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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기준도 없는 '완화의료' 험로 예상
필요성 공감대 불구 방향성 이견···질환군 논란·인력난 '여전'
[ 2016년 11월 07일 12시 05분 ]

[기획 上]죽음에 대한 ‘자기 결정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말기 암 환자의 체계적 관리 및 적절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호스피스 완화의료 사업을 시행 중이다. 그 필요성에 힘입어 오는 2017년 8월부터는 4개 질환을 포함한 ‘말기’ 환자로 그 범위가 확대된다. 이를 통해 환자 및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완화의료 전문기관 지원을 통해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도모할 예정이다. 이에 데일리메디는 국내 호스피스 완화의료 제도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조명해봤다.[편집자주]

 

대상질환 확대 ‘단계적’···‘말기’ 기준 재정립 필요

 

국립암센터 홈페이지 캡처

세계보건기구(WHO)는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말기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대안으로 꼽으며 질환군을 말기 이외 당뇨병, 급사를 제외한 만성질환과 에이즈, 파킨슨병 등의 희귀질환까지 포함하고 있다.

 

암을 제외하고 만성질환 및 희귀질환으로 인한 국민 사망률이 점차 높아지자 국내에서도 필요성을 체감하고 호스피스 완화의료 대상 질환군 확대를 추진했다.

 

이에 따라 올해 초 국회를 통과한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을 통해 2017년 8월부터 암·만성폐쇄성 호흡기질환·에이즈·간경화 ‘말기’ 환자도 호스피스 완화의료 적용을 받는다.

 

'말기환자'까지 호스피스 완화의료 질환군이 확대됨에 따라 긍정적인 기대가 일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좀 더 폭넓은 질환군까지 아울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의대 윤영호 교수와 국립암센터 이근석 교수팀이 최근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현재 호스피스 완화의료 대상 질환이 암·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에이즈·간경화에 국한된 점에 대해 국민 76.1%, 의사 81.3%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답했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질환군 확대와 관련,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국 호스피스 완화의료학회 김시영 회장(경희의료원 혈액종양내과)은 “4개 질환에 대한 호스피스 완화의료 사업 진행 상황을 보면서 결정해야 한다”며 “물론 논의는 할 수 있지만 지금 당장 시행하기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말기환자 기준 마련에도 어려움이 있고, 4개 질환에 대한 사업이 시작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확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점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반응은 공통적이지만 담당 의료기관의 질 관리, 인력관리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서울 소재 A 간호대학 교수는 “구체적 상황이 더 안정화된 후 추후 확대돼야 한다”며 “담당 의료기관의 질 및 인력 관리와 함께 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일각에서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질환군을 확대하기 전에 철저한 준비가 전제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방 소재 B 간호대학 교수는 “만성질환 등 말기로 인정되는 진단기준이 확고하게 설립이 안 된 상태”라며 “최근 대한의학회에서 제시한 지침도 논란이 있으며 실제로 적용했을 시 일어나는 경험에 대한 축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말기로 인정되는 진단기준이 마련된다 하더라도 현재 의료진 대부분이 암 중심으로 트레이닝 돼 있어 숙련이 안 된 상태”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일부 실무자들은 호스피스 완화의료 질환군이 암을 비롯, 4개 질환으로 늘어나고 여타 다른 난치성 유전 질환으로 확대되는 것에 회의적이었다.

 

한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전문 특수병상에 입원하는 형태인데 과연 더 광범위한 질환으로의 확대가 필요한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이어 “추가된 COPD와 관련해서도 내부에서는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필요성에 의문을 갖는 의료진이 있다”고 언급했다.

 

서울 소재 C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기관 관계자 또한 “암 환자와 일반 난치성 질병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윤리적 근거를 기반으로 호스피스 완화의료 질환군 확대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는 “암은 비교적 예후가 명확하지만 COPD의 경우 급격히 상황이 나빠진 상태에서 인공 관을 삽입하면 회생하는 경우도 있다”며 “윤리적으로 결정이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인력’ 운영 문제는 현재 진행형

 

“너무도 힘들죠.”

 

한 완화의료 전문기관 관계자는 인력 운영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행정 업무, 환자 상담, 환자 이벤트, 내부 직원 교육 등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어려움을 표했다.

 

그간 호스피스 완화의료 확대를 지체하는 요인으로 전문인력 부족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앞서 제시됐던 연구결과에 따르면 ‘현재 호스피스 완화의료 활성화에 큰 걸림돌이 되는 것’에 대한 의사들의 답변으로 ‘호스피스기관 및 인력 부족’이 25.8%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한 호스피스 완화의료 학회 소속 교수는 “아무래도 인력 부분에 어려움이 있다”며 “태도, 철학 등의 교육을 시행하는 등 제대로 된 관리를 할 수 있는 기관의 비율이 낮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완화의료 전문기관이 원하면 ‘호스피스 완화의료 도우미 제도’를 선택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완화의료 전문기관이 도우미를 고용하면 해당 병원에 입원한 말기 환자는 60일의 입원기간 동안 하루 4000원의 간병비를 지급하면 된다.

 

기존 4~5만원 수준으로 환자들에게 부담이 됐던 간병비를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다준다.

 

그러나 실제 완화의료 전문기관에서 ‘호스피스 완화의료 도우미 제도’를 시행하는 곳은 적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완화의료 전문기관 간병 도우미 제공 현황’에 따르면 2016년 8월 호스피스·완화의료 전문기관 73개소 중 간병 도우미 제공기관은 23개소로 나타났다.

 

지방 소재 A 간호대학 교수는 “현재 완화의료 전문기관 입장에서는 직접 도우미를 고용하는 게 수가 문제 등으로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며 “업체를 통해 고용하더라도 추가적 비용이 들어가 실제 이용률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호스피스 완화의료 도우미 제도를 운영하는 곳의 병상 가동률은 증가하고 있다”며 “장기적 확산을 위해서는 수가 조정이 수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 소재 B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기관 관계자는 “현재 호스피스 완화의료 도우미 제도를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책정 수가가 병상을 95%를 가동해야 적자를 면하는 수준이어 손해를 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종사자에 대한 교육 시스템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의료계 인사는 “현재 여러 기관에서 자체 교육을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새롭게 시작되는 교육도 있고 표준화가 잘 안 된 상태에서 호스피스 완화의료 학회가 전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윤영채기자 ycyun95@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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