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은 두 살 아이가 13개 의료기관의 응급치료 거부로 사망에 이른 사건이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권역외상센터 무용론이 국정감사에서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11일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립대·국립대병원 관련 국정감사에 강명재 전북대병원장[사진 左]과 윤택림 전남대병원장[사진 右]이 참석해 논란이 되고 있는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은재 새누리당 의원은 “전북대병원 의료진이 전국 13개 의료기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 어느 한 곳도 사망한 김 군을 치료하겠다고 나선 곳이 없었다”며 “전북대병원이 응급환자를 다른 의료기관으로 전원하는 것이 타당했다고 생각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강명재 전북대병원장은 “두 환자가 병원에 왔을 때 수술실 두 곳이 가동 중이었다”며 “인력과 시설이 훨씬 갖춰진 외상센터로 환자를 전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30일 전북 전주에서 견인차에 치여 중상을 입고 전북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 이송된 김 모군이 인근 대형병원들이 수술할 인력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치료를 거부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전북대병원을 대상으로 지난 6~7일 1차 현지조사, 10일 2차 현지조사 등을 진행했고 전북대병원은 비상진료체계, 전원 과정, 진료 과정 등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 의원은 “대학병원들의 환자 골라 받기 병폐도 있지만 정부가 외상센터 지정만 하고 정작 중요한 의료진 수급에 대해 전향적 개선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이러한 문제가 재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응급환자 발생시 다른 의료기관 전원을 위한 헬기 수송 시스템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명재 전북대병원장은 “당시 13개 의료기관에 연락했을 때 3시간이 지나서야 아주대병원에서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며 “근처에 위치한 원광대병원 헬기의 경우 주간에만 운영돼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강길부 새누리당 의원은 국립대병원장들을 대상으로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권역외상센터 운영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질의했다.
이에 윤택림 전남대병원장은 “환자를 전원하는 병원과 받는 병원 의료진들 사이에 소통 문제가 있었다”며 “당시 해당 의료진들에 따르면 소아 환자에게 미세신경수술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해 전문 의료진이 있는 병원으로 가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병원장은 “전남대병원이 응급실 병상 포화지수가 전국에서 제일 높다. 권역외상센터 도입 등 복지부 지원책을 통해 전원율이 크게 감소했다”고 언급했다.
권역외상센터는 중증외상환자에게 365일 24시간 병원 도착 즉시 응급수술 등을 제공하는 외상전용 전문치료센터로 선정기관에 대해서는 시설·장비비 80억원과 연간 7억~27억원의 운영비가 지원된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두 살 아이의 응급치료를 거부한 전국 13개 의료기관 중 6곳이 권역응급센터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운영비 지원에도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당시 응급환자 치료를 거부한 전북대, 을지대 등 해당 의료기관의 권역외상센터 지정을 취소하는 등 엄중 징계를 검토할 예정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