으로 고용해야 하는 의무가 없다보니 굳이 의료기관에서 찾지 않는다. 시험을 준비하다 중도하차한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국가공인 자격증이 없어도 취업이 되는데 왜 오랜 시간 사서 고생을 하냐는 것이다”고 토로했다.

 

그는 “굉장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자격증을 딴다고 하더라도 이 자격증에 대해 정작 알고 있는 이들이 적다”며 “외국인 환자가 많지 않은 의료기관의 경우,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시간당 보수를 책정, 통역을 쓰는 일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수 년 전, 서울 명동 지역 한 화장품 가게에서 일을 하다 국제의료관광코디네이터 자격증 준비를 하고 있다는 C씨는 “수 년 전부터 중국 환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관광객 중에는 단순히 한국을 찾는 사람도 있지만 의료관광 차원에서 온 유커도 적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고 떠올렸다.

 

물론, 중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하는 수가 급증하면서 어두운 면도 없지 않다. 예컨대, 여행사가 강제 구매를 하게 하거나 가이드가 본인의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관광객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일도 잦다.

 

C씨는 “그러다 보니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의료산업이 건전하게 활성화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상 불법브로커가 기승을 부리고 이로 인해 한국 ‘의료’가 왜곡된 시선으로 비춰지는 게 안타까웠다. 일부 여행사들의 부도덕한 행위와 불법브로커 폐단은 바로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의료관광코디네이터 등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인력 툴이 마련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취득자 245명, 머나먼 취업 대기행렬

 

어지러운 시장 질서를 바로잡는다는 꿈은 거창했던 것일까. 이내 고민은 현실로 다가왔다. 현재 245명이 정식 자격증을 획득하고 배출돼 있지만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들려오고 있다.

 

최근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의료관광코디네이터 채용을 염두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B씨는 적극적으로 문을 두드렸으나 “중국어권은 필요치 않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국제의료관광코디네이터를 정식 채용하기가 부담스러울뿐만 아니라 해외 환자들이 얼마나 찾을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채용 등 투자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B씨는 “해외환자 유치를 위해 정부에서도 다각도로 접근하고 있지만 실상 의료관광이 중국인들에게는 생소한 개념일 뿐만 아니라 홍보 역시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주변에서도 의료관광 공부를 한다고 하면 ‘한국인=성형’으로 대부분 생각한다. 하지만 장기이식이나 중증 질환 치료 및 수술, 불임, 암 치료 역시 상당한 수준임에도 중국인들은 잘 알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했다.

 

마치 수요가 충분한 것처럼 보여 의료관광코디네이터라는 직업 자체도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만 실상 성형을 제외한 한국의 의료관광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보니 상급종합병원은 물론, 종합병원에서도 굳이 이들을 고용해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현실적인 장벽도 높다.

 

C씨는 “나이 제한을 35세로 두고 있다. 몇 년 간 공부를 해 자격증을 획득한다 하더라도 40살이라고 하면 꺼려하는 것이 느껴진다. 외모, 나이 등 외적 조건도 고려된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씁쓸하기 그지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자격증을 따더라도 상대적으로 보수가 ‘꽤’ 나은 가이드로 다시 돌아가거나 성형외과에서 통역 활동을 하는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전언이다.

 

B씨는 “한국의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해 일조할 수 있고 전문성을 가진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꿈’이라 여겨졌던 국제의료관광코디네이터 자격증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음을 느꼈던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해외환자 유치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향후 비전을 생각한다면 전문인력 양성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며 “의료기관 역시 대승적 차원에서 국제의료관광코디네이터 채용을 통해 한국의 의료산업 발전에 기여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숙경기자 jsk69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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