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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의료계를 바라보는 냉담한 시선이 매섭다. 얼마 전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 여러 의사가 증인으로 참석했다. ‘봉사와 윤리’라는 의사의 마지막 성역까지 무너졌다.
비급여 공개는 이러한 분위기를 더욱 가열시키는 모습이다. 이른바 좋은 병원과 나쁜 병원을 나누는 기준을 가격으로 설정하면서 의료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더욱 차가워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에서는 각 병원마다 다른 비급여 항목을 직접 조회해 가장 싼 병원을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지금은 150병상 초과 병원급으로 한정돼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전체 의료기관이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의료계에 실망감을 느낀 국민들이 이제 비급여 가격 공개라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 됐고 이를 근거로 병원을 판단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물론 왜곡된 가격으로 진료를 하고 있는 일부 병원에 대해서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은 대다수 병원은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기본적으로 의료인력 배치, 시설 및 장비 수준 등 가격 차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설명하지 않고 싸고, 비싼 병원만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놨기 때문이다.
수 없이 ‘의료 질’을 평가했던 심평원이 이번에는 중요한 가치를 빼먹고 가격 공개에만 집중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보다 면밀하게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국민 알권리 향상을 위해 비급여 가격을 공개하면 자정작용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은 너무 성급했던 측면이 있다.
대한의사협회 김진호 보험이사는 “우려스러운 것은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공개를 하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가격별 공개는 의료 질 하향 평준화 밖에 안된다”고 일침했다.
대한병원협회 조한호 보험위원장은 “실손보험에 의한 고급 의료서비스 선호에 대한 논의 없이 비급여 공개가 시행됐다. 불합리한 수가 상황부터 해결했어야 했다”고 언급했다.
이 처럼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는 여러 요인을 반영한 종합적 분석이 진행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위탁기관인 심평원이 그동안 해왔고 전문성을 갖춘 의료기관 평가를 비급여 공개와 연계해 구체적인 결과 값을 내놓는 게 중요한 시점이다.
단순한 가격 공개에 불과하다면 타 기관에 맡겨도 큰 문제가 없다. 어쩌면 지속적으로 비급여 심사권을 요구하고 있는 보험연구원 등에서 더 탁월한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평원이 비급여 관련 업무를 맡아야 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기관의 존재 이유 중 하나가 의료 질 향상을 다양한 과제를 수행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심평원은 이달 초 비급여 가격 공개를 앞두고 “비급여 공개를 통해 의료기관을 압박하거나 규제하려는 목표는 전혀 없다. 국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이미 가격 공개와 줄 세우기로 의료계를 향한 일방적 압박이 시작됐음을 인식해야 한다. 국민 알권리와 의료현장 상황을 전반적으로 감안한 구체적인 결과물을 고민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