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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비급여 의료비를 관리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정부차원의 적극적 개입이 예고됐다.
위탁기관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선정돼 칼자루를 쥐게 됐고, 그 권한을 유지하기 위해 다각적 차원의 시스템 변화가 이뤄질 예정이다.
단계적으로 비급여 공개 항목을 늘리고 의원급까지 대상이 확대될 전망이다. 심사 삭감에 이어 비급여까지 터치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지니게 된 심평원이 의료계의 저승사자가 될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비급여 관리가 필요해진 근본적 이유부터 살펴보자. 지난 2014년도 진료비 실태조사(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결과에 따르면, 비급여 진료비는 11조 2253억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비급여 진료비 증가율은 신 의료기술이 증가하는 양상에 발맞춰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결국 국민 의료비 증가, 건강보험 보장성 악화 등 원인으로 ‘비급여’가 지목됐고, 정부는 대책 마련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사회적 분위기 역시 비급여로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쪽으로 형성됐다.
일련의 과정 속에서 심평원은 ‘비급여 공개’ 사업을 추진하는 주체가 됐고 지난 4년간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관련 업무를 진행해 왔다.
2013년 1월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비급여진료비 공개를 시작했고, 이듬해 300병상 초과 종합병원으로 대상을 늘렸다.
지난해에는 대상을 전문병원·치과·한방으로 확대했으며, 올해는 150병상 초과 병원급까지 범위가 넓어졌다.
대상기관의 수는 2013년 43곳에서 2014년 340곳으로, 2015년 893곳에서 올해 2109곳으로 두배이상 늘어났다.
내년에는 요양병원을 포함한 전체 병원급 3752곳으로 비급여 공개 및 관리가 진행될 예정이다.
여기에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비급여 공개가 진행돼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강한 압박과 요청으로 인해 이미 국회에는 관련 법률이 입법발의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법개정안에는 비급여 진료비용 등 현황 조사분석 대상을 병원급 뿐 아니라 의원급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명시됐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비급여 조사 대상은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심평원이 총괄적인 국민 의료비 현황자료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그간 건강보험체계 내에서 미흡한 부분으로 지적됐던 급여와 비급여 자료를 분석하는 연구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의료비 절감 등 정책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의료현장에서는 과도한 규제가 될 것임을 우려하고 있다.
비급여 현황조사 및 공개법 시행 의미
엄밀히 따지면 심평원에 새로운 업무가 부여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9월 30일 시행되는 비급여 현황조사 및 공개법이 가진 의미는 크다.
비급여 자료를 공식적으로 요청할 수 있으며, 의료기관은 의무적으로 관련 자료를 심평원에 제출해야 한다. 만약 의료기관이 불응한다면 현장조사도 가능하다.
심평원 관계자는 “성심성의껏 자료를 제출해 달라는 수준에서 의무화된 규정으로 자료를 받을 수 있는 상황으로 바뀐 것이다. 이번 년도부터 진행되는 150병상 초과 병원들은 비급여자료를 기존보다 명확하게 제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적으로 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 확보된 것은 상당히 큰 변화라고 본다. 이를 통해 전반적인 통계
나 분석이 가능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 시행에 발맞춰 심평원은 150병상 초과 2109곳 병원의 비급여 비용을 12월 1일 홈페이지에 공개할 예정이다. 이어 내년 4월 1일에는 전체 병원급 3752곳의 비급여 현황이 집계된다.
관계 법령에 따르면 공개 범위는 ▲선행연구나 전문가 및 의약단체 의견수렴을 통해 임상적 중요도가 높은 질환 ▲진료 빈도와 비용의 비중 ▲환자안전 등 사회적 관심이 요구되는 항목 등으로 설정됐다.
현재 상급병실료 차액, 초음파검사비, 로봇수술료, 임플란비, MRI진단료 등 52개 항목이 공개되고 있지만 그 범위도 크게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내년은 100개 항목, 내후년에는 200개 항목으로 점진적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실제 심평원은 도수치료, 추간판내 고주파 열치료술, 체외충격파 치료, 다초점렌즈 삽입 백내장 수술, 고주파설근축소술 등 코골이수술과 수면다원검사, 척추 신경성형술 및 풍선확장술 등을 비급여 공개 리스트에 올렸고
이를 검토 중이다.
표준화 작업 준비는 순항
기본적으로 비급여 파악은 어렵다. 의료기관이 가격 뿐 아니라 의료항목 명칭이나 코드를 자율적으로 생성하고 관리하고 있어 비급여 코드 표준화 수준은 9.7%(2013년 기준)에 불과하다.
기관별로 사용하는 비급여 항목의 이름과 종류가 제각각이라 이를 통합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러한 숙제를 해결하기 위한 ‘표준화’가 선결과제다.
심평원은 이 표준화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초 의료정보표준화사업단을 구성해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정원(17명) 대비 약 2배가 많은 현원(32명)은 해결할 숙제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용역도 대규모로 진행된다. ‘표준화 실적을 위한 연구(종료시점 : 내년 상반기)’, ‘표준화 등 효율적 진료비
운영방안(종료시점 : 내년 3월)’ 등 과제가 수행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체계적 관리방안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세부적으로 ▲현행 EDI 코드와 연계 가능한 코드 체계 ▲용어사용 원칙 및 근거에 따른 의료행위 용어 표준화 ▲표준화된 의료행위정의 기술서 ▲난이도 등 행위 속성 반영(필요시 세분화 등 검토) 등이 진행된다.
진료비 수집·분석·활용 관리 방안 등 표준화 작업의 기반이 만들어지면 비급여 현황조사 및 관리가 수월해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실손보험사 배불리기? 우려 큰 의료계
상대적으로 의료계의 한숨은 커지고 있다. 비급여 코드 표준화 작업은 결국 건강보험이 아닌 실손보험을 지키는 행위에 불과하다는 우려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손해율이 2009년 103.3%에서 2013년 119.4%까지 높아진 원인을 비급여로 주장하고 있는데, 이들을 대변하기 위한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심평원의 비급여 진료비 코드 표준화와 실손보험과의 연관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코드 표준화로 구축된 데이터는 실손보험사의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보험 가입 거절, 지급 보류 등 가입자를 옥죄는 형태의 사례가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손보험사의 손실액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피해는 가입자의 몫으로 돌아가고, 선순환이 불가능해 국민의료비 절감에 기여하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심평원 황의동 개발상임이사는 “정부의 지속적인 보장성 강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수익률이 높은 비급여 행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결국, 사회적 요구에 따라 비급여 현황관리와 공개가 이뤄지는 것”이라
고 설명했다.
황 이사는 “단계적으로 공개해야 할 기관, 질환 등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강압 및 강제적으로 진행할 부분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주기적으로 의료계와 논의하며 관련 업무를 진행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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