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적된 임상지식을 기반으로 세계적 수준의 병원을 육성한다’는 취지로 시행된 연구중심병원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과욕이 초래한 결과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가 제시한 신기루를 좇아 연구중심병원 사업에 뛰어든 일선 병원들은 인력과 장비 등 연구 인프라 확충에 따른 비용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감사원이 최근 공개한 ‘보건의료산업 육성사업 등 관리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의 연구중심병원 육성사업 추진 및 관리에 적잖은 문제점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복지부는 12년 동안 총사업비 1조2220억원을 들여 연구중심병원을 육성한다는 계획이었다. 선정된 기관에는 최장 9년 간 연평균 2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키로 했다.
민간의료 영역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전무후무한 지원 계획이었던 만큼 병원들 입장에서는 연구중심병원 선정에 사활을 걸어야 했다.
복지부가 요구하는 연구조직, 시설, 장비, 인력 등을 충족시키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입했고, 선정 여부는 병원들의 자존심 경쟁으로까지 비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현재 그 결과는 처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복지부는 현재 26개 유닛을 선정해 65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계획 대비 예산확보율은 2014년 67%(100억원/150억원), 2015년 26%(170억원/650억원), 2016년 40%(263억원/650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더욱이 계획된 26개 유닛의 42%인 8개 병원 11개 유닛에 대해서만 연구비가 지원되는 등 당초 사업 계획대로 추진이 불가능해 목표 달성이 곤란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감사원은 주무부처인 복지부의 무리한 업무 추진이 '화(禍)'를 불렀다고 일침했다.
복지부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제시된 근거 중심의 사업 진행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 타부처로부터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보고서에는 당초 시범사업 또는 기획연구를 먼저 추진하고 이를 통해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가 마련된 후 확대를 고려하는 게 타당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복지부는 막무가내였다. 사업 첫해인 2014년 기획재정부에 당초 사업계획에 따라 150억원을 요구했지만 기재부는 근거가 부족하다며 50억원을 삭감했다.
이후에도 복지부는 미래창조과학부와 기획재정부에 예산을 요구했지만 이들 부처는 실증적인 효과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예산 편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취했다.
예산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서 복지부는 당초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하기 곤란한 상황에 놓이면서 행정의 신뢰성을 상실하게 됐다.
더 심각한 문제는 병원들이 행정 실패의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 연구중심병원 사업 시행 이후 연구의사 수는 2012년 1803명에서 2015년 2633명으로 늘었다.
복지부가 연구중심병원 지정요건에 연구인력 기준을 포함시키면서 일선 병원들이 대거 인력을 채용한 결과다. 병원들은 인력뿐만 아니라 연구시설, 장비 등에도 적잖은 비용을 투입했다.
하지만 당초 복지부의 약속과는 다르게 상황이 전개되면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 최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이 연구중심병원 소속 의사 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들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급여와 고용안정 등 처우 문제’를 꼽았다.
응답자의 29.6%, 10명 중 3명은 열악한 처우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연구비 지원 부족에 대해서도 25.2%가 문제점으로 인식했다.
한 연구중심병원 고위 관계자는 “사업 초반 연구중심병원의 당락 여부에 병원 미래가 걸려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지만 지금은 그 열기가 시들해졌다”고 평했다.
이어 “병원들은 정부 말만 믿고 인력과 시설 , 장비 등을 투자했는데 사업이 표류하고 있어 비용 부담만 가중되고 있는 형국 ”이라고 토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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