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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월 '설명의무 강화법' 시행을 앞두고 의료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수술 부작용, 합병증 등을 과연 어디까지 설명을 해야하는지 구체적인 기준이 없고 모호해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불만이 적잖다. 최근 민사소송에서도 의사 설명의무가 강화되는 추세인 만큼 법에서 보다 세부적인 기준이 명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쉬운대로 법원이 설명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한 판례를 통해 그 기준이 될 만한 사례들을 정리해 봤다.
"그림 통해 부작용 설명, OK"
환자 A씨는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에서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았다.
의료진은 복강경수술을 통해 암을 제거하고, 수술 부위를 봉합하는 회장루 조성술을 시행했다. 3일 후 수술 부위에 10cm 가량의 괴사가 나타나자 이를 절제하고, 2차 수술인 대장-항문 문합술을 시행했다.
문합부 누출이 발견되자 의료진은 항생제 치료를 시행했다. 염증이 확인됨에 따라 복회음절제술 및 회장루복원술 후 영구장루술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A씨는 영구적으로 인공항문을 사용해야 하는 장애를 입었다.
A씨는 의료진 과실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또한 "부동문자로 돼 있는 설명 및 동의서를 제시했을 뿐 대장암 수술에 따른 문합부 합병증 등에 관해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중앙지법은 "의료진은 손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써가며 수술 목적, 합병증 등에 관해 상세히 설명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의료진은 1차 수술에 앞서 수술에 따른 문합부 누출, 협착 등의 합병증과 인공항문 가능성을 환자에게 설명했다.
2차 수술 전에는 그 목적과 내시경 검사 결과 장 연결 부위의 허혈 및 복강 안 염증 증세가 있어 수술이 힘들어지며, 항문과의 연결이 어려우면 인공항문 가능성이 높아지고 수술 후 중환자실로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3차 수술 전에도 수술방법, 시간, 폐렴 가능성, 항문을 못 살리고 영구적인 인공항문을 시술할 가능성 등에 대해 설명했다.
"환자가 아는 내용, 설명 안해도 무방"
환자가 이미 알고 있는 검사나 수술이라면 수술동의서를 작성할 때 서명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판례도 있다. 수술을 결정하는 데 필요한 의학지식이 이미 충분한 경우 반복 설명이 필요없다는 게 판결 요지다.
환자 B씨는 흑변(melena) 때문에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에 내원했다. B씨는 1년 전부터 이 병원에서 간경변증 및 식도정맥류 결찰술(EVL)을 받고 추적진료 중이었다.
검사에서 식도정맥류 출혈이 확인되자 의료진은 정맥류 결찰술을 진행했다. 그런데 환자는 마우스피스를 빼내고 내시경을 잡아 뽑으려고 하는 등 갑작스러운 과행동을 보였다.
응급처치 후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다량의 식도정맥류 출혈이 또 다시 나타나 결국 다음 날 사망했다.
유가족은 의료진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1억84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하지만 1, 2심 모두 병원 승소 판결했다.
결찰술 과정에서 출혈이 발생한 게 아니라 환자가 예전부터 앓고 있던 기왕증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환자 본인에게 수술동의서를 받지 않은 것도 문제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설명은 환자의 자기 결정권 보장을 위한 것인 만큼 환자가 이미 알고 있거나 상식적인 내용까지는 설명할 필요는 없다. 의학지식의 전문성, 환자의 기존 경험, 교육 수준 등을 종합해 설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1년 전에도 내시경을 이용한 정맥류 결찰술을 받았고 이후 지속적으로 추적진료를 받아왔기 때문에 검사, 수술법, 목적, 합병증 등에 관해 이미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여겨진다"며 "설명의무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부작용 없다" 단언하는 듯한 설명은 위험
서울 마포구 소재 C 비뇨기과 원장은 수술 부작용이 없다는 취지의 설명을 했다가 낭패를 봤다.
그는 성기확대술을 위해 찾아온 환자에게 '주사기로 신물질을 주입해 부작용 없이 간단하게 음경을 확대한다'고 말하며 'LPI 수술(라이펜을 이용한 음경확대술)'을 권유했다.
수술 후 환자는 성생활이 불가능하게 되자 소송을 제기, 의료과실과 함께 원장의 설명의무 위반도 문제 삼았다.
해당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수술 후 단기간 내 샤워와 성관계가 가능하며 성기 내 삽입된 신물질은 생착돼 부작용이 없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후유증이나 위험성에 대해선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며 환자 손을 들어 줬다.
판결이 확정되면 해당 원장은 의료과실에 따른 손해배상금과 위자료 등 272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
프로포폴 마취시 부작용 설명 필수
검사동의서를 받지 않거나 프로포폴 마취 시 부작용을 설명하지 않으면 설명의무 위반이다.
D병원은 프로포폴을 이용해 수면내시경 검사를 하면서도 환자나 보호자에게 부작용을 설명하지 않았다. 심지어 검사동의서도 받지 않고 시술을 단행했다.
환자는 수면내시경 검사 이후 이상이 나타났다. 보호자들이 검사가 끝난 후 한참이 지나도 환자가 밖으로 나오지 않자 검사실 안으로 가서 확인했더니 입술이 파랗게 변한 채 3인용 의자에 옆으로 누워 있었다.
보호자들은 간호사에게 상태 확인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뒤늦게 응급처치가 이뤄졌고, 인근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돼 치료를 받았지만 내시경 검사과정에서 발생한 급성 심정지에 의한 허혈성 뇌손상으로 인해 의식불명이 됐다.
3년 후 환자는 생명유지를 위한 보존적 치료를 받다가 사망했다. 유족들은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고법 제9민사부는 병원 책임을 100% 인정해 "2억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의료진은 검사 후 장비를 이용해 망인의 활력징후를 관찰하지 않고 의자에 눕혀둔 채 방치했다”며 “이상 상태를 발견한 가족들의 확인 요청을 무시함으로써 골든타임을 놓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검사 동의서를 받지 않았고 프로포폴 부작용 등에 관해 설명한 사실도 없다”ㅕ “만약 설명이 이뤄졌다면 환자와 보호자들이 다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높고,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사망하는 악결과는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술동의서 합병증 명시만으로는 부족"
수술동의서에 합병증이 발생 가능성을 적은 것으로는 부족하다. 환자에게 계획된 술기에 대한 구체적인 부작용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면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정된 판례가 있다.
환자 E씨는 서울 강남구 소재 성형외과를 찾아 안면당김술 상담을 받았다. 그는 과거에도 두 차례 같은 수술을 받은적이 있었다.
환자는 원장 F씨와 다시 상담을 한 뒤 '수술 후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적힌 수술동의서에 서명을 하고, 두 가지 시술을 모두 받기로 했다.
그런데 이틀 후부터 수술 부위가 부어오르고 피까지 났다. 지혈, 항생제 처치 등이 이뤄졌지만 증세는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안면마비 상태에 이르렀다.
환자는 의사가 수술 중 과실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수술로 인한 어떠한 후유증도 없을 것이고 회복기간도 짧을 것이라고만 설명해 수술을 받게끔 했다"며 설명의무 위반도 주장했다.
하지만 원장은 과실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환자는 시술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들었어도 이 시술을 선택했을 것이기 때문에 설명의무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맞섰다.
법원은 환자 편에 섰다. 안면신경 손상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면 수술을 하지 말았어여 한다는 판단이다. 예측 가능했던 후유증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인정됐다.
서울중앙지법 제18민사부는 “수술동의서에는 계획된 술기의 구체적 내용이나 안면마비 가능성 등의 구체적인 부작용 기재가 전혀 없었다”며 “안면신경마비 등의 후유증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면마비 발생 가능성이 더욱 높았다는 걸 알았다면 의사는 이 같은 사실을 충분히 설명해, 부작용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시술 받을 지 여부를 환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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