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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여긴 대기업들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통 제조산업이 경쟁 심화와 공급 과잉 등으로 마진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인 바이오를 활로로 판단한 것이다.
특히 삼성은 바이오시밀러 개발·생산·판매를, SK는 백신과 중추신경계 신약 부문, LG는 바이오라는 큰 틀에서 농업과 의약품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으며 바이오 산업을 ‘그룹차원의 미래성장동력’으로 꼽았다.
대기업들의 바이오산업 공략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은 고령화 인구 증가와 맞물려 만성질환 등 바이오의약품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글로벌 매출액 TOP 10 의약품 중 바이오의약품이 7개나 차지할 정도로 ‘바이오’는 높은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진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동안 반도체는 삼성·SK가, 스마트폰은 삼성·LG가 전 세계를 리딩했다. 하지만 중국 등 신흥국 저가공세와 미국 등 선진국 기술력 아래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며, 성장동력을 잃고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제약계 관계자는 “기존 반도체와 무선통신 사업을 통해 자본력과 개발·생산 노하우를 보유한 대기업들의 성장동력 확보 싸움이 이제는 바이오 분야에서도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 넉넉한 실탄 바탕 ‘바이오시밀러’ 세계 1위 목표
현재 바이오 시장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투자재원이 넉넉한 삼성이다. 삼성은 현재 주력사업인 반도체 전자사업의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생물의약품 복제약 시장에 적극적이다.
바이오시밀러(biosimilar)로 불리는 이 사업은 오리지널 신약의 특허가 만료되는 시기에 맞춰 개발한 단백질 복제약을 대량 생산해 부작용이 적은 약품으로 인류에 공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삼성은 2009년 이후 약 2조원이 넘는 자금을 지속적으로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 화이자나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의 거대 제약사에 밀려 주요 단백질, 항체 바이오의약품의 원본 시장에선 경쟁력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 회사의 신약 특허가 만료되는 2012년부터 2019년 사이에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면 후기 복제약 시장에선 승부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세계제약 시장의 규모는 약 1400조원으로 현재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전체의 17% 수준이다. 앞으로 5년 내에 바이오시밀러가 50%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삼성의 목표는 최소 700조원대인 이 시장에 맞춰져 있다.
선발 진입자인 산도즈(Sandoz)와 국내 셀트리온 등을 따라잡아 승기를 잡는 것이 목표다. 삼성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통해 CMO(바이오의약품을 대행 생산)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회사는 반도체 파운드리 산업처럼 글로벌 제약사들과 계약을 맺고 바이오의약품을 위탁 대량생산하는 것을 주요 사업으로 한다. 삼성의 지주사인 삼성물산과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자회사로 설립(2011년 4월) 6년 만인 올해 말 주식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을 위한 예상 공모금액은 약 3조원으로 예상 시가총액이 10조원대에 달한다. 이 회사는 공모자금을 생산시설 확대에 투자할 예정으로 계획이 완료되면 2018년까지 생산 케팩스(CAPEX)가 현재의 2배 수준인 36만 리터로 확대된다. 이 규모는 전세계 1위급이다.
삼성은 위탁생산자인 바이오로직스와 별개로 신약개발 임무는 별도 계열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맡겼다. 이 회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91.2%)로 최근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플릭사비’를 공식 출시했다.
삼성은 바이오에피스가 내놓은 바이오시밀러 3종 신약이 미국과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판매되는 2018년께 주식을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LG, 최우량 계열사 LG화학 연간 5천억원 투자
삼성의 성과에 자극받은 LG는 구본무 회장이 직접 나서 바이오 사업을 신수종 비즈니스로 지목하고 최근 투자 선단을 꾸렸다.
15년간 외롭게 바이오 신약개발에 고군분투했던 LG생명과학을 그룹 내 최우량 계열사인 LG화학에 흡수시켜 연간 5000억원대 투자금 지원 체계를 마련한 것이다.
LG화학과 LG생명과학은 지난 9월 12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결의했다. LG는 LG화학이 2차전지 사업의 성공 등으로 인해 1년에 1조원 이상의 현금흐름 창출이 가능하다고 진단해 잉여자금을 바이오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LG화학은 안정적인 현금창출 능력을 바탕으로 에너지, 물, 바이오 3대 분야를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전략 아래 지난 4월 팜한농을 인수해 그린바이오 분야에 진출했다.
이어 시장규모와 미래 성장성 측면에서 매력적인 붉은 혈액을 상징, 의료·제약분야 바이오 사업을 총칭하는 ‘레드바이오’ 분야로의 사업 확장을 지속해서 검토해 왔다.
레드바이오는 세포치료제, 항체치료제 등 바이오기술을 접목해 새롭게 개발하는 바이오신약 분야 등을 말한다. 이 분야의 세계 시장 규모는 1100조원이며 2020년까지 1400조원으로 연 평균 5% 수준의 지속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합병을 통해 LG화학은 기초소재, 전지, 정보전자에 이어 바이오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며 미래지향적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LG화학은 합병 이후 레드바이오 사업 조기 육성을 위해 기존 LG생명과학 연간 투자액 1300억원의 3배가 넘는 5000억원을 매년 연구개발(R&D), 시설 투자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그린바이오(팜한농)와 함께 바이오 사업에서 2025년 매출 5조원대의 글로벌 사업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회사 전체로는 2025년 매출 50조원 규모의 글로벌 톱 5 화학회사로 발돋움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LG화학은 “바이오는 인류의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분야”라며 “과감한 선제적 투자를 통해 세계적인 수준의 사업으로 육성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SK, 최태원 회장 전폭적 지원 신약개발 총력
SK그룹의 바이오·제약사업은 최태원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1993년 신약 개발을 시작하면서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중추 신경계 분야 신약 개발에 역량을 집중했다.
국내 대부분의 제약회사들이 만들기 쉬운 복제약을 중심으로 성장 전략을 마련했지만, SK는 특허를 기반으로 한 신약 개발에 나섰다.
신약 개발은 성공시 고수익이 예상되지만, 실패 확률도 높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SK는 최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수 천 억원 규모의 투자를 지속하고,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후에도 신약개발 조직은 지주회사 직속으로 둬 그룹 차원에서 투자와 연구를 지원했다.
이 같은 지원에 힘입어 1996년 국내 기업 최초로 우울증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해 FDA(미국 식품의약국)의 임상 시험 진행 승인(IND, Investigational New Drug)을 획득했고, 지금까지 총 15건의 미국 FDA IND 승인을 받아 글로벌 수준의 신약 개발 역량을 갖췄다.
지난 3월에는 독자 개발 중인 뇌전증 치료제(YKP3089)가 FDA로부터 약효를 인정받아 해당 분야 세계 최초로 임상 3상 약효시험 없이 신약 승인 추진이 가능하게 됐다.
SK의 바이오·제약 사업은 신약 개발 회사인 SK바이오팜과 생산·판매회사인 SK바이오텍이 전담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2011년 SK(주)에서 물적 분할돼 설립됐다. 대전 대덕연구단지의 신약 개발연구소, 글로벌 임상시험을 담당하는 미국 뉴저지의 임상개발센터로 이원화돼 운영되고 있다.
연 매출 80조 이상으로 추산되는 중추신경계 질환 중심으로 다수의 신약 후보를 개발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신규질환 영역의 신약 개발을 통해 2020년 기업가치 10조원대의 글로벌 바이오·제약 회사로 도약한다는 것이 목표”라며 “뇌전증 신약이 출시될 2018년 기업공개(IPO)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K바이오텍은 SK(주)의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이 지난해 4월 의약품 생산사업을 분할해 만든 회사다. 올해 초 SK바이오팜이 보유한 지분 전량을 SK(주)가 매수해 자회사로 승격됐다. SK(주)가 SK바이오텍을 자회사로 승격시킨 것은 향후 인수합병으로 해외에 신약 생산 거점을 만들기 위해서다.
SK바이오텍은 올해 처음으로 매출액 1000억원을 돌파하고, 2020년에는 1조5000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올 상반기 매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난 5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세종시 명학산업단지에 신규 생산시설 건설을 착공해 2020년에는 생산 규모를 현재 16만 리터에서 80만 리터로 늘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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