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승의 명의를 대여해 병원을 불법 개설·운영하며 요양급여를 부당하게 받아 챙긴 현직 대학병원 교수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수십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2민사부(부장판사 전지원)는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K대의대 교수 조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조씨는 공단에 44억3797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공단은 지난해 5월27일 조 교수에게 44억3797만원 상당의 요양급여비를 반환하라고 통보했다. 조 교수가 의료법 제44조 2항을 위반해 자신의 스승인 K의대 前 교수 이모씨의 명의를 빌려 W요양병원을 불법 개설·운영했다는 사실을 파악한데 따른 것이다.
조 교수는 I병원경영지원회사의 사내이사로 재직하며 사실상 이 회사 운영을 맡았다. I회사는 이 교수에게 보증금 1억원, 월 3000만원에 W병원을 임대했지만 실제로 임대차보증금이 오간 사실은 없다. 이 교수는 회사로부터 병원 리모델링 비용을 빌리기도 했다.
I회사에서 일하다가 W병원으로 소속이 바뀐 직원 H씨는 조 교수에게 이메일로 업무 및 자금 현황에 대해 보고했다. 조 교수는 W병원 의사도 직접 채용했고, 간호사나 다른 직원 인사에 관해서도 보고를 받았다. 이 교수의 월급도 본인이 직접 지급했다.
이 같은 사실은 I회사 기획팀장 L모씨 신고로 드러났다.
한편, 제자에게 명의를 대여한 이 교수는 공단으로부터 56억원의 요양급여 환수 처분을 통보받고 이에 불복해서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 8월 19일 기각됐다.
공단은 “의료기관을 불법 개설·운영해 요양급여비를 부당하게 지급받았으므로 이를 반환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조 교수를 상대로 44억3797만원의 부당이득금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냈다.
조 교수는 "W병원을 실질적으로 개설·운영한 사람은 스승인 이 교수로, 직접 환자들을 진료하고 의사 및 직원들을 채용했다“면서 ”I병원경영지원회사는 W병원을 운영하는데 도움을 줬을 뿐이다. 이 교수의 명의를 빌린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설사 이 교수 명의를 빌렸다고 하더라도, 의료법 44조 2항은 위반 시 벌칙 규정도 없기 때문에 W병원이 적법한 의료기관이 아니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공단 손을 들어 조 교수가 불법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해 부당하게 요양급여를 챙겼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를 빌려 개설한 의료기관은 적법한 의료기관이라고 볼 수 없다”며 “공단은 조 교수가 W병원을 통해 부당하게 지급받은 요양급여 만큼의 손해를 입었다. 조 교수는 부당이득금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와 관련,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준래 변호사(선임전문연구위원)는 “이번 판결은 의료법 제4조 2항 위반 사안에 대해 배후의 실질적 병원 개설 의료인에게 최초로 민사 책임을 인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경제적으로 능력이 있는 경우에도 다른 의료인의 명의를 빌려 병원을 개설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음을 실제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