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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무더웠던 금년 여름, 대법원이 내린 두 번의 판결에 의사는 울었고, 치과의사는 웃었다.
대법원은 지난 7월21일 치과의사의 미용목적 안면부 보톡스 시술, 8월29일 동일한 목적의 프락셀 레이저 시술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치과의사의 안면부 미용시술을 전면 허용한 것은 아니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이는 의사들에게 전혀 위로가 되지 못했다.
오히려 ‘개별 사안에 대한 판단’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의사와 치과의사의 진료영역 다툼의 불씨만 남겨뒀다.
특히 보톡스 판결에 대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프락셀 레이저 판결이 나오면서 의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피부과의사회 중심 맞불작전···헌법소원 각하로 ‘물거품’
당장 보톡스 및 레이저 시술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대한피부과의사회, 대한성형외과의사회, 대한피부과학회, 전국 의과대학 피부과학교실 교수 등이 성명을 내고 강력 반발했다.
이들은 대법원 판결에 대한 불만을 직접적으로 토로하는 동시에 치과영역으로의 진출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구체적으로 피부과의사회는 ‘구강미백학회 설립’, 피부과학회는 ‘피부구강치료연구회 설립’, 전국 의대 피부과 교수 일동은 ‘치과학 교육 및 학술활동 강화’ 등을 추진, 맞불작전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이 과정에서 소아청소년과의사회도 ‘어린이 치아 불소도포 사업’을 시행하겠다고 밝히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누구보다 치과의사의 프락셀 레이저 시술에 반대해왔던 피부과의사회는 대법원 판결에 불복하는 의미에서 직접적인 행동에 들어갔다.
피부과의사회는 대법원의 프락셀 레이저 판결이 나온 지 정확히 일주일 뒤인 9월5일부터 대법원 앞 무기한 1인 시위에 돌입했다.
이어 피부과의사회는 10월18일 헌법재판소에 ‘치과 의사 안면시술 허용 규정’에 대한 법률적 위헌 판단을 구하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사진 上]
헌법소원심판 청구의 주요 대상은 ‘구강악안면외과’ 규정이었다. 의료법에 규정된 의사와 치과의사의 면허범위를 하위법령이 일탈해 ‘안면부 전체’에 대한 시술 허용이라는 해석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당시 김방순 회장은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법원 판단에 대한 견제와 균형 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헌법재판소가 ‘구강악안면외과’ 규정에 대한 헌법적 판단을 통해 의료제도의 왜곡을 막아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부과의사회는 한발 더 나아가 11월6일 ‘피부구강치료학회’를 창립하고 구강에 발생하는 다양한 질환 및 구강점막과 치아의 미백, 레이저 치료 등에 관련된 강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피부과의사회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의 다각적인 노력은 11월1일 헌법재판소의 위헌 확인 헌법소원 각하 결정으로 인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질 걸 알고 건 싸움이었지만 헌법소원 심판 청구 2주만에 맛본 패배의 아픔은 쓰라렸다. 실제 피부과의사회는 헌법소원 각하 이후 한 달 이상 어떤 공식 입장도 피력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대법원 앞 릴레이 1인 시위 100일을 맞은 12월13일, 피부과의사회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이날 피부과의사회는 “치과에서 미용피부레이저를 하거나 점을 빼는 법관들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번 판결은 면허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비전문적인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힌다는 취지의 풀이는 어불성설이며 이번 판결로 인해 소비자는 더욱 선택이 어려워졌다”며 “치료받을 의사를 선택할 때도 무엇을 전공했는지 스스로 찾아내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이 초래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법원 앞 릴레이 1인 시위의 마침표를 찍고 고유 진료영역을 지키기 위한 장기전을 예고했다.
앞으로 의사회는 ‘피부질환 진료를 거부허거나 소홀히 하지 않는다’, ‘신데렐라 주사 등과 같이 환자를 현혹하는 상업적인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검증되지 않은 치료를 자제한다’는 내용이 담긴 윤리서약 준수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의사회가 운영하고 있는 ‘불법 레이저 시술 부작용 상담센터’의 역량을 강화하고, 피부구강치료학회 활동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피부과의사회는 “끌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피부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헌법소원 각하의 영향일까. 성형외과의사회, 피부과학회, 전국 의대 피부과 교수 일동, 소청과의사회 등 다른 단체들의 활동은 ‘올스톱’ 됐다. 이들 단체는 각기 현안 처리에 여념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계가 대법원 판결 이후 분주히 움직였다면 치과계는 치과의사의 ‘안면부 미용 시술 시대’를 열기 위한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이강운 법제이사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않은 치과의사의 무분별한 보톡스·레이저 시술이 이뤄지지 않게 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보톡스·레이저 시술 관련 동영상 강의 제작, 가이드라인 제정, 보수교육 권고, 의료광고 자정, 인증제도 도입 등이 추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용한 치협···치과의사 커뮤니티엔 ‘의사 비난’ 댓글 넘쳐
이처럼 보톡스·레이저 시술과 관련 치협은 조용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이지만 치과의사들의 여론은 의사들에 대한 비판을 넘어 비난 수준의 혹평이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치과의사들만의 커뮤니티인 ‘덴트포토’에는 보톡스·레이저 시술과 관련 의사들에 대한 부정적이고 원색적인 표현이 난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피부과의사회가 운영하고 있는 ‘불법 레이저 시술 부작용 상담센터’에 대한 게시글에는 ▲피부과 레이저 시술 부작용 사례가 더 많을 듯 ▲일반의도 다 할 수 있으면서 자기 내부 단속을 해야 할 말이 있는건데 ▲내부적으로는 일반의들 시술 못하게 해야 한다고 궁시렁 거리면서 치과의사가 하는 건 못하게 하려고 하고 이율배반이죠 등의 글들이 달렸다.
이어 ▲관심도 없는데 무슨 불법시술자 취급을 하네요 ▲치협서 피부과 레이저 시술 부작용 신고 센터 만들면 됨 ▲산부인과, 비뇨기과 전문의가 얼굴피부 진료하는 것보다는 치의가 하는게 훨씬 합리적인데요 ▲비뇨기과도 레이저하는데 치과가 못하는 건 말도 안되지 등의 의견이 쏟아졌다.
또 치과의사의 미용목적 안면부 보톡스 시술의 경우, 판결 전 공개변론 생방송까지 있었던 만큼 치과의사들도 수많은 댓글을 남기며 관심을 보였다.
이를 살펴보면 ▲MD가 더 답 없는 진료를 하고 있는데 그건 알고 있나 모르겠습니다 ▲치과의사가 치과영역을 치료하는데 장난하나 ▲신설과목에 구강 보톡스 전문의 넣어주세요 ▲MD들이 교합 근육 쪽 못하게 하면 우리도 눈주름 못하는거 인정 등의 답글이 달렸다.
이어 ▲치과는 악안면부위를 넘보면 안된다는 주장 자체가 맘에 안들어요 ▲보톡스를 메디칼에서만 다루어야 한다는 주장은 박카스를 약국에서만 팔아야 된다는 주장 수준 ▲피부과 의사는 전신을 아는가? 차라리 치과의사가 니네보다 더 많이 알고 있을 듯 ▲우리 입학할 때는 의대가 아래였는데 ▲사실 피부 관리나 간단한 초음파 레이저는 피부숍에서 하는 거죠. 고매하신 의사분들이 하는 것은 아니죠 등이 눈에 띄었다.
보톡스 판결 이후에 쟁점이 됐던 치과의사의 프락셀 레이저 시술의 경우 사실상 치과의사의 승리가 점쳐졌던 만큼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부인과, 비뇨기과, 일반외과 의사들도 얼굴 레이저 시술하는데 치의가 얼굴레이저 쓰는 건 더더욱 합리적인거죠 ▲사실 대부분이 의사 영역이 아닌 피부관리사 영역 ▲미국, 일본, 유럽에선 일반인이 해도 되는 장비 등의 의견이 나왔다.
최근 피부과의사회가 구강미백학회를 창립한데 대해서는 조롱에 가까운 발언이 이어졌다.
치과의사들은 ▲하수가 맞는 듯 ▲제발 교정도 좀해. 교정 돈 많이 벌어 ▲미백, 헬 게이트임 ▲임플란트도 해 ▲제발 미백은 피부과에서 ▲적극 권장 ▲미백 주고 레이저 받으면 성공 ▲드루와 드루와 ▲그냥 치협이나 이런데서 무반응을 보이는게 나을지도. 생떼 부리는 애 무관심 두면 멈춤 ▲미백은 치과에서도 수요가 진짜 없는 것 같던데 등의 언급을 했다.
이와 관련, 한 치과의사는 “사실 피부과 의사들이 치과의사의 보톡스·레이저 시술을 왜 기를 쓰고 막으려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라며 “피부미용 시술은 피부과가 가장 전문적이고 안전하게 시술한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인지시키는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치과의사 역시 “피부미용 시장에 치과의사가 숟가락을 얹었다는 생각에 기분이 언찮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보다 ‘진짜 전문가’라는 점을 국민에게 알리는게 더 낫지 않나 싶다. 지금의 행보는 치과의사의 보톡스·레이저 시술을 홍보해 주는 것과 같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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