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천대 길병원이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를 국내 최초로 도입하면서 ‘인공지능(AI) 의사 시대’ 개막이 현실화되고 있다.
하지만 최종 목표인 환자 개인 맞춤형 암 치료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뚫어야 할 난관이 적지 않다.
길병원은 오는 10월 15일부터 왓슨 포 온콜로지를 암 치료 다학제 진료 팀에 투입한다. 왓슨 포 온콜로지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미국 뉴욕 메모리얼 슬론케터링 암센터(MSKCC)에서 트레이닝을 받았다.
MSKCC의 암 치료 노하우를 전수받은 AI의사가 진료실에서 길병원 전문의들과 환자 치료 계획을 함께 세우게 되는 것이다.
왓슨은 2012년부터 300개 이상 의학 학술지와 200개 이상 의학 교과서를 포함해 약 1500만쪽 분량의 문헌을 읽었다.
축적된 빅데이터를 분석, 추론한 결과를 토대로 암 환자에게 맞는 최적의 치료법을 우선 순위를 매겨 제안한다. 약물 부작용이나 환자의 생활습관까지 반영됐고, 각 치료법이 도출되는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된다.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을 택하는 것은 의사의 선택에 달려 있다. 길병원은 우선 유방암, 폐암, 대장암, 직장암 및 위암 치료에 왓슨을 적용한 후 고혈압, 당뇨, 난치성 신경질환 등으로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종착지는 정밀의료 구현이다. 이언 길병원 인공지능기반정밀의료추진단장은 “개인에게 최적화된 암 치료법을 제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맞춤 암 치료가 가능해진다면 환자 의학적 소견을 비교하기 위해 병원을 헤매지 않아도 된다. 국가적으로 의료비용을 절감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왓슨은 미국인에 최적화된 MSKCC의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표준 교육을 받기는 했지만 국내 가이드라인에 대한 정보가 없다. 한국인 특유의 생활 습관이나 질병이력도 반영되지 않는다.
IBM은 왓슨에게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계획이다. 한국어를 학습한다고 해도 국내는 아직 의료 용어 표준이 이뤄지지 않아 의사마다, 병원마다 다르게 사용하는 용어를 완벽히 이해하는데는 시간이 걸린다.
전자의무기록(EMR)과 왓슨이 연동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 연구소장은 “EMR과 연동이 되지 않으면 의사가 일일이 환자 데이터를 입력해야 한다. 진료 시간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병원 밖 데이터와의 통합 과제도 있다. 병원 간 진료정보 교류가 더뎌 환자가 다른 병원에서 과거에 어떤 진료를 받았는지도 파악하기 어렵다.
개인에게 맞는 치료법이 나오려면 생활습관과 질병 이력 등에 대한 정보를 알아야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 활용도 제한이 있다.
아주대학교 의료정보학과 박래웅 교수는 “질병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알기 위해서는 공단이 보유한 통시적 데이터가 필요하다”면서 “분절화 돼 있는 정보를 합치지 않고서는 한국인에 최적화된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도록 트레이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빅데이터가 축적되고 활용할 수 있어야 인공지능 기반 정밀의료 구현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왓슨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의료기기 및 솔루션의 정확도도 높아진다.
이언 단장은 “우선 EMR을 인공지능에 맞게 고치고, 향후 심평원과 공단 데이터와의 연계를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가천인공지능기술원을 설립해 협업하고 정부 주도의 정밀의료, 인공지능 사업에도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