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첩]최근 부산 해운대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를 계기로 운전면허 관리체계 정비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사고 차량 운전자가 뇌전증 환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뇌전증과 치매 등을 앓고 있는 질환자들의 면허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국회에서도 치매나 뇌전증 환자의 운전면허 강화법 마련 움직임이 나왔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중증 뇌전증이나 치매환자의 운전면허를 정지시키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가 운전면허를 정지시켜야 하는 질병의 종류를 정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도로교통공단과 경찰청에 해당 환자의 명단을 통보하고, 정밀검사를 통해 의사소견서를 받게 한다는 것이다.
하태경 의원은 “최종목표는 선진국처럼 치매나 뇌전증 등 중증질환자의 운전면허를 정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뇌전증학회는 곧바로 입장을 밝히고 우려를 표했다. 학회는 5일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하고 질환에 대한 국내 운전면허 관리실태 문제를 논의했다.
이 토론회에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김인석 박사는 “운전면허 수시 적성검사 대상 질환을 정하고 적절성을 판단해야 한다”며 “어느 질환까지 확대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 교통국 조우종 면허계장도 “과거 안전운전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으로 당뇨병이나 뇌경색 환자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있었지만 제도화까지 이어지지 않았다”고 짚었다.
현재 6개월 이상 입원환자에 대해서는 운전면허 수시 적성검사를 시행 중이지만 뇌전증이나 치매환자의 경우 6개월 이상 입원이 많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때문에 이번 기회에 수시 적성검사가 필요한 대상 질환을 정하고 이에 대한 관리체계를 정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어떤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운전면허 수시적성검사 대상인지, 그들이 운전면허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명문화 해야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관련 학계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마침 뇌전증학회에서는 관련된 논의를 진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정부와 국회가 의지를 보인다면 가능한 문제다.
뇌전증뿐만 아니라 당뇨병, 조현병, 치매 등 어떤 질환을 포함시켜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
질환별로 운전이 가능한 중증도를 정하고 운전면허를 소지하고 있는 질환자에게 해당 질병이 재발했을 경우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수사결과 해운대 교통사고의 원인이 뇌전증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정황이 나오고 있다. ‘뇌전증 약을 먹지 않아 의식을 잃었다’던 운전자의 진술이 허위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이 질환자 운전면허 관리체계 정비의 계기가 돼야 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건강한 사람도, 병을 앓고 있는 사람도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길 간절히 희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