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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제 도입을 놓고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고려대학교의료원 노사가 결국 정면충돌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노조 측은 최근 불거진 ‘감금 논란’에 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오는 27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하겠다며 초강수를 두고 있다.
의료원 측은 감금 사실을 부인하는 한편 노조가 파업을 한다고 해도 임금피크제를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다.
6년 전처럼 노사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어 향후 양측이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勞 “인권유린 감금행위” vs 使 “감금 표현 말도 안돼”
고대의료원 노사는 10여 차례 임금단체협상을 진행했지만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대립각이 첨예해 협상이 결렬됐다. 이에 안암병원 노조는 지난 13일 오후 5시 30분 3층 로비에서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신청을 접수한다는 보고대회를 열기로 했다.
17일 노조에 따르면 의료원 측에 9월 29일 공식 공문을 통해 보고대회 협조 요청을 했다. 하지만 의료원에 따르면 조정신청 접수 사실을 13일 당일에야 공식적으로 통보 받았고, 집회를 허가한 적이 없다.
의료원은 다른 장소에서 행사를 개최할 것을 노조에 제안했다. 8월부터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시각장애인 오케스트라 공연'과 겹친다는 이유였다. 300명가량을 수용할 수 있는 회의실이나 외부 공터 장소를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노조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조는 의료원장과 다른 보직자를 만나 절충안을 제시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병원 중간관리자들에게 로비 행사 공간을 침범하지 않도록 나누고, 행사 시간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조율에 실패했다.
양 측은 결국 각자의 행사를 강행했고 충돌이 일어났다. 노조는 "병원측이 오후 4시부터 로비로 통하는 모든 출입구를 봉쇄하고 방화 셔터를 내린 채 비상 출입구마저 열지 못하게 나사를 박는 등 집회를 저지하는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셔터 안쪽에는 조합원뿐만 아니라 공연을 준비하는 시각장애인과 환자 보호자도 함께 있어 안전사고가 우려됐는데도, 병원 중간관리자들이 출입을 통제해 1시간 50분 동안 갇혀있었다는 설명이다.
노조 관계자는 “병원은 노동조합 집회를 막겠다는 일념 하나로 환자, 시각장애인, 조합원들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었다”며 “부당노동행위를 넘어선 불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같은 병원 직원에게 반말과 폭언을 하며 몸으로 막고 ‘넌 징계야’라며 협박하고 정당한 노조활동을 탄압하는 관리자들의 만행은 노조간부에 대한 인격모독 행위”라며 “의료원의 전근대적인 노무관리와 불통의 일방행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양측이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고 셔터 문을 발로 차는 등 소란이 벌어졌다. 노조는 셔터문을 사이에 두고 보고대회를 축소해 진행했고, 집회는 7시20분 경 끝났다.
의료원 "외부인들이 많이 참여해 안전 우려돼 출입 통제"
의료원은 "시각장애인 공연자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였을 뿐 감금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날 집회에는 안암병원 노조원을 포함해 보건의료노조 산하 서울정신보건지부, 한양대의료원지부, 한국원자력의학원지부 등 1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원 관계자는 “병원 직원보다 더 많은 외부인들이 대회에 참여해 로비를 점거했다. 혹시 모를 안전사고를 막고, 외부인들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셔터를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노조는 모든 출입구를 막은 것처럼 설명하지만 통로를 마련해 뒀다. 감금이라는 표현은 말이 안 된다”며 “징계 운운한 것도 협박한 게 아니라 병원 직원이 시설물을 발로 찼기 때문에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린 것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의료원은 사전에 허가받지 않은 외부인이 참여하는 집회임에도 불구하고 회의실을 쓰도록 배려했다. 노조가 로비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이 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조는 고려대학교와 의료원이 이번 사태의 책임자를 처벌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합법적인 쟁의조정 절차를 거쳐 오는 27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노조 관계자는 “전근대적 노동탄압에 대한 책임을 묻고 안암병원 폭거 사태 해결을 위해 고려대학교 총장 면담을 요청할 것”이라며 “학교와 의료원이 또 다른 탄압과 미봉책으로 일관한다면 대화에 대한 기대를 접고 파업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노조는 내일(18일)부터 20일 저녁 7시까지 각 병원 직원 식당 앞, 수술실 앞, 병동 앞에 투표소를 설치하고 쟁의행위에 대한 조합원들의 찬반의견을 물을 예정이다.
쟁의행위가 가결되면 고대의료원은 지난 2010년 이후 6년 만에 파업에 돌입하게 된다. 당시 20일 동안 진행됐던 의료원 파업사태는 노조가 창립 이래 처음으로 재단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고 삭발까지 거행하는 등 파국으로 치달은 바 있다.
노조는 ▲임금인상 ▲인력충원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했지만 의료원은 임금피크제에 관해서는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이 쉽사리 해결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의료원 관계자는 “지난해 다른 의료원이 1%대 임금인상을 할 때 고대의료원만 3.5%를 올렸던 것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전제로 올해 임단협을 진행하기로 한 것에 노조가 합의했기 때문”이라며 “노조는 신뢰를 저버릴 것이 아니라, 전 직원에게 의료원 성장의 과실이 돌아갈 수 있는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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