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내에서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를 활용해 정밀의료를 실현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미 정부, 대학병원, 연구기관, 민간기업 등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을 갖고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한 상태다.
하지만 빅데이터, AI, 정밀의료의 가장 기초가 되는 ‘임상용어표준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아 관련 연구가 뚜렷한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한 인공지능 전문기업은 최근 열린 세미나에서 “의료행위에 대한 용어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다보니 최신기술을 갖고도 사람이 일일이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이병기 한국 HL7 의장(삼성서울병원 의료정보학과 수석연구원)은 “빅데이터, AI, 정밀의료 태동기인 지금이 임상용어표준체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HL7(health level 7)은 병원정보시스템의 미국 표준을 뜻한다. 그를 통해 임상용어표준체계의 의미와 필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Q. 임상용어표준체계는 무엇인가
하나의 질병도 의사마다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생각하면 된다. 가령 심근경색의 경우 심장마비, 뇌졸중의 경우 중풍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나. 하지만 어떤 식으로 표현하든 결국 심근경색, 뇌졸중을 지칭하는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사람의 경우 이 같은 해석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지만 컴퓨터 전산 시스템은 그럴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다양한 임상용어를 하나의 포괄적인 개념으로 정의해줄 필요가 있다.
물론 현재도 WHO의 국제질병·사인분류(ICD), 우리나라의 한국보건의료표준용어(KOSTOM)이 있지만 표현력이나 정보 상세화 측면에서 부족함이 있는 상황이다. 현시점에서는 의료표준용어서비스(SNOMED CT)가 가장 이상적인 표준체계라고 본다. 이 표준체계는 표현력이나 정보 상세화도 우수할 뿐 아니라 신규등록도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Q. 임상용어표준체계는 왜 필요한가
사실 진료나 청구와 같은 목적이라면 현재의 ICD, KOSTOM만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빅데이터, AI, 정밀의료를 목적으로 한다면 임상용어표준체계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의료용어를 제각기 표현하더라도 의료진은 이를 충분히 해석할 수 있지만 민간기업에서는 그렇지 않다. 각각의 의료용어별로 의료진 해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게 되면 당연히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 수 밖에 없다.
임상용어표준체계가 마련되면 데이터를 정보화하는 과정이 한층 수월해질 것이며 빅데이터, AI, 정밀의료를 실현하는 시간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Q. 임상용어표준체계 마련을 위한 조언을 한다면
임상용어표준체계는 빅데이터, AI, 정밀의료에 있어서 기초학문에 해당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대체로 기초학문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지 않나. 결국 기초학문에 대한 관심이 중요하다고 강조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정밀의료를 구현하려면 막대한 양의 의료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를 정보화하는데 사람이 하나하나 신경을 쓴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다. 결국 임상용어표준체계를 마련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임상용어표준체계 마련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시작 단계인 지금이 적기라고 본다. 당장의 성과는 없을지 몰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비용대비 효과는 굉장히 높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