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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가 무려 17년 만에 개편된다. 그동안 숱한 논란이 제기됐던 형평성 문제 해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저소득 세대는 부담을 줄이고 고소득 세대는 더 많은 보험료를 부과토록 한 게 핵심이다. 하지만 아직 정부 계획일 뿐 실현되기까지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첨예한 문제인 만큼 반발도 예상된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고 가장 민감한 보험료에 관한 문제인 만큼 정부도 긴장감 속에 개편안을 공개했다. 전문기자협의회는 이번 개편안 마련을 주도한 복지부 이창준 보험정책과장에게 보다 세부적인 내용을 들었다.
직장과 지역으로 구분돼 있던 건강보험을 하나로 통합한 지 17년이 지났지만 보험료 부과 방식은 크게 바뀌지 않아 이에 대한 불만과 민원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지금까지 직장과 지역 보험료를 달리 부과해 온 가장 큰 이유가 보험료 부과기준인 소득 파악률이 크게 차이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신용카드 사용 보편화, 현금영수증 발급 의무화 등을 통해 통합 당시에 비해 지역가입자의 소득파악률이 높아져 이제는 소득에 부과하는 보험료 비중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
소득이 500만원 이하인 지역가입자에게 부과하던 평가소득을 없애고 주거용 재산과 서민의 교통수단인 자동차에 대한 보험료 비중을 낮추면 대다수 지역가입자의 보험료가 내려간다.
다만 그동안 보유한 재산이나 자동차가 없어 주로 소득으로 보험료를 내던 가입자는 보험료가 오를 수 있으나 이런 경우는 보험료 경감을 통해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소득이 높거나 재산이 많은 고소득층은 저소득층에 비해 보험료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점을 고려해 형평성에 맞게 부과되도록 비율을 높여 보험료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 건강보험료를 직장과 지역을 구분해 부과하는 것은 불합리지 않나
직장과 지역을 통합한 취지를 감안하면 보험료 부과기준을 소득 하나로 일원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직장인이 월급으로 받는 소득과 자영업자의 소득에 대해 똑같은 잣대로 보험료를 부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소득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직장가입자에 비해 지역가입자의 76%는 연소득이 500만원 이하로, 정확한 소득 확인에 한계가 있다.
직장인의 소득은 근로소득을 공제하기 전 월급에 대해 보험료가 부과되지만 지역가입자의 사업소득은 필요경비를 공제한 후 소득이 부과대상인 차이가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실물자산 보유 경향이 높은 우리의 현실을 고려하면 소득은 적으나 자산이 많은 가입자에게도 적정 수준의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게 형평성에 더 맞을 것이다.
최근 헌법재판소도 부분적‧단계적인 제도개선을 통해 해결해 나간다면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결한 바 있다.
- 퇴직이나 실직할 경우 소득은 줄었어도 건보료는 올라간다는데 부과체계가 개편되면 그런 문제가 해결되나
현재 직장가입자는 총 월급의 6.12%에 보험료가 부과되지만 그중 절반은 사용자가 부담하고 있어, 실제 부과되는 보험료보다 직장인이 체감하는 보험료는 낮게 느껴지는 점도 있다.
직장에서 지역으로 자격이 전환되면 소득 외에 자동차나 재산에 대해서도 보험료가 부과되기 때문에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나 재산 가액에 따라 보험료가 오르는 경우가 있다.
앞으로 부과체계 개편으로 소득에 대한 보험료 비중을 높이고 자동차‧재산의 보험료 부담 비중을 낮추면 퇴직 후 지역가입자로 전환된 사람 대다수는 보험료가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다.
또한 한 직장에서 1년 이상을 근무하다 퇴직하는 경우 퇴직 후 2년 동안은 직장에서 근로자 몫으로 부담하던 보험료를 그대로 내도록 하는 ‘임의계속가입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퇴직 당시 소유하고 있던 자동차나 재산 가치가 높다면 직장에서 퇴직 후 새로운 직장을 찾을 때까지 이 제도를 통해 한시적으로 보험료 부담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 카드 사용과 현금영수증 등으로 소득파악이 용이하다. 이제 지역가입자도 직장과 같이 소득의 일정 부분만 보험료를 부과해야 하지 않나
지역가입자도 직장처럼 모든 소득에 대해 일정 비율로 보험료를 부과하는 게 바람직하겠지만 지역가입자는 직업 여건별로 주된 소득원이 다양하고 소득자료 보유율도 다르다.
또한 사업자 미등록자, 원천징수나 면세점 이하 근로자 등이 많아 지역가입자 중 종합 과세자료 보유세대는 전체의 절반 수준이다.
따라서 직장처럼 모든 소득을 동일하게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으므로 우선 소득 등급 보험료를 보완해 저소득층 비율은 줄이고 고소득층 비율은 높이면서 3단계에서 정률 형태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 월급에서 보험료를 이미 냈고 월급의 일정 부분을 적립해 연금을 받는 것인데 별도로 보험료를 부과해야 하나
건강보험과 같은 사회보험은 기본적으로 부담능력에 따라 보험료를 부담하는 게 원칙이다. 부담능력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가 소득이기 때문에 연금소득에도 보험료를 부과해야 한다.
이러한 보험원칙에 따라 다른 국가들도 연금소득에 건강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다.
다만 우리 건강보험은 현재 연간 4000만원이 넘는 연금소득을 받는 경우에만 보험료를 부담토록 하고 있어 무임승차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과 지적이 계속 제기돼 왔다.
다른 소득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연금소득에 대한 보험료 부담을 높여 나가되 최대한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지금은 연금소득의 20%에 대해서만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보험료의 부과 비율을 10%씩 높여서 직장인이 연금을 적립할 때 건강보험료를 이미 부담한 50%에 대해 보험료를 부과하지 않고 사용자가 부담한 50%에는 보험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 이미 월급에서 보험료를 떼고 있는데 월급 이외에 다른 소득이 있다고 보험료를 더 내라고 하는 건 불공평하지 않나
지역가입자의 경우 소득 이외에 재산과 자동차에 대한 보험료를 부담하는 상황 등을 고려한다면 직장가입자에게도 월급뿐만 아니라 다른 소득에 대해 보험료를 부과하는 게 형평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다만 월급 이외의 소득이 적은 가입자보다는 고소득 직장가입자들이 더 많이 부담할 수 있도록 일률적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식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한 후에 부과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 지역가입자는 소득이 없어도 최저보험료를 부과하면서 직장의 경우 무임승차한 피부양자가 2000만명을 넘는데 피부양자를 폐지하거나 보험료를 부과해야 하지 않나
우리 건강보험은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기준이 다소 느슨해 다른 선진국에 비해 피부양자 수가 많은 게 사실이다.
짧은 기간에 모든 국민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피부양자 기준을 폭넓게 적용한 측면이 있고, 가족부양의 정서가 강한 국내 현실을 고려한 점도 있다.
피부양자 제도 폐지는 중장기적으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므로 우선 부담 능력이 있는 피부양자에 대해서는 보험료를 부과하고 단계적으로 줄여 나가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피부양자 소득 수준에 따라 제외되는 경우 자동차나 재산에 대한 보험료까지 부담해야 한다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우선 자동차나 재산 보험료 부담이 가능한 중위소득 수준의 소득이 있는 피부양자부터 제외시키고, 재산과 자동차 보험료 비중을 줄이는 개편방안과 연계해 줄여나갈 계획이다.
소득 중심으로 부과체계를 개편하는 상황에서 오로지 재산 기준만으로 피부양자에서 제외하는 것은 개편 취지와 상충될 수 있다.
일정 재산이 있는 피부양자 중 생계가 가능한 소득이 있는 경우 피부양자에서 제외되도록 했다.
- 현재 취약한 지역가입자의 경우 보험료를 3590원을 내고 있는데 저소득층을 위해 최저보험료를 도입한다고 하면서 1만3000이나 1만7000원으로 정하는 것은 취약계층의 부담을 과중시키는 것 아닌가
사회보험인 건강보험은 질병 발생의 위험에 따른 비용 부담을 사회 구성원이 부담능력에 따라 기여하도록 한 것이므로 건강보험 가입자라면 누구나 최소한의 부담은 필요하다.
앞서 직장가입자의 최저보험료와 동일한 수준에서 최저보험료 도입방안을 제시한 바 있으나 적정한 최저보험료 수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생활이 어려운 취약계층은 국가에서 의료비를 지원해주는 의료급여대상자가 되거나 정부예산으로 건강보험료와 본인부담금을 지원해주는 차상위계층이 될 수 있다.
사회보험제도의 취지, 직장-지역가입자 간의 형평성, 제도의 지속 가능성 등을 고려해 최저보험료 수준이 결정돼야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해 직장하고 동일한 최저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우선 1단계에서는 연 100만원 이하인 소득계층의 평균보험료 절반 수준인 1만3100원으로 결정했다.
다만 국민연금이 성숙되지 않아 소득보장이 충분하지 않은 노인계층, 소득이 있기는 하지만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장애인, 한부모 세대, 소년소녀 가정 등의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 누적적립금이 20조나 쌓여있는데 단계적 개편 보다는 건강보험 재정을 더 투입해 재산보험료를 대폭 인하해 어려운 지역가입자의 부담을 크게 줄여야 하지 않나
현재는 흑자 상황이지만 지속적인 보장성 확대, 급속한 고령화, 만성질환 증가 추세 등을 감안하여 중장기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이 지속 가능하도록 관리해야 한다.
최근 어려운 경제상황 등을 고려해 올해 보험료는 동결했지만 보장성 확대 등으로 당기수지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감염병 확산 등 예상치 못한 긴급한 지출 수요 대비를 위해 최소한의 적립금은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재정투입은 단년도만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매년 누적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따라서 부과체계 개편에 따른 재정손실을 연차적으로 분산하고 건강보험 지출에 대한 효율화 노력을 병행하면서 보험료 인상 요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단계적인 개편이 바람직하다.
특히 부과체계 개편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소득 파악의 형평성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다만 아직 직장‧지역가입자간, 소득계층간 소득파악이 공평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아 이를 보완하는 재산보험료 부과가 불가피하다.
재산보험료 문제는 소득파악 개선을 위한 정부 협의체를 운영하면서 소득파악 수준과 연계해 단계적으로 비중을 낮추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재산이 있는 지역가입자 세대 중 서민층이라고 할 수 있는 하위 60%는 부과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되, 1단계에서는 전체 지역가입자의 50%는 재산보험료를 내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개편한다고 했다가 발표를 미룬 지 2년이나 지났는데 지금 개편안 내용이 그 때 준비했던 개편안과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아닌가
당시 제시됐던 모형을 더욱 정밀하게 시뮬레이션하고, 세부적으로 분석하는 과정을 추가적으로 수행했다.
또한 피부양자에서 제외되거나 지역가입자 중 보험료가 인상되는 세대의 경우 보다 면밀한 분석을 통해 수용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했다.
기획단에서 제시된 의견과 여러 모형을 바탕으로 직장과 지역가입자간 형평성, 국민적 수용성, 제도의 지속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단계적 개편안을 마련했다.
분류과세, 분리과세 소득까지 보험료를 부과하는 중장기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므로 우선 보험료 부담능력이 충분한 경우 보험료를 더 부담하거나 피부양자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평가소득 폐지와 최저보험료 도입으로 보험료가 인상되는 취약계층이 없도록 경감제도를 통해 보완했다.
특히 지속적인 보장성 확대, 급속한 고령화 추세 등을 고려해 건강보험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부과체계를 개편하기 위해 재정손실을 연차적으로 분산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