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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下] #지난 4월 서울지방경찰청 관광경찰대는 중국 관광객들을 국내 유명 성형외과에 불법 알선해준 혐의(의료법 위반)으로 중국인 A씨(34)와 한국인 B씨(39)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의료법상 보증보험 가입, 자본금 1억원 이상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추고 보건복지부에 등록한 병원만 외국인 환자를 유치할 수 있다. 하지만 A씨 등은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2014년 4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서울 강남지역 성형외과 2곳에 중국 관광객 60여 명을 소개해주고 수술비의 10~50%를 챙겼다. 이들이 1년 동안 챙긴 수수료는 9300만원에 달했다.
#지난해 5월에는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부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브로커 E씨(33)씨 등 10여명을 구속하고 100여명을 출국 금지 조치했다. E씨는 2013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서울 강남 등 성형외과에 중국인 관광객 50여명을 소개해주고 수수료 2억6000여만원을 챙겼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브로커들은 대부분 중국인이거나 한국 국적을 취득한 중국 동포들로, 당국에 등록하지 않고 환자를 유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0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안면지방이식 수술을 받는 여성 환자에게 이미 폐기했던 프로포폴을 재사용해 패혈성 쇼크 등을 일으켜 죽거나 다치게 한 혐의(중과실치사상 등)로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 의사 C씨와 간호사 D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중국인 관광객에게 폐기된 프로포폴을 투여했다. 의료폐기함에 버린 지 1주일 이상 된 프로포폴 바이알(주사용 약병) 빈병을 모아 그 안에 남은 프로포폴로 수술을 진행했다. 중국인 관광객은 박테리아에 감염돼 고열과 저혈압 등 이상증세를 동반한 패혈성 쇼크를 일으켰고 사망에 이르렀다.
대한민국 의료 발전과 맥락을 같이하는 ‘의료관광’이 국부 창출의 주요 요소로 자리 잡았지만 악습을 끊어내지 못하면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발전을 논하기에 앞서 문제의 싹은 끊어버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사례에서처럼 신성장동력산업으로 불리는 의료관광이 불법 브로커들로 인해 발목을 잡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의료강국’이라는 타이틀을 쉽게 얻은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치고 빠지기’ 식으로 단기간 내 수입을 올리기 위해 혈안이 된 불법브로커들이 의료현장에서 활개는 치는 구조는 수많은 노력과 땀방울로 일궈낸 의술을 하루아침에 허수로 만들어 버리고 있다. 분명 성과가 나오고 있지만, 그 이면에 어두운 면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요우커(遊客) 유치 경쟁이 심화되면서 불법 브로커들이 난립하기 시작했다. 압구정-신사에 몰려있는 성형외과에 중국인들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일부 병원은 아예 중국인들을 타깃으로 삼았고 그럴수록 브로커와 관계는 깊어졌다.
의료관광은 한류 열풍을 따라 급속하게 성장해 제도적 관리망이 촘촘하지 못했다. 공식적 루트를 통해 코디네이터가 투입될 필요가 없는 모호한 구조 속에 놓인 것이다. 과열된 영업방식으로 끼워팔기식 의료관광이 이어지면서 문제가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현재 공식 대행업체 수수료는 대학병원의 경우 통역비를 포함하면 15%, 통역을 제공하지 않으면 10%로 알려졌으며 중소병원은 20~30% 수준이다.
불법 브로커들은 현지에서부터 관광객을 끼고 국내 병원과 계약을 맺는다. 수술비가 3000만원 이하일 경우 30%, 3000만원 이상이면 50%의 수수료를 챙긴다는 것이 정설이다.
정부가 인증한 업체 대신 브로커를 통하면 수술비가 부풀려지고 무분별하게 환자를 유치해 상당한 액수의 수입을 얻게 되는 구조다.
결국 의료관광 코디네이터 교육을 받은 전문인력은 설 자리가 없어졌다. 일부 병원은 적발되기 전까지 브로커들과 연계해 매출을 올리겠다는데 혈안이 된 상태다.
불법 브로커가 개입했을 경우,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의료사고 발생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의료사고가 생겼을 때, 수면 아래로 숨어 찾을 수 없게 된다. 대한민국 의료 이미지 실추의 주범인 것이다.
의료사고 인한 사망사건이 지속적으로 터지자 CCTV 등 중국 언론들은 한국 성형외과의 불법 브로커에 대한 부작용 등을 심층 보도하는 등 혐한 분위기를 부추겼다.
원정성형의 부작용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구체적 사례를 공개하고 나선 것이다.
이 같은 흐름에 외국인환자의 의료분쟁 상담건수도 해마다 늘고 있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집계자료에 따르면 상담 건수는 2012년 60건, 2013년 91건, 2014년 132건, 2015년 103건으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중국이 68.9%로 가장 많고 베트남, 미국, 몽골, 러시아 순으로 집계됐다.
政, 심각성 인식 척결 강도 한층 높여
지난 5월 보건복지부는 관계기관 합동으로 불법브로커 일제점검을 벌였고 17명의 꼬리를 잡았다. 곧바로 경찰청은 이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점검은 서울 소재 의료기관 29개소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복지부와 경찰청을 비롯해 지자체,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 117명이 참여했다.
그만큼 불법브로커 문제의 심각성을 정부차원에서 명확히 인식한 것이다. 불법브로커로 의심되는 17명의 명단은 의료기관이 제출한 상담장부, 진료기록부 등 서류와 사실확인서 등을 토대로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의심기관은 외국인으로서 본인이 수술을 받은 병원에 자국인 환자들을 지속적으로 소개하고 편의를 제공하거나, 외국인환자 10명을 소개하고 통역비 명목으로 대가를 받은 사례 등으로 나타났다.
향후 경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불법브로커로 확인되는 경우 의료법 등 관련 규정에서 정한 처벌이 이루어질 계획이다.
늘어날 의료관광 해법은 코디네이터 등 전문인력 확보 전제돼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관광으로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수는 늘어나고 있다. 외국인 환자 유치를 국정과제로 삼은 만큼, 그 수치는 점차 증가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 집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29만6889명으로 전년보다 11.4% 증가했다.
정부는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해 외국인 환자 유치법 등 제도적 지원을 하는 만큼 올해 40명을 돌파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러한 가운데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한 해법은 전문 인프라를 잘 활용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가공인 관광통역안내사, 국제의료코디네이터 등 자격증을 보유한 이들이 의료관광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신화관광학원 대표 전경애 원장은 “정상적인 루트를 통해 의료관광을 활성화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불법 브로커들 때문이다. 합법적인 업체와 코디네이터들이 설 곳이 없는 이유도 여기에서 출발한다”고 밝혔다.
전 원장은 “의료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사후관리까지 책임질 의료관광 코디네이터들의 질적 향상과 원활한 공급을 위해서는 철저한 평가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관광가이드 및 코디네이터를 등급별로 구분해 투입한다면 실추된 이미지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으며 해외환자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로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 원장은 “의료관광은 이미 과열된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능력을 갖춘 전문인력이 활동할 반경은 부족한 현실이다. 의료강국 이미지를 되찾고 의료관광을 활성화시키려면 이들의 설 자리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법상 보증보험 가입, 자본금 1억 원 이상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추고 복지부에 등록한 병원만 외국인 환자를 유치할 수 있는 것처럼 국가공인 자격을 갖춘 이들에게만 의료관광 업무를 허용하는 등 제한된 기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