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첩]딱 작년 이 맘 때였다. 메르스 사태로 사임한 문형표 前 보건복지부 장관이 불과 4개월 만에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취임한 시점이었다.
당시는 메르스 감사결과를 놓고 설왕설래가 뜨거웠다. 감사원은 무려 공무원 16명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해임’은 물론 ‘정직’, ‘강등’에 이르기까지 그 수위도 통념을 넘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그 감사결과에 대한 여론의 뭇매가 매서웠다. 보건당국 실무자들이 대거 처분을 받았지만 정작 총책임자였던 문형표 前 복지부 장관은 징계 대상에서 제외된 탓이었다.
감염자 186명, 사망자 38명, 격리자 1만6600명이라는 치욕의 역사에서 보건당국 수장의 책임론은 실종됐다. 초동 조치 실패와 허술한 대응에 대한 처벌은 모두 실무자들의 몫이었다.
이를 두고 메르스와의 패전에서 죽도록 싸운 병사들만 처형하는 꼴이라는 성토가 이어졌다. 특히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임명 시기와 맞물리며 청와대 개입설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기자는 당시 맹자(孟子)의 고자장(告子章)을 빌어 문형표 前 장관의 아름답지 못한 선택을 지적한 기억이 또렷하다.
고자장(告子章)에는 관직의 출사 조건이 나온다. 군주가 진언(眞言)대로 행하거나 그럴 의지가 있으면 나아가되, 그 뜻이 쇠하면 떠난다고 했다.
또 ‘비록 출사자의 진언을 따르지는 못해도 내 땅에서 굶게 할 수는 없다’며 관직을 내릴 경우 받아도 좋다고 했다. 구휼 성격의 가장 비루한 출사 조건인 셈이다.
환란의 책임자였던 문형표 前 장관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자리를 넙죽 받아든 것은 이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청와대의 부름이 있었더라도 메르스 사태 총책임자로서 근신을 자청했어야 한다는 아쉬움도 곁들였다.
1년 여가 지난 지금 주변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비루한 출사길에 올랐던 문형표 前 장관은 수의(囚衣)를 입고 차디 찬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그는 복지부 장관 재직 당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로 하여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토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이쯤되면 1년 전의 퍼즐이 맞춰진다. 청와대의 사주를 받아 삼성에 특혜를 제공했고, 그 공로로 연금공단 이사장 자리에 오른 시나리오가 완성되는 모습이다.
특검은 문 前 장관의 찬성 지시 배경에 안종범 前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김진수 보건복지비서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이 부분을 집중 조사 중이다.
실제 구속 상태인 안종범 前 수석을 불러 조사를 진행했고, 김진수 비서관 자택에 대해서는 압수수색을 실시하기도 했다.
물론 모든 인과관계는 특검 조사결과가 나와야 확실해 지겠지만 작금의 상황만으로도 비루한 출사길의 말로(末路)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특히 한 때 모셨던 수장의 몰락을 바라보는 복지부 직원들의 시선에 측은지심이 아닌 사필귀정의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현실이 먹먹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