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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1회, 전국에서 모여든 대한의사협회 대의원들. 오후 5시가 되자 KTX 열차를 타기 위해 하나 둘,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 자리를 뜬다.
하루를 꼬박 할애해 회원들을 대표하는 대의원으로서 의협 안팎의 중요 현안에 대해 심의한 후 접점을 찾은 ‘합의점’은 표결에 부쳐진다. 결과는 부결이다. 바로 정족수 미달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이하 정총)의 풍경이 바뀔 것 같다. 격론 끝에 접점을 찾았다가도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급하게 막을 내린 정총은 더 이상 없는 것일까.
의협 대의원회가 시스템을 전면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일찌감치 정기대의원총회 의안 제출서 양식을 만들어 전국 시도의사회를 통해 전달, 아래로부터 의견을 먼저 수렴해 효율적인 정총 진행에 주안점을 두겠다는 판단이다.
8일 의협 대의원회에 따르면 의안 제출서를 최근 전국 시도의사회에 전달했다.
제출 항목으로는 정관 및 제규정 등 개정 사항이 아닌 의안, 정관 및 제규정 등 개정사항이 포함된 의안으로 우선 분류했다.
제안자와 해당분과 의안명, 제안내용, 제안이유, 여기에 생산적인 논의를 위해 대안까지 제시하도록 요청했다.나아가 구체적인 제안 사항을 담기 위해 개정 전과 개정 후를 비교하는 항목을 표시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의협 정총 진행된 방식을 보면 ▲정관 및 규정 개정의 건 ▲결산심의 ▲사업계획 및 세입·세출 예산안 ▲부의안건 등이 심의된다.
하지만 매번 의결 정족수 미달로 주요 안건이 자동 폐기되면서 오랜 시간 끝에 접점을 찾아도 늘 문턱에서 원점으로 돌아갔던 셈이다.
실제 지난 제68차 정총 당시 ▲대의원회 운영규정 전문개정(안)의 건 ▲KMA Policy 특별위원회 구성의 건 ▲정
관개정특별위원회 구성의 건 ▲면허관리제도 및 자율정화 활동 강화 ▲ 불합리한 의료법 및 관계법령 개선·불
법진료 및 환자유인 행위 대책 등 굵직한 현안들이 포함돼 있었지만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대의원들은 빈손으
로 돌아섰다.
이렇듯 문제는 과정이다. 당일 분과별로 뿔뿔이 흩어져 각론을 정리하고 다시 모여 심의, 의결하다보면 하루라는 시간은 매우 촉박하다.
시간에 쫓긴 채 결국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해 미완의 상태에서 ‘나름’의 합의안이 표결에 부쳐진다.
임수흠 의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매년 의결 정족수 미달로 중요한 안건들이 자동 폐기되는 악순환
이 반복돼 아쉬움이 컸다”고 지적했다.
임 의장은 “총회 당시 분과별로 격론 끝에 모아진 의견과 대의원들이 심혈을 기울여 고생한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가 아쉬웠다”고 밝혔다.
이번 정총부터는 불필요한 절차를 없애고 필요한 절차만 거치도록 개선하겠다는 게 의협 대의원회 구상이다.
예컨대, 분과토의에서는 동일한 사람이 동일한 질문을 반복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의원 동의를 거친 질의를 안건에 담아 최소화시킬 방침이다.
물론, 부담감도 적지 않다. 일각의 곱지 않은 시선으로 부담감을 느낀 것이 사실이지만 이번이 아니면 또 다시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임 의장은 “운영위원회가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지 않는 선에서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하지만 아쉽게도 그 동안 너무나 정리가 안 된 사안이 많았다”고 강조했다.
임 의장은 “대의원회가 중요한 것은 대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대의원은 개인이 아니라 말 그대로 '대표성'을 지녀야 한다. 평상 시 회원들의 민의를 많이 수렴할 수 있도록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임 의장은 “회비 납부가 대의원들의 의무라는 점을 인식시킨 것과 마찬가지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