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복지부가 2011년 실시한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중 3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신질환자 중 15.3%만이 정신의료서비스를 이용했고 11.9%만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방문하는데 그쳤다.
정신건강 문제로 인한 자살·범죄 등 사회적 비용은 증가하고 있음에도 정신의료서비스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는 의미다. 더욱이 이 결과는 치료 비율이 아닌 방문 비율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런 가운데 정신병원을 넘어 국민과 함께 하는 정신의료서비스를 준비하는 의사가 있다. 베스트셀러 ‘굿바이, 게으름’의 작가이자 前 더나은삶정신과의원 원장, 정신경영아카데미 대표인 문요한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정신질환, 치료보다 예방이 더 중요"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정신질환을 겪지 않게 예방·관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점인 것 같다.”
문요한 전 원장은 2007년 정신질환 치료의 한계를 느끼고 심리적 면역력을 강조한 프로그램을 병행 운영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정신질환으로 고통 받기 전에 이를 미리 예방·관리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우리사회의 정신건강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병리적 치료에만 매달릴 수만 없었다. 정신질환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심리적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성장 심리학’을 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장 심리학’은 일반적인 면역력처럼 심리적 면역력을 훈련을 통해 강화하고 향상시켜 정신질환을 미리 예방·관리하는 개념”이라며 “다각적인 관점에서 정신질환을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며 정신건강 전문가로서 의사가 앞장서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꽃이 아닌 꽃밭이 문제”
“꽃 하나가 문제라면 분명 그 꽃 하나가 문제다. 하지만 꽃 다수가 문제라면 그 꽃밭이 문제다.”
문 전 원장은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 문제가 개인이 아닌 사회에 있다는 입장이다. 일과 휴식의 리듬이 깨진 사회, 끊임 없는 경쟁을 강조하는 사회 등 우리사회의 문제가 정신건강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어쩔 수 없이 개인의 노력이 강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정신건강 문제는 사회문제와 연결될 수 밖에 없다. 개인의 노력 외에도 사회의 노력 역시 필요하다. 다만 사회가 즉각적으로 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당장은 개인의 정신질환 예방·관리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새로운 정신의료서비스 ‘심리연구소’ 개설
문 전 원장의 현재 직업은 의사가 아닌 작가다. 그는 2014년 8월부터 1년을 '안식년'으로 삼고 세계 여행을 하며 경험하고 느낀 점을 최근 ‘여행하는 인간’이라는 책으로 펴낸 상태다.
하지만 그의 직업을 단순히 작가로 한정할 수 없는 것은 그가 이 세계 여행과 책 집필 과정을 통해 정신과 의사로서, 심리훈련전문가로서 나아갈 방향성을 명확히 하게 됐다는 점 때문이다.
그는 “정신건강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자 한다. 의사 뿐 아니라 심리학자, 교육학자, 심리·운동·미술·음악 치료사 등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가칭)심리연구소를 개설하는 것이 그 시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심리연구소는 각계 전문가가 모여 상담은 물론이고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는데 주안점을 둘 계획이다.
문 전 원장은 “정신건강 문제를 단순히 의료영역에 한정하기보다 의료영역 밖까지 확장해 우리사회 정신건강을 한 차원 높이고자 한다. 비의료인과의 네트워크, 해외 선진 프로그램의 벤치마킹 등 국민과 함께 하는 새로운 정신의료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전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