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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의료기관 내진설계 간과, 세밀한 진단 필요"
최근 경상북도 경주에서 5.8 리히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지역 거점병원인 국립대병원의 절반 가까이가 지진에 견딜 수 있는 내진 설계 기준 '미달'인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전국 국립대병원 내진보강 대상건물 등 현황’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국 13개 국립대병원 중 내진설계 적용 대상이 아닌 치과병원 3개소를 제외한 10개소 72개 건물 중 33개 건물의 내진설계가 미흡했다. 즉, 전체 건물 중 45.2%가 내진설계 기준에 못 미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데일리메디가 한국지진공학회 김태진 부회장(㈜창민우 구조컨설탄트)를 만나 ‘국내 병원의 내진 설계’에 관한 전문가의 견해를 들어봤다.
한국지진공학회 김태진 부회장은 “1년 반 전(前) 미국 현장견학을 갔다가 스탠포드대학 부속병원 병동 확장 건설도 참관했다. 그 건물의 내진 목표가 ‘강진이 왔을 때도 수술이 진행될 수 있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거점 병원 등 주요 종합병원의 내진 설계 목표는 일반적인 건물과는 달라야하는데, 현재 국내에서는 이러한 부분이 간과된 채 면밀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급종합병원 등 큰 의료기관이라면, ‘지진 발생 시 건물이 붕괴돼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정도’의 일반적인 설계 기준이 아니라 ‘응급실과 수술실, 중환자실 등의 기능에 지장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는 1988년부터 내진 설계가 의무화돼 적용됐기 때문에 이전 건축물에 대한 대책은 미비한 실정이다.
현재 경북대병원, 전남대병원, 부산대병원 등이 내진 설계 적용에 대한 낙제점을 받았으나, 이를 개선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김태진 부회장은 “예전에 지어진 건물은 내진설계가 아예 안 돼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내진 설계를 당장 보강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돈이 많이 드는 데다, 병원 기능까지 정지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라며 “일단 지진을 대비해 주요시설인 병원의 내진 설계에 대해 세밀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일문일답이다.
▶내진설계 기준 설명
“‘최대설계지진’이라고도 얘기하는데, 건축물에 내진설계를 적용할 때는 한반도에서 2400년동안 한번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큰 지진을 건축물이 견딜 수 있도록 지진하중을 산출해야 한다. 보통 한반도에서 2400년 만에 한번 발생하는 지진을 리히터 규모로 환산하면 대략 6.0에서 7.0 사이로 판단된다.”
“현행 법상 ‘2400년 기준’으로 확보하라고 돼있지만, 문제는 이에 대해 제대로 검토되거나 확인돼있는 게 없다는 것이다.”
▶거점 병원의 내진설계 기준을 달리 적용해야한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내진설계가 돼있는 일반 건물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사람이 탁자 밑에 잠깐 들어가 몸을 대피하면 되지만, 종합병원은 얘기가 다르다. 내진설계가 돼있는 병원이라면, 일반 건물보다 하중을 1.5배 키워 구조를 더 튼튼하게 설계됐다. 병원 건물이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이는 단순히 구조체 손상에 대한 사안이고, ‘의료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안 돼 있는 실정이다.”
“아주 큰 강진이 발생했을 경우 벽 일부가 손상되거나, 전기, 물이 제대로 공급이 안되는 기능적임 문제가 겹칠 수 있다. 강한 진동으로 수술장비나 시설에 문제가 생기는 등 병원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 지역 거점병원으로서의 종합병원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려면 구조체가 튼튼한 것 뿐만 아니라 실제 기능 유지와 세밀한 안전 확보가 함께 고려돼야하는데 이러한 부분을 반영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른 나라 병원 설계는 우리와 다른가
“미국은 병원의 중요성 때문에 엄격하게 하고 있다. 병원 설계는 일반 관청이 아닌 의료기관 설계를 담당하는 병원 조달청에서 꼼꼼히 체크해 성능 목표를 설정하고, 병원 기능 유지를 하는지를 평가한다. 일정 등급을 받지 못하면 병원 건물을 폐쇄하도록 돼있다.”
“1년 반 전 스탠포드대학 부속 병원 현장 견학을 갔는데 내진 목표를 ‘강진이 왔을 때도 수술이 진행될 수 있을 정도’로 뒀다. 원자력발전소가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원전이 작동하도록 기준을 두는데, 병원도 그만큼의 기준을 두고 만드는 거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미흡한 부분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은
“일단, 내진설계가 안 돼있다고 해서 내진 성능이 아예 없다는 것은 아니다. 쉽게 말해 내 몸이 어떤지 알려면 진단이나 평가를 해야 하지 않느냐. 최대 지진이 발생했을 때 병원 시설이 어떤 상태가 될지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동안 병원 시설에 대한 진단이 육안으로 이뤄졌다면, 이제는 CT와 MRI를 통해 보다 정밀진단을 해보자는 얘기다.”
“더불어, 현재 국토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게 ‘내진능력표시제’다. 동기부여 없이는 실제 개선이 이뤄지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병원으로서의 기능을 유지할 정도로 내진 설계가 잘 돼있는 병원에 대해서는 최고 등급을 주고, 이로써 안전에 대해 제대로 대비하는 병원에 환자들이 더 많이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제안하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