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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말고 식의 현지확인 및 현지조사로 인해 피폐해진 의사들의 삶에 대해 한 번쯤은 뒤돌아 봐야 하지 않겠나.”
강원도 강릉 비뇨기과 원장 자살 사태로 또 한 번 의료계 내 분위기가 뒤숭숭해져 있는 시점에서 건강보험공단 현지확인을 거부했다가 보건복지부 실사에서 가까스로 ‘혐의 없음’을 통보 받은 의사가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서울시 소재 OO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A원장은 십 수 년이 넘도록 한 지역에서 때로는 가족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환자들과 부대끼며 지내왔다. 그러나 2015년 ‘맘 편히 진료하고 픈’ 그의 바람과는 달리 병원을 훑고 간 현지확인은 A원장의 가슴에 지금도 큰 생채기를 남겨 놓았다.
아직도 진료실 한 켠에는 건강보험공단 직원의 현지확인에 ‘대응하기 위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아직 채 정리하지 못한 서류 사이에는 건강보험공단, 감사원 등으로부터 전달된 공문들이 끼워져 있다.
그에게 2015년 4월은 악몽과도 같다. 건보공단의 무차별적 현지확인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다가 우울증까
지 앓았던 그는 결국 “더 이상 조사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거부는 곧 복지부에게로 공이 넘겨졌다.
15일 A원장은 데일리메디와 만난 자리에서 “다행히 의료계 한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정보를 얻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경험이 쌓였고, 대응 방안에 대한 의견도 끊임없이 수렴했다”며 “주위 동료들과 착오청구 유형, SOP 규정, 비슷한 경험 들을 공유하면서 고통의 시간을 견뎌왔다”고 떠올렸다.
다행히 오랜 시간을 거쳐 얼마 전 받아든 확인서로 그나마 한숨을 돌린 A원장. 하지만 가슴 속에는 커다란 멍이 들었다고 했다.
확인서에는 ‘건강보험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와 의료급여수급권자에게 요양급여 및 의료급여를 실시하고 그 비
용을 청구하거나 본인부담금을 징수함에 있어 ‘실제’ 진료한 내역과 ‘동일하게’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거나 본
인부담금을 징수했음을 확인합니다’라고 기재돼 있었다.
중요한 것은 무차별적 현지확인에 고개를 떨구는 개원의들이 비단 일부의 얘기가 아니라는 데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제대로 목소리조차 낼 수 없다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설령 건보공단이 표준운영지침을 따르지 않아도 문제가 없는 이유는 그들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처벌규정을 만들 수 없더라도 급여사후 대상기관 선정심의위원회에 의료계가 참여해 객관적인 근거자료와 구체적 사실조사 없이 요양기관의 부당이득금을 징수, 결정하는 일이 지금도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그는 의사들에게도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현지확인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그 과정에서 곤경에 처하는 의사들이 많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의사들도 평소 공단의 방문조사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지확인과 관련한 사안이 본인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치부하는 순간 언제든지 위험 요인으로 겨눠져서 올 수 있기 때문이다.
A원장은 “건보공단과 복지부에 맞서야 하는 것이라면 의사들이 제대로 대응 태세를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일은 재발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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